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가 보통 SF라는 단어를 보면
우주, 레이저무기, 초과학, 타임머신, 물리학, 로봇
뭐 이런 단어를 생각하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20세기 최고의 SF 작가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SF의 정의를 고려하면
SF라는 개념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쓰여진 셰익스피어의 소설조차
SF라고 할 수 있을 만큼 SF의 범위는 광대합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지금 이 추천글을 쓰는 현재
문피아 무료 투베 20에 오른 글 중에
나 혼자 검술상점, 믿고 보는 봉감독님 빼곤 전부 SF라고 할 수 있죠
SF의 정의가
“과학적 방법론을 도입해 허구를 가능한 한 현실적으로 그려내는 것”
이니까 현대의 거의 모든 판타지는 SF에 포함된다 말할 수 있겠습니다
2. 뭐 제가 SF 예찬론을 펼치고자 하는 건 아닙니다
단지 이렇게 광대한 SF라도 대개 몇가지 클리셰가 있다는 점인데요
그 중 하나가 바로 인간가축입니다
인간보다 고등한 존재에 의해 짖밟힌 인간이
애완동물 및 가축으로 영락하는 내용의 이야기는
SF 대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디스토피아 테마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인간보다 고등한 존재를 그려내기 힘들기 때문에
(정확히 말하자면 사실상 반쯤 획일화되어 새로운 아이디어가 안나오기 때문에)
그리고 현대 장르문학 특성상 사이다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 클리셰는 제대로 변주되지 않고 그저 고전으로만 남아있습니다
과거로 돌아가는 클리셰가 아예 대체역사라는 대규모 장르로 분화되고
나아가 전생물, 무한회귀물 등의 변주까지 이루어진 것과 비교하면
좀 안타까운 일이었죠
3. 그런 면에서 고구마명가님이 쓴
[내가 키우던 고양이가 왜인지 세계를 정복해버렸다]는 기대작 중 하나입니다
필명부터가 고구마명가라 그런지 주제는 참 잘 잡았다고 봅니다
거기에 요즘 유행하는 요소까지 잘 섞었지요
‘시스템’과 ‘탑 등반’
특별히 인간보다 고등한 존재를 불러올 필요 없이
그냥 지구 상 모든 동물에게 선택적으로
시스템과 탑 등반의 권리를 부여해
인류의 대적을 손쉽게 만들어냈다는 점은 참 제가 봐도 대단한 한 수입니다
그린스킨을 통해 판타지 속 몬스터들에게도
시스템을 때려박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열렸음에도
한참동안 그쪽 테마가 유행하지 않았죠
스켈레톤이라던지 마족이라던지 식물이라던지 등등이
한정적으로 시스템을 가져가긴 했지만
대개 주인공, 그 근저 몇몇만 부여받았을 뿐
종족 전체가 이능을 갖게 된 사례는 거의 없었습니다
(두어편 있긴 했는데......망해서.....)
4. 그렇기 때문에 인간을 제외한 모든 동물에게 등탑의 권리가 주어진 건
참 재밌어 보이는 이야깁니다
인간은 동물에게 어떻게든 지지 않으려고
시스템을 강탈해 강제주입하는 식으로 버텼지만 실패하고
인류 최후의 레지스탕스의 대장이
동물들의 최종보스이자 자신의 전 애완동물인 “냥이”의
애완 인간이 되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고작 열 두편(글자수로 6만7천자) 밖에 연재가 안되었지만
상당히 기대가 됩니다
5. 다른 장점도 좀 설명해드려야지 싶은데 이건 장점보단
몇몇 분들껜 단점같네요
제목에서부터 냄새를 맡으셨겠지만 이야기의 집필방향은 라노베에 가깝습니다
즉 스토리라인과 구조적 서사보다는
캐릭터의 활력과 캐릭터 간 시너지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이런 라노베적 소설은 잘 쓰면 인물 하나하나가 살아숨쉬게 되지만
(때문에 저는 서유기를 동아시아 최초의 라노베로 봅니다)
반대로 인물 중 어느 하나라도 공감할 수 없는 인물이 생기면
이야기 전체의 흥미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지요
그런데 이 글은 테마부터가 고구마를 안 줄 수가 없는 테마잖습니까?
고작 바람과 별무리 수준의 고구마도 이기지 못하는
문피아의 평균적인 사이다 선호도를 고려했을 때
“가축으로 무시당하는 주인공”에게 과연 몰입하실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여튼 저는
주인공이나, “냥이”나 둘 다 아주 잘 만든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냥이는 아주 클리셰스럽고 좋네요
결론
작가의 필명을 보고도 용기가 생기며
라노베 감성을 이겨낼 수 있는 분들께
이 글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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