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추천글 쓰는거라 걱정이 조금 됩니다.
요즘 유행하는 빠른 전개, 지루하지 않은 설정, 호쾌한 장면구성 등은 전혀 없습니다.
그렇다고 작가가 완전 새로운 판타지 세계를 창조한 것도 아니라서,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을 원하는 독자들에게 사실 큰 매력은 없습니다.
대신, 작가가 여기저기서 가져온, 이미 출판된 거의 모든 종류의 판타지에서 가져온, 판타지세계의 설정들 위에 "그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가질 수 있을 만한 사상이나 고민들을" 어느 정도 적용하고 있습니다. 그런 인간과 사회에 대한 고민을 조금이라도 판타지세계에 녹여낸 것 만으로도 기존 막장식 판타지에 기겁하는 독자들에게 일말의 위안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면, 왕위를 두고 내전을 벌이는 1왕자와 2왕자 사이에서 누굴 지지해야 하는지 아니면 끝까지 중립을 고수해야하는지에 대한 "강력한 무력을 지닌 마탑주"의 고민이 아주 그럴듯하죠.
현재 연재중인 어떤 판타지에 이런 설정이 있습니다.
[2왕자의 친모가 제국의 한 축을 담당하는 고위귀족의 딸이다 . 2왕자는 모계의 권력을 믿고 온갖 패악질을 다 부리는 인간말종이다. 하지만, 제국의 상당수의 귀족들이 2왕자를 지지한다.] 흥미 위주의 자극적인 전개만을 바라보면 사실 아무 문제 없는 설정이죠. 하지만, 제시된 배경사회가 봉건사회이고 거의 모든 봉건영주들은 초인적 이능을 보유했고 그런 초인들로 구성된 사병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런 나라가 강력한 왕권을 구축하기란 쉽지 않겠죠. 약한 왕권을 가진 왕이라면 왕실의 존속을 위해서 망나니같은 2왕자를 후계자로 삼지 않는게 아마 상식적일 겁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죠. 심지어 아무도 뭐가 이상한지 관심도 없습니다.
영주의 전성시대는 예로 제시한 마탑주의 고민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비중 있는 등장인물들이 사회에서 스스로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보여줍니다.
가장 맘에 드는 부분은 작가가, 비록 기존에 있던 온갖 판타지적 설정을 마구잡이로 갖다 쓰고있지만, 그런 세계 안에서 인간들은 과연 어떤 식으로 사회를 구성하게 될까라는 고민을 한 흔적이 글에 녹아있다는 점입니다.
요약)
단점: 인간과 사회에 대한 고민들을 녹여내느라 설명이 많아지고 주인공의 사고가 널뛰기를 하면서 읽을 때 혼란스러운 부분도 있고, 전체적으로 글이 지루해지기도 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장점: 판타지에서 인간과 사회에 대한 최소한의 고민이라도 녹여낸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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