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묻히기엔 참 아까운 소설이라 추천합니다. 저처럼 귀신 얘기, 공포 미스테리 선호하시는 분들은 마음에 들겁니다. 사회의 어두운 면을 들추는 에피소드들을 보면 가프님의 빠라끌리또 비슷해요. 그거보단 덜 먼치킨이지만.
줄거리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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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아재는 게임회사 꾸리다가 실패하고 빚이 쌓였습니다. 처자식 건사하기도 힘든 처지에 빚 독촉 전화만 자꾸 오니 순간 멘붕해서 어릴 적 자주 가던 절벽 위로 올라 자살을 시도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날, 그 절벽엔 하필 유래없이 큰 신이 자신의 아내가 될 인간 여자를 찾아오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산행인들의 출입을 막으려 금줄로 막아놓은 상태였죠.
그 금줄을 ‘아니 나 죽으러 가야하는데 뭔 줄이 여기 묶여있어?’ 하고 대수롭잖게 넘어가버린 아재. 순간 분노한 큰 손님 (큰 신이라는 뜻인 것 같은데, 정체를 모르겠습니다. 바닷가인 걸 봐서 용왕일까요?)은 절벽 아래로 퓨우우우~ 낙하하는 아재를 낚아채어 뭐 이딴 걸로 죽으려는 놈이 다 있누? 하면서 일단 살려줍니다. 뭐, 뚝배기 깨지고 기억 좀 잃었긴 한데, 절벽에서 뛰어놓고 이 정도면 선방한 거죠.
병원에서 내가 누규? 하고 어리벙벙하게 깨어난 아재는 귀신을 보게 됩니다. 그런 아재를 찾아온 아가씨가 있었으니.... 바로 아재가 뛰어내린 그날, 큰 손님을 맞아 아내가 되었어야 할 아가씨였습니다. (아가씨는 20대. 큰 손님은 수염 길게 기른 할아버지 모습.... 이런 도둑놈 +_+)
이 아가씨는 그 큰 손님을 예전에 맞아들였어야 할 운명이었는데 어머니가 대신 목숨을 걸고 막으며 20년의 세월을 벌었고, 그 시간이 드디어 임박했는데 이 찌질한 아재가 자살시도하는 바람에 무슨 이유에서인지 큰 손님이 띄용, 하고 봉인되어버렸죠. 한 마디로 신에게 인생 저당잡히려다 아재 덕에 자유롭게 되었다, 이 말입니다. 숨겨진 뒷 얘기가 있을 것 같긴 한데 그건 차차 알아서 읽어보시는 게 낫겠습니다.
아무튼 그 뒤로 아재는 억울한 귀신들을 만나 접촉하면 귀신이 죽을 당시의 일을 볼 수 있고 그 기억에 간섭할 수 있는 힘을 지니게 됩니다. 아재를 살린 큰 신의 힘이 흘러들어온 것 같다... 고 아가씨와 아가씨의 영험한 무당할머니가 설명은 하는데 사실 전 이 능력보다는, 귀신을 성불 시킬 때마다 가족의 통장에 돈이 쑥쑥 박힌다는 게 저 같은 소시민에겐 더 대단해 보입니다. (귀신짜응....나듀 댁들 보고 싶다능....8_8 )
장점: 잔잔하게 흘러가는 에피소드가 은근 힐링이라 아빠미소 짓게 만듭니다. 각박한 세상에 짓눌려 실패한 가장이 이렇게라도 돈을 벌게 되고 가정을 건사하게 되는 과정이 대리만족되고요. 대단한 성공은 아니지만, 귀신의 한을 풀어준다는 것 자체가 좋네요.
주연급인 아가씨가 히로인이 아닌 것 같아서 저는 마음에 듭니다. 이미 가정이 있는 아재에게 아가씨가 생명의 은인, 운운하면서 나대거나 치댔으면 바로 손절했을 텐데 작가님이 저처럼 결벽증이 있으신 듯 두 남녀의 관계가 깔끔하고 보통의 삼촌 조카 처럼 티키타카 오가는 게 괜스레 흐뭇합니다.
단점 : 나쁘진 않은 문장력인데 간혹 거슬릴 때가 있습니다. 3인칭에서 갑자기 1인칭으로 바뀌는데 그 중간에 완충문장이 없다는 점 등등. 혹은 작가님만 아는 얘기인 것 같은데 독자에게 설명되기도 전에 훌쩍 뛰어넘는다던가, 이미 충분히 설명 된 것 같은데 일상 감정을 약간 늘려서 서술한다던가..
하지만 뒤로 갈수록 사건 위주가 되어가면서 긴장감이 형성되니 볼 만합니다.
일단 이 소설은 사이다소설이 아닙니다. 팍팍 튀기는 탄산이 음서요. 종편에서나 나올법한 잔잔한 드라마물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래서인가 선호작수가 음청 낮음.... (아이고, 작가님...)
그래도 이게 이렇게 낮을 정도인가, 하고 고개 한번 기우뚱하게 되는 소설입니다. 영화로 치면 쏘우 말고 식스센스나 케이트 블란쳇 나오는 기프트 같은... 드라마 공포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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