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추천글입니다.
예술고 추천 이후로 생업과 학업을 병행하다보니 웹소설을 첫 화부터 끝까지 정주행한 작품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나마도 모 독자 커뮤니티에서 회자되는 작품들을 읽다가 취향에 안 맞아서 놓은 게 많았지요. 그러다가 야심한 밤, 집필하느라 마신 커피로 인한 불면에 글을 찾아 읽었습니다. 밤이 될수록 사람이 더 감성적으로 되기에 더욱 글의 맛을 맛있게 느끼리라 생각했으니까요.
커뮤니티에서 마침 회자된 제목 무림학교여서일까, 아니면 생업으로 학원물을 연재하는 시점에서 동일 장르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까, 마음이 동하여 무림학교 천재가 되었다를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이 글도 그다지 재밌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활약해야 하는 주인공은 재능이 없는 처지면서도 배후령을 신뢰하지 않고,
성취를 향한 욕구가 있음에도 진취적으로 배후령의 가르침을 구하지도 않았습니다.
웹소는 독자의 대리만족이고 대리만족의 양상은 다양합니다.
그러나 독자들이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점은 유능하거나, 적어도 유능해지고자 분투하는 것이죠.
쉽게 말하면 챙길 건 챙기고, 주는 건 잘 받아먹는 주인공의 진취성이라는 겁니다.
그 점에서는 주인공 이람의 서사는 아쉬웠고 되려 배후령 여진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등선해서 떠난 속세의 그리움과 선계에 있으면서 못 겪은 속세의 경험을 채우려는 욕망에 충실했으니 말입니다.
아마도 초반 8화까지 독자들을 버티게 한 요인은 배후령 여진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담태석과의 비무를 기점으로 주인공이 성장을 향해 진취적으로 바뀌게 됩니다.
사람을 진취적으로 만드는 계기는 흔히 두 가지가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정말 갖고 싶은 걸 발견했거나,
아니면 남에게 부조리를 당한 설움을 설욕하려고 말입니다.
작가는 후자와 여진의 가르침을 조합하여 선기공을 익힌 주인공의 무대를 만들었습니다.
8화에 이르는 기나긴 빌드업이 아쉽지만 그조차도 하기 힘든 빌드업이니 넘어가겠습니다.
이때를 기점으로 하여 주인공이 적극적으로 여진의 가르침을 흡수하려고 합니다.
만화로 했을 때 전극진 작가의 브레이커 1부와 2부의 분기적 변화에 빗댈 수 있겠군요.
그리고 여기서부터 무림학교 천재가 되었다의 특징이 드러납니다.
첫번째 추천글에서 저는 학원물이 판타지와 무협을 소재로 할 때 비현실적이라 몰입이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전문성을 드러내려 해도 결국 작가의 설정놀음에 비하지 않는다고요.
그런데 그 편견을 이 작품에서 깬 느낌입니다.
읽은 무협장르의 폭이 협소하지만 읽었던 것들에 대한 인상은 무협에서 무공은 결국 기술의 박투와 내공 차력쇼로 귀결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무란 무엇인가? 에 대한 무학과 묘리를 다루어본 것은 그다지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 무예철학과 묘리를 다루기에는 웹소독자들은 주인공이 대단한 놈이다라는 걸 느낄 카타르시스를 원했으니까요.
옛날 제가 검술과 궁술을 수련할 때도 스승님께 무학과 묘리를 듣기보단 검 한 번 더 휘두르고 화살 한 번 더 쏘는 게 재밌었으니 말 다했죠.
그런데 이 장르는 무협'학원'물입니다.
결국 박투와 내공 싸움은 당연히 있을 건데 학원물로서 무슨 차별적인 전문성을 둬야 하냐는 거죠.
작가는 그 차별점의 돌파구로서 무예철학에 나름의 설정을 형이상학적으로 녹여낸 것 같습니다.
여진이 의지가 무엇이냐, 기란 무엇이냐, 무공은 무엇이냐라는 삼박자를 적절한 철학적 언어로 서술하니 그걸 듣고 실천하는 주인공에 대한 독자들의 카타르시스도 배가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주인공에게 의지와 기를 가르친 뒤에 여진이 남궁서린의 심마를 없애는 부분에서도 그의 무학을 드러내는 맥락으로 보였고요.
이 외에도 주인공을 기점으로 무림 정점의 인물들이 각자의 이해대로 움직이는 전개에서 기대감을 느꼈습니다. 거물들이 움직일 수록 주인공이 독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줄 무대도 커지니까요. 혹자는 소설 속 엑스트라와 전개가 비슷하다고 하겠지만 독자가 요구하는 것이 비슷하기에 전개도 흡사해진다는 게 제 사견입니다. 앞으로도 읽어볼 가치가 있다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무림학교 천재가 되었다에 대해 요약하자면,
첫째, 주인공 이람과 배후령 여진의 진취적인 모습이 시원스러운 전개를 만든다.
둘째, 작가가 쓰는 장르를 충분히 이해하고 차별점인 전문성을 부여하려고 애쓴다.
셋째, 앞으로 주인공과 배후령의 활동무대는 커질 것이니 기대를 갖고 읽어도 된다.
이상으로 추천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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