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초 #유봉 #빙의
올림픽 국가대표 양궁선수가 삼국지 유봉에게 빙의하는 소설입니다. 삼국지 소설들의 특징인 초반에는 참신하다가 후반에 갈수록 심해지는 인재 수집과 천하일통에 대한 집착을 벗어버린듯한 소설입니다.
일반적인 삼국지물과는 다르게 유봉이라는 인물의 일대기를 보는 듯한 느낌이 좋았습니다. 성품은 모나지 않고, 활쏘기와 군략에 능하며 의학에서 조예를 보이나 명예보다는 재물을 좇는 면모가 두드러집니다.
본 작품에서 유봉은 철저하게 세속의 가치를 좇습니다. 명예보다 재물. 후계자 자리나 높은 관직을 받아 머리 아프게 사느니 재물을 받아서 떵떵거리며 나머지 여생을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겠다. 이런 자세를 일관적으로 취합니다.
하지만 아뿔싸, 유봉의 능력은 너무나도 뛰어납니다. 국가대표 양궁 선수의 미래궁술로 전장에 나선 지휘관들이 모조리 저격당해 추풍낙엽마냥 스러집니다. 저격수의 가치는 고대 중국에서도 빛을 발합니다. 보이지 않는 죽음. 그것이 바로 유봉입니다.
지휘를 하려고 전장에 나서면 활이 닿지도 않을 거리에서 저격이 들어와 숨통을 끊어놓는데 제대로 지휘체계가 이루어질 수나 있겠습니까?
보통 삼국지 장르는 인물을 포섭하는 조조 유비같은 지휘관형 주인공이 많은데, 이건 일선에서 직접 병사들이랑 몸으로 구르면서 저격을 직접하는 부사관형 주인공이라서 더 이해가 쉽고 재미있고 박진감이 넘쳤습니다.
유봉이라는 인물의 위치는 미묘합니다. 분명 유비의 양자이지만 유선이 태어난 이후로는 후계자 구도에 사로잡혀서 관우 사망 이후에 책임을 물어 목이 잘리기까지 하지요. 능력이 있기는 한것 같은데, 다 보여주지도 못하고 죽어버린 느낌이 큽니다.
제 주관으로는 관우와 유봉의 사망을 기점으로 삼국지가 재미가 없어집니다. 그 이후 유관장이 모조리 죽고 조조도 죽고 2세들끼리 지지고 볶다가 제갈량이 죽은 이후로는 진짜 재미가 없어집니다.
이 작품에서는 유봉이 전부 살려내기 때문에 그런 걱정이 없습니다. 우리는 관우가 죽지 않았다면? 유비가 홧김에 이릉에 어택땅을 찍지 않았다면? 하는 IF의 재밌는 삼국지를 그대로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왕이 되고자 하지 않고 최고의 장수를 노리며 여생을 안락하게 살고자 하는 남자 유봉의 일대기입니다. 아주 재밌게 읽었습니다. 다만 초반에 맹달과 전장에 나서기 전까지 진입장벽이 좀 있습니다. 1~3화 가량이지만 이를 넘기고 활을 쏘는 장면부터 몹시 재밌어집니다.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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