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의 매력 포인트는 삼국지 현장중계급 시대묘사, 필력 좋음, 관우시점 입니다. 특히 시대묘사 부분은 거의 그 시대의 라이브방송 보는 기분이 들 정도입니다.
이 작품은 관우 한 캐릭터에 초집중을 한 소설입니다. 내가 모르던 관우, 연의에 없는 관우, 알고는 있었는데 그 성격이 이렇게 나왔나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등 재미있는 요소가 참 많습니다. 참, 이곳 관우는 현대인의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소설에서 확인하세요!
연재 31편동안 얼마나 관우 한 캐릭터에 집중을 했냐하면, 연의에서 관우가 첫 등장을 하던 때가 유주에서 유비 장비랑 만날때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 작품에선 아직 관우가 유주에 가지도 않았습니다.
아예 첫 에피소드 자체가 정사에서 언급되었다는 ‘관우는 유주 탁군으로 도망쳐왔다.’이 한문장으로부터 비롯된 사건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현장(≒사또)과 관병들을 조지고 관씨촌의 둘도없는 영웅이 된 관우는 정사에서처럼 도주생활을 시작합니다. 관우 혼자 있으면 그냥 걷거나 싸움질만 했을텐데 귀~~여운 소방이와 일 잘하는 주창과 함께여서 재미도 감동도 두배로 받을 수 있습니다. 혹시 관우가 별로시면 소방이를 보러 오세요. 말잘듣고 귀엽고 씩씩한데다 착하기까지 합니다.
작중 관우에 집중하다 보면 마치 개량음식을 맛보는거 같아요. ’모두가 아는 맛‘인 관우라는 캐릭터 덩어리를 잘 손질해, 연의와 정사에 기반한 작가님의 해석을 뿌려가면서 훌륭한 필력으로 구운 뒤, 마지막으로 인물심리를 오랫동안 숙성시킨 소스처럼 부어낸 먹음직스런 요리 한차림 같습니다. (아...아직도 여기 계시다니 빨리 보러가세요 휴먼 :D)
아래는 제가 뼈를 묻게 만든 필력 맛보기입니다. 문제시 삭제.
내가 망설이는 동안 마침내 그의 애타는 눈이 내게 향했다. 사내의 얼굴은 삽시간에 굳어버렸다. 그는 부들부들 떨면서 천천히 다가왔다. 그의 시선이 내 등 너머에 못 박혔다. 나는 더 이상 미룰 도리가 없어 잠자코 소녀를 깔개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사내는 바닥에 누운 큰딸의 처참한 얼굴을 가타부타 말도 없이 한참 동안 들여다보았다. 그는 딸아이의 엉망이 된 얼굴을 어루만졌다. 딸의 이마를 쓸어 머릿결을 넘겨주고는 뺨을 토닥이며 기도하듯 아이의 손을 쥐고 고개를 숙였다. 사내는 소리도 내지 않고 울고 있었다. 나는 그 애끓는 부정을 차마 더 볼 수가 없어 고개를 돌렸다.
(현장에게 끌려갔다가 돌아온 딸을 맞이한 사내. 저는 이 대목에서 작품에 뼈를 묻기로 결심했습니다.)
보시다시피 당시 시대의 처참함이 잘 드러나있습니다. 현대인의 시각을 가진 관우가 바라본 삼국지 시대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앞서 비유한 ‘오랫동안 숙성시키는’ 점이 있는 소설이기 때문에 입맛에 맞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대신 이 작품은 인물 하나의 심리와 행동, 변화와 갈등에 의문이 들만한 요소가 없습니다. 시대상황이나 성격을 스토리 진행 중에 알아듣기 쉽게, 너무 무겁지 않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설명해주거든요.
그리고 분량! 분량이 보배입니다. 편 당 분량이 참 많아요. 읽다 보면 뛰어난 필력과 길고 긴 분량에 30여 편을 50편처럼 볼 수 있습니다. 좀 긴데?하다가 집중 시작하면 순식간에 다 읽습니다 너무 재밋졍!
최근 작가님이 하루 두 편씩 연재하시는 듯합니다. 너무 달리시는 것 같아 걱정되네요.
열심히 쓰긴 했는데 읽기만 하던 사람이라 두서가 없습니다. 양해부탁드려요. :)
에브리바디 주말 마무리 잘 하시고 즐독하십시오.
Comment '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