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이 말라 비틀어지고 대지마저 갈증에 신음하는 황무지. 방사능에 절어 괴물이 되어버린 변종 오크에게 쫓기는 주인공은, 오늘도 여느 때와 다름 없는 황무지 위에서 그들의 대뇌에 납탄이란 이름의 택배를 초음속으로 배달하고 있습니다.
소설은 주인공의 짧은 일대기로 시작합니다.
원래는 지구인이던 주인공은, 용병으로, 기사로, 그리고 한 명의 마법사로 살아가며 오랜 시간을 거쳐 대마법사라는 지위에 오르게 됩니다.
무력도, 권력도, 재력도, 수명도. 모두 주인공에게는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흔히 말하는 이고깽 판타지 주인공들의 에필로그 같은 삶. 하지만 주인공에게는 한 가지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 하지만 이미 지구보다 판타지 세계에서 산 기간이 더욱 많아진 주인공은 과연 자신이 지구에서 평범한 한 명의 시민으로 살던 그 때로 돌아갈 수 있을지 망설이던 그때. 어찌된 영문인지 꼭 주인공의 마음을 읽은 듯 판타지 세계와 지구를 잇는 게이트가 생겨납니다.
하지만 지구도 주인공도, 서로를 받아들이기엔 너무나 많은 변화를 겪었죠. 결국 주인공은 지구로의 귀환을 포기하고 다시 게이트를 통해 판타지 세계로 돌아오지만, 돌아온 그 즉시 발생한 이변을 깨닫습니다.
지구와 판타지를 잇는 게이트의 숫자가, 너무나도 많다는 것.
그때부터 두 세계는 서로의 브레이크를 잡아 뽑아버리고, 그야말로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종국을 향해 달립니다.
신대륙의 자원과 땅을 탐내는 지구.
미지의 문물을 배척하는 판타지.
서로가 양보했다면 훨씬 나은 결말을 맞이했을지도 모르는 두 세계는, 결국 전쟁이란 이름의 파국을 맞이합니다. 서로 양보하기에 너무 늦었다면, 남은 수단은 상대에게 양보를 강요하는 것 뿐이었죠.
그때까지 어느 한쪽의 편에 서는 것을 망설이던 주인공이었지만, 어느 날 그를 습격해온 지구인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죽인 그날부터 주인공은 판타지 세계의 편에 설 것을 결심합니다.
그렇게 참혹한 전쟁의 시간이 흘러 소드마스터가 한 나라의 도시를 초토화시키고, 특수부대의 저격이 국왕을 시해하는 시점에 이르렀을 때. 결국 그 피해를 감수할 수 없었던 지구는 특단의 대책을 결행하기에 이릅니다.
소설의 제목 그대로, 판타지에 핵을 떨궈버린 것이죠.
결국 전쟁은 서로에게 상처만 남긴 채 막을 내렸으나, 방사능에 절여진 땅 위에서라도 살아남은 이들은 살아야 합니다. 그건 한때 지구인이었으나, 지금은 전직 대마법사 유논이 된 주인공 또한 예외가 아닙니다.
이 소설, ‘판타지에 핵이 떨어졌다‘는 전쟁의 종결 이후 15년이 지난 판타지 세계에서 주인공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언뜻 보면 ‘게임4판타지’와 비슷한 세계관처럼 보이지만, 이 소설의 세계관은 거기서 정말로 선을 넘어버렸을 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죠.
매력적인 필력과, 정말로 판타지 세계관을 전세계적인 핵폭탄 전쟁 이후의 세계를 그린 게임인 폴아웃처럼 만들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싶은, 굉장히 심도 깊은 설정들과 매력적인 캐릭터들은 독자 여러분들에게 충분한 재미를 드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온갖 변종 괴물들이 들끓는 황무지를 걷는 전직 대마법사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 ‘판타지에 핵이 떨어졌다’.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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