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치킨 무인. 조금은 식상한 소재일까요?
신무협 특유의 시원시원하고 막힘 없는 감성은 글을 술술 읽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주인공은 도덕적으로 완성된 존재가 아니어도 언제나 멋지고 당당하기에 보기만 해도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지요.
하지만 소재를 꼭 움켜쥐고도 꼼꼼하고 느릿하게 서사를 풀어나갈 수도 있습니다.
글을 읽어나가며 자연스럽게 캐릭터들과 대화를 하게 되고, 사건을 천천히 이해하며 몰입하기에 좋습니다.
[천하무적 운가장]이 딱 그런 느낌입니다.
혈천교의 시대를 끝낸 무황, 천 번의 비무에서 승리한 검황, 핍박받던 사파의 구세주 사황.
무림은 이 삼황이 나눠 지배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삼황의 스승으로, 그들이 어릴 때 거두어 먹이고 입히고 가르친 불사자입니다.
스스로도 자신의 정체를 잘 모르는 주인공.
그를 통해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어느 정도 답답한 기분을 느낄 구석은 꽤나 있습니다.
자신의 정체나 실력을 굳이 내보이지 않는 인물이 주인공이면 항상 마주하는 그런 상황들이 몇 번이고 나옵니다.
하지만 인품 좋은 캐릭터들과 따뜻한 서술은 그런 답답함을 덮어버리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주인공 운천룡이 보여주는 사랑과 주변 인물들이 보여주는 다정한 모습이 읽는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어줍니다.
다만 그 반동인지 전투 장면은 살짝 몰입감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재회, 만남, 인물간의 관계에 집중하다가 전투씬이 나오는 회차를 보다보면, 다른 무협 소설들과 다르지 않은 서술인데도 뭔가 어색하게 느껴지는 감이 없잖이 있습니다.
물론 그것이 글의 가치를 떨어뜨리지는 않습니다.
사건들은 쉽게 읽히고 잔잔한 감동이 있습니다. 무협 웹소설 특유의 낯간지러운 표현들 탓에 오그라드는 면이 있지만, 여유를 가지고 따라가기에 좋습니다.
작품 댓글 중 K*** 님께서 남긴 댓글이 와닿았습니다.
“완결편 그 이후의 이야기라 더 좋네요”
강호에서 물러난 노고수의 이야기가 새로 시작되는 느낌.
아니면 이미 완결이 난 소설의 뒷이야기를 보는 느낌.
상당히 좋습니다.
‘사부물’은 찾아보면 꽤나 있습니다.
게중 몇몇 작품들은 제자를 키움과 동시에 사부가 무쌍을 찍고 멋대로 행동하는 거북한 전개가 연발되기도 합니다.
주인공의 강함을 논하는 것도 좋지만 그것으로 인해 중심주제가 흔들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 꺼려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으나 두고 볼 일인 것 같습니다.
부드럽되 밋밋하지 않은 감성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천하무적 운가장] 추천드립니다.
찬성: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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