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들린 제작자는 ‘미래의 송건제’가
작중 주인공인 송건제에 빙의(?)하여 벌어지는 일을 풀어내는 작품이다.
필자는 ’귀신 들린 제작자‘(이하 이 작품)가,
여러 유료연재작 중에서 돈을 써도 괜찮은 작품이라 생각한다.
그 이유를 아래에 서술하겠다.
1. 적당히 강한 주인공과, 힘을 부여(?)받은 조연들.
거의 모든 유료연재작의 전제가 있다.
‘엄청나게 강한 주인공.’
굳이 물리적으로 강하지 않아도 된다. 어떤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면 그것이 바로 ‘엄청나게 강한 주인공’이며, 소위 먼치킨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주인공이 그렇게까지 강하지 않다.
작중의 주인공은 ‘귀신’에게 각종의 조언을 받고 행동을 한다. 그리고 대외적으론 김 선배(김준성)와 김수향이란 조연이 여러 활약을 한다. 하나 둘씩 주인공 주변에 모이는 조연들이 나름의 힘을 부여받고. 어떤 난관을 해결해 나간다. 이는 주인공을 신의 영역이 아닌 인간의 영역으로 끌어내리게 한다.
이를 통해 작품의 개연성을 상당히 부여하고 독자에게 글에 집중하도록 만든다. 그리고 독자는 인간의 영역에 있는 주인공 혹은 조연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투사한다.
2. 감질나게, 그러나 개연성을 부여하여.
문피아의 수많은 유료연재작 작가들이 하는 착각이 있다. 주인공이 무지막지하게 강해야 하며, 이를 통해 어떤 문제를 화끈하게 해결해야 한다는 착각 말이다.
물론 그런 전개방식은 재미있다.
단, 초반에만.
불도저식 전개가 계속 반복되면 독자는 기시감과 피로감을 느낀다. 그렇게 독자는 관성적으로 작품을 보게 되고, 어느 순간 도저히 안 되겠다는 심정으로 작가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이 작품의 주인공의 능력치는, 초반에는 무척이나 낮은 편이다. 그러나 귀신의 도움으로 차츰 자신의 능력을 키워나간다. 그리고 중반에 접어든 지금은, 자기 스스로 어떤 난관을 헤쳐 나가는 경우가 많다.
작중에서 등장하는 '빌리어네어 필름'역시, 처음엔 무척이나 약소한 조직이다. 그러나 여러 과업들을 해결하며 사람들을 모으고 강해진다. 그리고 주인공과 김 선배가 목표로 한 몇몇 철학적 가치들을 달성해 나가고 있다.
문학 작품에서의 개연성이란, 설득력을 의미한다. 작중의 작품 전개과정이 현실 혹은 작중세계에서 일어날 지도 모른다고,독자가 납득을 하게 만드는 힘이다.
이는 수학의 엄밀한 논리전개와는 거리가 있다. 그리고 사회학이나 법학 등의 사회과학의 논리와도 조금 거리가 있다. 무언가 체계적으로 설명하긴 힘들지만, 약간 읽었을 때 '이거 그럴듯 한데'라고 순간적으로 독자가 납득하게 만드는 힘. 그것이 개연성이다.
이 작품은, 능력을 키워 나가고, 그렇게 조직을 키워 나가는 과정이 감질난다. 그러나 그렇기에 개연성이 있다. 사람들이 차츰 모이고, 그들이 감정과 이성에 근거하여, 서로의 개성을 살려 여러 난관 혹은 과업들을 해결한다. 그 과정에서 작품의 개연성이 부여된다.
개연성이 부여된 작품은 그 자체로 흡입력이 있다.
3. 복선의 제시와 회수.
작품은 개연성이 있어야 하나, 그렇다고 개연성만 있어서는 안 된다. 작중의 여러 장치들이 독자들을 재미있게 해 줘야 한다. 그 장치 중 하나가 복선이다.
즉, 과거에 제시된 어떤 요소가 갑자기 미래에 등장하는데, '아 이거!'하면서 독자에게 수수께끼를 푸는 듯한 느낌을 주게 한다. 작품을 살펴보면 복선 같지 않은 각종 요소들이 등장하는데, 뒤에 갑자기 등장하는 것들이 있다. 주의 깊게 읽지 않으면 찾기 힘든 요소지만, 나름대로 또 다른 재미를 부여하는 장치다.
(미래의 귀신 송건제와 현재의 송건제는 동일한 인물일까? 같은 세계의 사람일까? 이와 관련한 복선들도 존재한다.)
4. 중심이야기에 집중, 곁다리로 액자식 구성.
모든 것을 잘 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잘 하는 것에 집중하여야 한다.
이 작품은 '주인공이 영화와 드라마 등을 만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결코 '연애 이야기'도, '자산 증식사업'도 아니다. 물론 곁가지 이야기들이 나올 수는 있지만, 그것은 아주 약간의 양념 이상도 이하도 되어선 안 된다. 왜냐하면 중심 이야기가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작품은 현재까진 그 기본을 지켜나가려 노력하고 있다.
또한 절묘하게도, 영화와 드라마라는 주제 덕분에 쓸 수 있는 요소가 있다.
소위 '액자식 구성'이다. 작중작이란 표현을 쓰기도 한다.
주인공은 귀신의 도움을 받아, 나중엔 자신의 능력을 키워 각종의 시나리오를 표출한다. 그리고 이를 영화와 드라마 등의 표현방식으로 세상에 제시한다.
그런 까닭에, 그 시나리오들의 내용이 개략적으로 작품에 제시된다. 그런데 그 부분이 나름대로 재미가 난다. 내용이 그럴듯하고, 머리 속에 그림이 그려진다. 액자식 구성은 함부로 손 대기가 힘든 영역인데, 이를 절묘하게 사용한 것이다.
(필자는 이 작품을 보면서, 작품의 작가가 국문학과나 문예창작과 등을 다니거나 그에 준하는 학습과정을 거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글의 내용은 문피아의 트렌드에 어느정도 부합하나, 각종의 작품 장치들이 속된 말로 '클래식'이다. 이는 뛰어난 재능이 있던가, 관련 분야에서 혹독한 훈련을 거쳐야만 작품에 녹여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작가는 전업 혹은 부업 형식으로 각종의 작품을 써 오다, 여기에 작품을 투고한 것이 아닌가 싶다. 판타지적 개념을 자신이 보유한 시놉시스에 조금만 결합하면, 작품 하나가 만들어지니까.)
5. 만담.
김 선배와 주인공이 각종의 '개드립'을 펼쳐내는 것도 나름대로 볼만하다. 뜬금포라 하면 좋을까?
그 외에도 여러 요소가 있겠으나, 필자가 생각하는 이 작품의 장점은 이 정도로 추려볼 수 있다.
그러나 단점 혹은 우려되는 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1. 쓸데없는 분량 늘리기.
동일한 의미라면, 짧은 단어가 좋다. 만연체보단 간결체가 좋다. 쓸데없는 문장은 없애버려야 한다. 글의 분량을 줄여야 한다.
필자는 이 말들을 알고 있다.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힘들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이에 대해 거의 말하지 않는다. 나도 하기 힘든 영역이니까.
그러나 내 돈을 받은 사람에겐 이 말을 해도 될 것 같다.
각종의 만담, 각종의 내용들 중, 굳이 쓰지 않아도 될 것들이 상당히 보인다. 작가도 이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러나 더 고민해야 한다. 양이 많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짧아도 여운이 남아야 하며, 독자에게 설득력있게 다가가야 한다. 장사 하루이틀 할 것 아니라면 말이다. 어디가 쓸 데 없는 내용이고, 어디가 쓸 데 있는 내용인지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작가의 역량이다.
2.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고, 점점 판을 키우고 있음.
작품을 제시하고 이를 성공시키는 것이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이는 점점 독자들에게 피로감을 줄 가능성이 있다. 또한 각종의 인물들이 더더욱 많이 늘어나고 판이 커지고 있다. 이 작품은 영화와 드라마를 만드는 과정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 작품이다. 그리고 곁가지가 많을수록 독자의 집중력은 흐트러진다.
3. 불성실 연재.
글을 매일 연재하라고는 하지 않겠다. 그러나 일정 주기를 가지고 그 시간 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써 내야 한다. 써 낼 수 없다면, 미리 써놓기라도 해야 한다.
이것 역시 작가의 역량이다. 불성실 연재는 독자에게 지독한 피로감을 부여한다.
이러한 문제점이 있긴 하나, 위에 서술한 장점이 돋보이게 뛰어나기 때문에 필자는 ‘귀신 들린 제작자’를 강력히 추천한다.
단점 없는 작품은 없다. 그러나 장점이 충분히 강하면 이를 상쇄하고 독자에게 설득력있게 다가갈 수 있다. 그렇기에 필자는 이 작품이 돈 주고 봐도 충분히 괜찮다고 생각한다.
p.s: 독자의 조언(?)
이 작품을 돈 주고 모두 따라붙은 독자로서, 한 가지만 조언하고 싶다. 작품의 끝을 확실하게 설정하고, 분량을 정해 칼같이 끊어버리고, 작품을 끝맺는 것이 좋다.
작품이 여운이 남는다면 독자들은 그 작가가 누군지 기억하고 다음 작품도 따라붙는다. 그러나 작품이 짜증을 부여하면 독자들은 그 작가가 누군지 기억하고 다음 작품에 따라붙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신뢰성이고 이름값이다.
p.s2:
그동안 추천글을 쓰는 것을 많이 망설였다. 쓰고도 올리지 않고 지워버린 추천글이 몇 개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추천글, 특히나 유료연재를 하는 글을 추천하는 경우엔 다른 사람에게 ‘돈을 써도 된다’라는 뜻을 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천글을 올리려는 시점에서, 해당 작품을 까다롭게 검토해보면, 글이 붕괴하고 있다는 결론이 나왔었다. 그리고 그 작품의 결말을 보면, 초라한 구매수와 함께 초라한 끝을 맺었다.
장사를 그 작품만 하고 접는다면 모르겠다.
그러나 앞으로도 장사를 할 것이라면,
꼼수를 쓸 것이 아니라 정석적으로 그리고 압축적으로 글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은 글쟁이의 사명이기 이전에 돈을 받고 무언가를 파는 자의 사명이다.
Comment '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