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글을 적는건 처음입니다. 엄청 많은 웹소설을 읽은건 아니지만, 나름 핸드폰을 껴안고 살면서 눈이 나빠지고 목디스크가 걸린것같이 목뼈가 껄끄적?거려도 볼 정도로 웹소설을 좋아합니다. ‘군림천하’라는 무협계의 황좌부터 구체적으로 이름을 언급하는것은 안될 여러 평작들/졸작들/띵작들/연중작들.... 혹은 잘나가다 끝에갈수록 욕을 엄청 먹고 구독자 수는 떨어지는 결코 적지 않은 수의 작품들까지, 애증과 다감이 교차하는 많은 소설들을 봐왔습니다.
그리고 저는, 굉장히 까다로운 독자입니다.
정말 굉장히 까다롭다는걸 강조하기 아깝지 않을 정도로, 정말 좋아함에도 작가의 어떤 스타일이나 고집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궁금함에도 열어보지 않는 소설도 있고, 비문이 허용되는 웹소설이라지만 그것을 참지 않고 댓글 오지랖을 떤 적도 있고, 개연성이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아서 작가와 싸운적도 있습니다(어떤 작가들은 아무리 댓글을 달고 쪽지를 보내도 절대 고치지 않습니다). 세세한걸 털고싶기도 하지만, 그것은 제쳐두고 제가 제 까다로운 면들을 일부분 나열한 이유는;
까다로운 독자가 보기에도 구트가트 작가님의 ‘시스템을 초기화하시겠습니까?’는 .... 뭔가가 있습니다.
어떤 의미로 뭔가가 있다는 거냐면, 예를 들어 정말 원숙미가 넘치는 나이든 노인의 정갈함이 느껴지는 문체를 가지고 있는 소설도 있습니다. 마치 ‘사조영웅전’의 곽정과 황용이 남/여주가 되어 나온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소설이 그렇습니다. ‘시스템을 초기화하시겠습니까?’는 그런 소설은 아닙니다. 하지만, 마치
그 면이 잘 다듬어져 있어야 비싼 다이아몬드인 것처럼, 글의 다듬어짐의 각도가... ‘뭔가 원석이지만 노련함도 내포하고있는,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동시에 살아있으면서 죽어있는’ 방식의 매끄러움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말씀드리고 싶은게, 구트가트 작가님의 글은 뭔가 처음보는 새로운 것 같습니다. 제목과 설정은 양판소를 따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군림천하’보다 위에 놓고싶어요, 감히 1Top이 아닌가 싶습니다. 간단히 부언하자면, 군림천하도 작가님이 너무 반복적으로 쓰시는 단어나 표현법들이 있습니다. 저는 이런것을 정말 싫어하고, 실제로 작품성도 해칩니다.
정말 재밌습니다.
+
문장 하나 하나가 확실히 뭔가 다릅니다. 꽤나 많은 글들을 접하면서 이런 느낌 받은적은 처음입니다. 그냥, 뭔가 있습니다. 문장이 매끄럽다던지, 연결이 부드럽다던지, 중복된 덕지덕지 붙은 건더기들이 어절 어절마다 있어서 밑으로 읽어내려갈려면 그런것들을 뇌가 소화해야되는 일이 없다던지, 세세한 것들을 얘기할려면 하겠지만, 그런 설명으로 다 포함해서 나타낼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든 어거지로 표현하자면, 작가님 손의 격이 그 것에서부터 적혀져 나오는 모든것들의 하나부터 전부까지 오오라를 가지게 하는겁니다.
+
건물에 비교하면 이렇습니다. 부실공사한 허름한 집과, 뼈대부터 인테리어, 내진까지 구조적이고 계획적으로 설계하여 만든 집. 작가님 글 속 문장들의 서술문과 대화문, 진행은 마치 후자와 같습니다. 아무리 투베에 오르고 재밌어도, 웹소설 글들은 고전이나 노벨문학작들과 다르게 문장들의 허접함이 눈에 안띄지가 않습니다. 작가님 글은 그런게 없습니다. 신기해요.
구트가트 작가님의 글이 더 많이 읽혀서 그 재미와 흥분이 퍼져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끝
p.s. 생각하는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처럼, 웹소설의 비문들에 머리가 익숙해지다보면, 노벨문학이나 고전들이라도 더 읽어서 내 논리회로를 다시 제대로 돌려야 되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Comment ' 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