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오랜만에 추천글이다. 하루에도 십 수 번 문피아를 어슬렁(깔짝깔짝)거리는 필자를 사로잡은 글이 있어서 추천글을 올린다.
바로 ‘소설 속 엑스트라’
스토리를 간략히 서술하자면,
- 슬럼프에 빠져 오랫동안 휴재 중인 작품을 리메이크 하고싶다는 이메일을 받고, 이를 허락한 주인공이, 어느날 바로 그 리메이크 작품에서 눈을 뜨게된 사실을 깨닫고, 원래 자신의 세상으로 돌아가기위한 단서를 얻기위해, 소설속 세계에 개입하게 된다.
는 내용이다.
사실 주인공이 읽었던 소설, 직접 집필한 소설, 혹은 플레이 했던 게임 속으로 들어가는 내용의 소설은 제법 있어서, 이것저것 봐왔다. 여기에는 몇가지 상투적인 캐릭터들이 존재하는데, (필자가 읽은 범위 내에서)
(1)소설의 원(元) 주인공 주변에는 항상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멀리하려는 캐릭터(하지만 결국 휩쓸린다)
(2) 원 주인공 주변을 맴돌며 도움을 주고 받는 캐릭터
(3) 원 주인공이 먹을 기연을 가로채며 따로 세력을 형성하는 캐릭터
등이 있다.
캐릭터가 원작 내용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 회귀소설과 크게 다를 바는 없지만, 원 주인공이 있기 때문에 그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까에 따라 수작이 될 수도, 아쉬운 작품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 알고 있는 얘기 장대하게 써서 죄송)
‘소설 속 엑스트라’는 뭐랄까... 위의 클리셰들과는 구별되는 특징이 하나있다.
주인공의 수정력(修訂力)
주인공(이하 김하진)은 주변 사물과 자신의 신체에 한하여 소설의 설정을 수정할 수 있다. 이게 뭔 벨런스 ㅈ망겜이냐 할 수 있지만, 이 벨런스가 절묘하다. 설정 수정에는 SP(story point)를 이용해야 하는데, 소설속에서 영향을 끼친 만큼 이 SP를 얻을 수 있고, [숨만쉬어도 강해지는] 강력한 설정 변경은 그만큼 많은 SP소모를 요구한다.
단지 스토리를 알기 때문에 오는 이점이 아니라(이건 너무 상투적이라 질린다), 설정에 개입할 수 있다는 점이 필자로서는 강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포인트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을 짚어보자면,
소설속 등장인물들이 좀 평면적이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이 기본이다보니 주변인물(소설 속 주연들)들이 주인공 시점에서 서술될 뿐이고, 그들의 행동도 단순하고 단편적이다. 즉 아직 까지는 각각의 캐릭터가 살아있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주인공이 ‘내가 이러이러 해서 이렇게 설정했다’는 식으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나름 납득하고 있다.
물론 주된 인물들이 아직 청소년기(지들은 복잡하지만 3자가볼때는 단순해보이는)의 청춘들이란 점. 등장인물들에게 의미 부여하다보면 소설내용이 산으로 갈 수도 있고, 서술이 길어질 것이라는 점들 때문에 지금 이대로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추가적으로, 대화 장면 도중에, 이 말을 누가한건지 놓칠 때가 있다. 이름의 언급 없이 대화가 연속으로 진행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말을 누가한건지 놓칠 때가 있어, 가독성이 떨어지는 느낌이 있다.(다시한번 읽으면 안 헷갈리긴함)
그럼에도 필자는 이 소설에서 강한 흡입력을 느꼈다. 한마디로 재미있다.
자신이 쓴 소설이 완결되지 않았고, 리메이크 되었기 때문에 주인공도 그 끝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설정을 수정할 수 있는 힘’을 어떻게 사용하게 될지, 뭔가 간질 간질하게 변할 것 같은 인간관계 속에서 어떤 비극과 희극이 펼쳐질지, 앞으로의 전개는 어떻게 이루어 질지에 대한 걱정과 기대로 이 글을 마무리 한다.
기대합니다. 건필하세요 지갑송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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