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군생활을 세기말 즈음에 했습니다. 해안쪽이었는데, 상경~수경 넘어가니까 동기놈이 자꾸 화장품을 사 모으더라구요. 근무나갈때에 위장크림도 아니고 화장을 하고 나가는건 제 부대가 부대였기도 하지만.. 관물대 한 칸을 화장품으로 채울 만큼이 되었을때 그 친구에게 물어봤습니다. ‘뭔 화장품을 그리 사고 바르냐?’라고.
그 친구 말이, 바닷바람 소금기에 피부가 작살난대요. 그래서 이렇게라도 안하면 휴가때 피부 장난아니라고. 아니 친구야. 동기야; 너 결국 군대에서 여자 한번 못사겨봤잖어;
그리고 20년이 더 흐른 지금, 남자의 화장은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닙니다. 저야 이제 -틀-소리 듣는 나이이니 쓰는 화장품이래봐야 에프터쉐이빙 토너 하나에 외출때 각질뜬다고 마누라가 바르게 하는 피지오겔 크림 하나로 끝입니다만 많은 남자들이 화장한다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장품 가게나 속옷 가게는 아직도 금남의 구역이자 남자들이 선택을 기피하는 직종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소설은 그런 금남의 구역에서 일을 하게 된 청년의 이야기, ‘화장품 가게의 남자 직원’ 입니다.
이 소설은 갓 제대하고 복학을 준비중인 주인공 오태식이가 대전의 어느 화장품 샵에 취업하게 되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얼빠 사장님 덕에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미인만 있는 축복받은 환경인데 남중-남고-공대-군대 라는 땀내나는 테크트리를 탄 우리의 주인공은 그저 고통받을 뿐입니다. 보는 입장에서는 참으로 행복한 고민 하네 싶습니다만...
그런 주인공에게 상태창이 찾아옵니다. 마침 직업에도 충실한 미용상태창이. 쳐다보기만 해도 상대의 피부 상황을 알려주고 어떤 화장품이 최적인지 알려주는 놀라운 기능의 상태창입니다.
주인공은 상태창을 이용해서 손님도 낚고, 동료와 애정아닌 우정도 쌓아 가며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제가 앞서 소개한 [문구재벌] 이나 [삼겹나라] 와 같이 이번에 소개해 드리는 글도 업계 경력이 있으신 분이 쓰시는 디테일한 직업물 소설입니다. 이름이 오태식인데 얼굴은 80% 박보검에 공대생 답게 가장 좋아하는 옷은 체크남방+청바지인 대환장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 간의 스토리도 좋고, 소재의 디테일이 꽤나 상세한 부분도 볼 만한 부분입니다.
한번 읽어 보시고 여친이나 아내에게 화장품 잡지식 자랑도 한번 해보세요. 물론 오랫동안 화장품을 써온 여성만큼은 안될 지 모르지만 그래도 ‘내가 이만큼 널 생각한다’ 라고 생색내기는 좋지 않겠습니까?
+20.06.05 작가님이 제목을 바꿔 주셨군요. 굿굿
찬성: 
반대: 
난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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