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소설을 워낙 좋아해서 연재중인 유무료 작품들 최소 몇화씩은 다 챙겨보는데, '야구는 잘하는 놈이 잘한다' 줄여서 '야잘잘'이 요근래 가장 잘 쓰여진 스포츠 소설 같네요.
개인적으로 퀄리티와 재미에 모두 만족하고 있는 또 다른 야구소설 '홈플레이트의 빌런'이 위트있는 애드립이 돋보인다면, '야잘잘'은 글의 전반적인 밸런스와 현실감이 매력있어요.
현재 소설의 시간 배경이 90년대 말부터 2천년 초반이라 전설의 레전드들이 잔뜩 등장하는데 인물묘사에 과도한 힘이 들어가지 않고 밸런스와 디테일이 좋습니다. 주인공 역시 초인급 버프같은건 없고 그냥 인간계에서 잘하는 선수 정도라 전설의 레전드들하고 자연스레 버무려지고요. 일례로, 주인공의 소속 팀에도 '리키 헨더슨'이란 인물이 있는데 진짜 '리키 헨더슨' 처럼 느껴져서 감탄한적이 있어요. 인물묘사에 공들이다 한끗만 넘어가도 오글거리거나 어색한 느낌이 들기 쉬운데, 사소한 몸짓, 버릇, 말투 같은 간단한 장치들로 깔끔하고 저마다 개성있게 인물들을 그려낸 것 같습니다.
그외에, 경기묘사도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속도감있어서 좋더군요. 인간계급 능력치의 주인공이라 더도덜도 말고 딱 적당한 사이다맛이 느껴지는 건 덤이고요.
사실 '야잘잘'은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글은 아니고 오히려 익숙한 투수대신 타자가 주인공이란 것 빼곤 클래식한 설정의 야구소설이죠. 대신 작가의 무리수나, 뜬금없는 사이드 스토리 등으로 글의 전개가 산으로 가는 느낌은 0.001%도 없습니다.
두루뭉실한 표현이겠지만 글의 밸런스와 디테일이 좋아요. 심지어 장르소설 특성(?)상 별의미 없는 경우가 많은 소제목도 '야잘잘'에선 음미할만합니다. 최근 소제목인 '100'의 경우 이 숫자는 뭔뜻일까 궁금해했는데 나중에 의미를 파악하고 정말 즐거웠죠. 그리고 엑스트라 혹은 지나가는 행인1 정도쯤 되는 존재가 짧게나마 계속 등장하다, 최신화에서 마침표(?) 찍었는데, 작가가 정말 정성들여 글을 쓴다는게 느껴지더군요.
덧붙여, 대체역사소설이나, 스포츠소설은 애초에 주독자층도 해당분야에 관심있는 경우가 많아서 작가가 관련 지식이나 내공이 깊은지, 그냥 어설픈 사전지식이나, 자료 수집만으로 글을 쓰는지 바로 체감이 되죠. 개인적으로 야잘잘의 작가에게선 깊은 야구 내공을 느꼈습니다.
야구에 내공있는 작가가 정성들여 쓴 야구소설이라면 ‘명품 스포츠 소설’이라고 할만하죠. 아직 읽어보시지 않았거나 초반부까지만 보셨던 독자분이라면 일독 혹은 재독을 권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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