살면서 리뷰를 썼던 적이 없는데 내 입맛에 맞는 무협소설이 나와서 몇 자 적어볼까 한다.
일단 간단한 줄거리부터 소개하자면 주인공 정연신은 벽촌 신야현의 대지주 가문인 정가장의 삼남이다.
날 때부터 비범한 주인공은 선천적으로 백회혈, 즉 상단전이 극단적으로 열려 있어 어마어마한 재능을 보유하였으나 20살을 넘기지 못하는 몸이 되었다. 심지어 그를 낳은 어머니는 산고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죽어버리니 그를 보는 가문의 시선이 곱지 못해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자랐다.
그러던 어느 날 둘째 형님의 종남파 입산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에 당대 사파의 절대 세력 십삼천 중 혈염교와 패검종이 나타났고 그의 가문은 속절없이 멸문하여 주인공과 둘째 형님, 조카를 제외하면 가문의 씨가 말라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살아남은 주인공의 발걸음은 자신의 천형을 고치기 위해, 그리고 겸사겸사 가문의 복수를 위해 중원 제일의 단일 세력 입황성으로 향하게 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느낀 가장 큰 강점은 바로 설정이다. 이게 굉장히 특이하게 느껴졌는데 그것은 바로 관과 무림이 불가침의 관계가 아니라는 것과 판타지에서나 나올 법한 이종족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작중의 배경은 원의 말기, 폭정이 극으로 치닫던 때 천상에서 내려와 태조와 함께 명을 건국한 개국공신이자 ‘중원의 동포’라 불리는 명족과 철족이 함께 살아 숨쉬는 시대로 명족은 엘프, 철족은 드워프라고 보면 된다.
거기에 중원을 차지한 명나라는 무림인들의 반란과 분쟁을 주시하여 하나의 단체를 만들게 되니 바로 위에 주인공이 향하는 입황성이라는 곳이다. 입황성주는 황제가 공인한 군왕의 권한을 지니고 입황성에 소속된 무인들은 황실의 지원과 관리도 부럽지 않을 특혜를 받는 대신 민심을 어지럽히는 무림인의 목을 베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성질은 조금 다르지만 마치 지금의 공기업을 보는 듯하다.
여태까지 제법 많은 무협지를 보면서 관무불가침의 설정은 따지기도 귀찮고 이제 와서는 이야기를 성립시키기 위한 자연스러운 토대였는데, 이렇게 세세한 설정과 작가만의 필력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니 자연스럽게 납득이 되는 것과 동시에 한층 소설의 재미를 더 끌어올리는 것 같았다.
특히 입황성주가 엘프에 여자라는 것에 조금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약 자신이 무협을 매우 좋아하는데 정말 볼만한 소설이 없다. 혹은, 평범한 소설과 다른 작가의 생각과 창작이라는 게 들어간 소설을 보고 싶다고 하시는 분들께 조심스럽게 추천하는 바이다.
근래에 이토록 흥미가 생긴 작품이 처음이라 보잘것없는 작문 솜씨로 첫 리뷰를 마쳤다. 이 리뷰를 통해 여러분의 흥미가 조금이라도 생긴다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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