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좋았다. 아니, 최근 읽어본 무협 중에는 가장 좋았다. 묘엽 작가는 너클볼을 읽은 적이 있어서 알고 있던 스포츠 전문 작가라고 생각했었다. 만류귀종이다. 야구도 잘하는 사람이 잘하듯 소설도 결국 잘 쓰는 사람이 잘 쓴다.
무협은 읽는 것에도 진입장벽이 존재한다.
종교적 색채를 띈 구파와 오대 세가, 명나라 시대의 황국의 생활이나 사회상, 중국 각 성의 지리적 특성을 알지 못하면, 무협을 제대로 즐길 수 없다. 현재까지로는 제목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좋은 화산파 역대급 천재가 특히 좋았던 것은 무협의 정체성 중 하나인 성장물의 형식을 따르면서도 꿈에서 사조가 빙의된다는 쉬운 길을 선택하면서도 그저 무조건 이긴다는 바보 같은 전제를 쉽게 선택하지 않았다는 것에 있다.
화산파 역대급 천재가 다루고 있는 소설적 주제는 이문열 작가의 금시조와 비슷한 면이 있다.
주인공 백운호가 사조 목운평으로부터 배워서 익히는 검은 검종지보다.
작중 화산파는 무공을 익히는 두 개의 길이 존재한다. 하나는 선심후수이고, 다른 쪽이 검술일성이다. 선심후수는 강력한 내공을 바탕으로 무공을 펼치는 것을 말하고, 검술일성은 검술의 극의를 익혀 기술로서 내공을 극복하는 기술인 것이다.
금시조에서의 서도를 중요시하는 석담 선생과 기예를 중요시하는 제자 고죽의 고민과도 같다. 두 소설은 모두 기술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도에 이르는 방편으로 천재들만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기술의 극의를 이루는 것이라는 목표점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1권의 말미까지 이르는 부분인 22화까지는 주인공 백운호가 백운호에 빙의된 대사조 목운평에게 검종지보를 배우는 것이 주내용이고, 23화부터는 백운호가 선심후수의 대표자 격인 장문인과 재무각주의 음모에 따라 외부행을 나서는 내용으로 전개되고 있다.
아쉬운 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주인공을 제외하고, 주변의 인물들은 제자에 대한 사랑과 질투를 함께 보이는 사부인 공야찬을 제외하면 모두 성격이 평면적이다. 물론, 쉽게 소설을 읽히려는 목적에서일 테지만 22화 말미의 장문인과 재무각주의 대화는 흥미진진하게 읽어가던 글의 재미를 뚝 떨어뜨리기도 했다.
하지만, 어쨌거나 화산파 역대급 천재는 문자향과 서권기라는 정통무협의 향기를 품고 있으면서도, 천재가 성장해서 패도를 이룬다는 무협의 근본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좋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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