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로 소개해드리는 작품은 “그 드라마의 15화”입니다.
처음엔 제목을 보고 배우물 혹은 작가물인줄 알았는데,
아니라서 깜짝 놀랐습니다.
드라마에 빙의한 주인공이 초능력자가 돼서 싸우는 얘기입니다.
여기까지면 뭐,
‘책이 아니라 드라마일뿐 흔한 소재네-’
라고 생각하실텐데...
그런데 나오는 괴물들이 저희가 잘 아는 것들입니다.
드래곤, 엘프, 오크 이런 거 말고
각종 설화나 민담에서 나오는 청룡, 해태, 백호 이런 거요.
미묘하게 참신한 듯 아닌 듯 톤이 잘 잡힌 작품이라
몇 가지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소개해볼까 합니다.
저번 편과 마찬가지로 스포가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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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평행세계에 떨어졌다면 어떨까요?
그것도 현대에서 본 적이 없던 능력자와 괴물들이 있는 세상-
심지어 친구들도 없고,
원래 세계에서 나와 같이 한집을 쓰던 가족마저 죽어 버린,
거기다 멸망이 예견된 세상이라면 말이죠.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아마 작 중 주인공처럼 계속해서 가족들의 번호를 눌러 볼 겁니다.
보통은 절망할 테고, 어떻게 해서든 돌아가겠다고 결심하겠죠.
그리고 작품 분위기는 어둡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 영문 모를 드라마 세계에 떨어지고 사흘 째.
서울시가 파괴되는 엔딩만큼은 피하고 싶다. 나는 살아서 돌아가야 한다. 정해영 등짝을 때리기 위해서라도.
주인공이 떨어진 세상은 동생(정해영)이 빠져 살던 드라마 세계였고,
원래 세계와 드라마 세계의 괴리감을 느낄 때마다
속으로 동생을 계속 생각합니다. 이런 식으로요.
나는 박서원과 친해지고 싶지 않다. 박서원의 성품 문제도 있지만, 걔를 보면 정해영의 목소리가 자꾸 떠올랐다.
'내 새끼 너무 잘생겼어!!!'
'내 새끼는 이슬만 먹고 사는 걸까?!'
'내 새끼는 숨만 쉬어도 완벽해!!!'
······자고로 여동생은 오래된 원수인 법이다.
‘등짝을 때려주겠다’거나 ‘거지 같은 드라마만 쳐보고 앉았다’라거나 하는 소리는
세상 대부분 오빠들이 그렇듯,
애정이 담긴, 습관처럼 하는 투덜거림에 지나지 않습니다.
심각한 상황을 절망적이지 않게 대하는 주인공의 이런 태도가
이 작품을 가볍고 재밌게 읽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입니다.
거기다 책 속 세상이 아니라 드라마 세계라 생기는 요소도 재밌습니다.
원래 세계에서는 드라마에서나 나오던 연예인들과(심지어 국민 배우도!)
드라마 세계에선 같이 일하고 얘기하는 사이가 되었으니까요.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현대 사회(드라마 속이지만)의 헌터물인데 신수가 나오는 부분이 신기하더군요.
보통 동양 설화 속 존재들은
퇴마물이나 어반 판타지 장르에서 많이 나오지 이런 식으로는 잘 안 나오는데
이 작품에서 그리는 ‘우리에게 익숙해진 신수나 영물’의 모습,
잘 어울리는데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조합의
그 미묘한 톤이 저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또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전개입니다.
사실 웹 소설을 많이 보면 볼수록
어떤 소재가 나오든 대충 어떻게 진행될 지 압니다.
그런데 주인공이 받은 가짜 천도복숭아가 터지고
이 덕에 드라마의 주인공과 가까워지는 전개는 생각도 못 한 부분이라
참 재밌게 읽었습니다.
여기까지가 장점입니다.
그리고 단점은...
일단 첫 번째로, 제목이 장르를 대변하지 못합니다.
물론 이야기의 정합성을 따져봤을 때는 매우 잘 어울리는 제목이라 생각합니다.
하루에도 작품이 몇백 개씩 올라오는 문피아 특성상
원하는 장르만 찾아보는 독자들이 많은데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장르임에도 이를 표현하는 데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매력 있는 글인데도 유입이 너무 없으면 작가님도 힘이 빠지실 테니까요.
두 번째로는
흐름이 좋지 않거나 중복되는 부분, 비문과 오탈자가 드문드문 보입니다.
설정을 잘못 쓰신 부분도 보이고요.
(예를 들어, 하멜른의 피리에 나오는 애가 초등학생이 맞는 것 같은데 고등학생이라고 하신 부분)
이런 부분은 추후 수정하시는 편이 좋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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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끝, 총평입니다.
장점
1. 트렌디한 장르와 트렌디하지 않은 장르의 조합
2. 심각한 상황을 유쾌하게 보여주는 연출
단점
1. 제목
2. 검토
전체적으로는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전개와
장르를 잘 버무렸다는 점에서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톤 잘 유지하시고 좋은 글 써주시길 바라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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