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 굉장한 기회를, 단지 제목에 대한 편견 때문에 놓친 걸 알았을 때의 아쉬움이란. 숙달된 심마니는 잎파리만 보고도 안다는데, 아직 멀었다는 생각 뿐이다.
이 작품은 진작에 알고 있었다. 제목이 『삽질로 캐리』였을 때부터. 그리고 제목에서 느낀 편견, 아 게임소설인갑다 하면서 그냥 지나갔다.
나라를 위했지만 나라가 버린,
겉으로만 민주국가인 귀족국가에서 희생된 국민, 아니 '백성'의 이야기일줄은 꿈에도 모르고 말이다.
천안함? 연평해전? 아니면 실미도?
아니면 아예 우리가 알 수도 없이 지워져버린,
국가가 휴지처럼 쓰고 버린 이들은 대체 얼마나 많을까?
그리고
내가 그 꼴 나지 말라는 법은?
이 작품에서는 변호사가 승소 가능성을 점쳐 그나마 소송이 진행되기라도 하지만, 진짜 대한민국이었으면?
혹시 헌법 제29조 제2항을 아는가?
검색 한 번만 해 주셨으면 좋겠다. 그럼 이 조문 자체만이 아니라, 이 조문이 얼마나 '삽질로 캐리'해야 할, 하지만 현실은 소설이 아니라서 결국 지워져버린 일을 많이만들었는지도 알 수 있을 테니까.
조문의 핵심은 이거다.
군인은 전투 중에 다치거나 죽어도 나라가 알량껏 주는 거 먹고 꺼져.
소설에서는 백 명이 사지로 파견되어 한 명이 돌아왔다.
현실에서는 수많은 청년이 밀림으로 파견되었다.
그리고 배상이 있었고, 소송이 있었고, 정부는 나라가 주는 것만 먹고 떨어지라는 법을 만들었고,
그 시대 최후의 양심, 대법원은 그 법에 위헌판결 때려버린다. 그 결과? 대법관들은 갈려나갔고 법원은 국회처럼 시녀가 되었으며 그 조항은 법률이 아닌 헌법에 들어가버린다. 누구도 건들지 못하도록.
그렇게 삽질로 캐리해야 할, 하지만 백 년 만에 귀향한 f-급 헌터가 없어서 수많은 명예가 지워져야 했던 시대가 시작되었다. 대항해 시대? 대오욕 시대. 본신 군인이면서 군인을 집 지키는 개로 만든 어떤 분이 열어젖힌 시대. 그 분이 시작은 이 나라 군인이 아니었으니 당연한 일이라고? 거기 까지 가면 초대형종 몬스터가 소환되니 그만. 토랭이 패밀리가 다 클 때까지만이라도 기다리자. 개는 개로. 이견제견.
헌법 제29조 제2항 폐지운동에 뛰어들고 어언 20년인가보다. 개헌안에 드디어 올라갔다. 개헌안이 통과되면, 진우가 없어도 된다. 현실을 찌르는 소설이 아니라, 과거를 돌아보는 소설이 되겠지. 이 소설이 인기순위에서 내려갈까봐 일부 정치권에서 이번 개헌을 밟아버렸지만, 어찌 오늘만 날이랴.
이 소설이 이렇게 인기 있는 한,
군인은 집 지키는 개가 아니며
잃어버린 명예는 백 년 후에라도 찾을 수 있을 것을.
이 소설을 읽으며 끊임없이 삽질하리라.
군인이, 나아가 인간이 이 나라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그 날까지.
사람이 먼저인 나라가 나라다운 나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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