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기도 하지만 제일 큰 이유는 모두의 취향이 같지 않으니 나는 재미있다고 생각한 글이 누구에게는 시간과 데이터의 낭비가 될수 있음을 알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글을 추천할 수 밖에 없다. 이런 글이 많아져야 문피아의, 더 크게는 장르소설 전체의 파이가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글을 칭찬하고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주인공이 문피아에서 보기 힘든 여주인공을 써낸 소설이라는 것이다. 사실 본인도 여주인공을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싫어한건 능력부족에 외모만 뛰어나 주변 상황에 이리저리 휘둘리다가 결국 잘난 남자에게 의존하는 수동적인 주인공이었다는걸 이 소설을 보며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능동적이다. (물론 초반부는 신분적 제약때문에 그런 모습이 드러나지 않지만)사건에 휘둘리지 않고 사건을 이끌어 나가며 그 과정이 억지스럽지 않고 물흐르듯 자연스럽다. 잘난 남자들이 꼬이는 감은 있지만 용혈이라는 버프를 감안하면 납득할 수 있는 전개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장담은 할 수 없지만 1권 분량이 넘게 나온 지금까지의 모습을 본다면 내가 이 소설을 주인공때문에 하차할일은 없을 것 같다.
두번째 이유는 작가이다. 비록 이 전 작품을 연중한 불안요소가 있긴 하지만 그 전작도 훌륭한 필력으로 호평을 받은데다 이번 작은 아예 비축분을 3권 이상 쌓아놓은 상태라고 하니 믿고 따라가볼만 하다. 게다가 글의 배경이 동유럽쪽 중세와 흡사한데 이쪽 방면에 대한 지식이 상당한지 설정이 탄탄하고 치밀해서 글의 완성도가 굉장히 높다.
셋째로는 이 글이 잘 쓴 정통판타지이기 때문이다. 문피아에서도 정통을 표방하는 판타지는 꽤 나왔지만 성적이 좋지 않거나 어디서 본듯한 설정이 섞인 정통의 탈을 쓴 퓨전판타지였던 경우가 많은데 이 글은 다르다. 보통 정통판타지가 외면받는 이유중 하나는 글의 흐름이 너무 길어서 매일연재에 적합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기 때문인데 이 글은 보면 알겠지만 연독률이 정말 엄청나다. 소재는 정통이지만 문체가 트렌디해서 매일연재로 보기에도 거부감이 없고 그 차이가 구식이 아닌 클래식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렇게 칭찬했지만 이 글이 재미없는 사람도 있을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런 제목으로 추천글을 올린 이유는 하나다. 문피아는 장르적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유행따라서 랭킹 줄세우기에 레이드물이, 스포츠물이, 헌터물이, 직업물이 돌아가면서 반 이상을 차지하는 이 풍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세를 쫒는것이 나쁜것은 아니지만 언제나 대세가 정도는 아닌 법이고, 대세를 쫒다가 참신한 글이 묻힌다면 결국 자기복제를 반복하는 장르시장이 작아질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여년간 장르소설을 사랑해온 독자로서, 나는 이 글을 정말 응원하고 싶다. 나랑 생각이, 취향이 다른 독자라도 이 글은 순수하게 재미로 보기에도 좋은 소설이니 당신의 소중한 시간을 투자해서 한번쯤 읽어볼 가치가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하기에 장문의 추천글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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