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대체역사물을 좋아하지만, 잘쓴 대체역사물을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대체 역사물을 쓴다는 것은 하나의 도전이나 마찬가지인데, 대체 역사물이라는 자체가 몇 가지 요소를 필수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역시 스토리가 잘 빠져야 한다. 읽는 맛이 없는 설명조의 글은 역사학도가 아니라면 읽기 힘이 들기 마련이니까.
두 번째는 역시 만족감이다. 역사물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웅으로 되돌아간 주인공이 훌륭한 일을 해내서, 위기에 빠진 나라를 다시 세우거나, 대 제국으로 만들어 내는 스토리를 좋아한다.
이 두 번째 이유로 주로 나오는 대체 역사물들의 주인공은 대략 네 개의 시대에 집중되는데, 보통은 세종시대, 선조시대, 인조시대와 고종시대다.
조선 이전의 대체 역사물이 적은 것은 두 가지 요인이라 생각되는데, 하나는 조선 전의 역사는 남아있는 역사서가 적어서 작가가 참고할만한 사료가 적은 문제가 있고, 다른 하나는 조선 역사를 주구장창 배우는 독자들의 머리 속에 그나마 조선시대가 가장 머릿속으로 구현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든 세종은 그냥 대체 역사물이어서 읽었다.
특별한 기대없이 읽었지만, 두 가지 면에서 흥미를 끌었다.
첫 번째는 스마트폰으로 미래의 역사와 사물들, 철학과 지리를 주인공인 세종이 검색해서 알 수 있다는 개연성의 확보다.
좋아하는 소설인 블랙기업 조선의 초반 헛점이라 생각했던 것은, 역덕이나 잡덕인 주인공이 세종의 아들인 문종으로 현신해서 너무나 많은 부분을 알고 있고, 거의 대부분의 문제를 주인공의 미래 지식으로 해결한다는 점이었다.
사실, 블랙기업 조선의 문종처럼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은 없다. 작가가 공부를 아주 열심히 하시는 분이어서, 추가되는 자료가 많아질수록 뭔가 어색해지는 마음을 감추기 어려웠다.
이 소설은 그런 부분을 아예 스마트폰이라는 컴퓨터와 같은 기기를 사용하는 것을 설정함으로써 벗어날 수 있었다. 지도 어플리케이션이나 팝업 광고 같은 재미 요소를 가끔 등장시키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다른 한 가지 면은 역시 고증이나 개연성의 확보가 뛰어나다는 점이었다.
최근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작가들이 공부를 게을리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극단적인 사이다를 요구하는 분위기, 복잡한 글은 선호하지 않는 대중의 취향을 맞추기 위해 장르 소설은 점점 비슷해지거나, 열화되고 있다.
이 문제는 작가의 수입과 그대로 연결되는 부분이어서, 사실상 고칠 수도 없다.
난 그저 시간 때우기 용으로 소설을 읽으니까. 너무 복잡한 글을 싫어라던가. 장르 소설인데, 무슨 특수능력이 하나도 없어? 스포츠 소설인데, 주인공 팀이 지네 같은 바보같은 소리가 늘어갈수록, 좋은 글을 찾는 것은 어려워지게 된다. 안타까운일이다.
작가에게 1000만 원을 벌 수 있는 바보같은 소설을 두고, 네 마음대로 글을 쓰되 50만 원만 벌어라고 할 수도 없는 문제다.
딱 이 정도의 균형을 가진 작품만이라도 계속 써줬으면 한다.
글이 무너지지만 않는다면, 스마트폰을 든 세종은 유료화가 진행되더라도 따라갈만한 소설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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