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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56 오늘의식사
작성
19.06.21 16:26
조회
1,592

흔치 않은 순문학적 문체,

그리고 평범하지 않게 된 주인공.


이 소설을 오늘 처음 본 것은 아니지만, 이제서야 보게 된 것은 제목 때문입니다. 누군가와 계약한다는 내용과 배우물이라는 장르가 여우와 계약했다는 어느 작품을 떠올리게 만들었기에 그랬습니다. 한동안 저만치 던져두고 있다 문득 집어든 이 소설은, 그래서 더 충격적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메타포라’란, 은유적인 글쓰기를 말합니다.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기 위해 오히려 눈을 감는 것이죠. 눈을 감고 떠오르는 유사한 것들을 말해보는 겁니다.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달이 아름답다 말하고, 잠겨 죽어도 좋으니 물처럼 밀려오라 노래합니다. 그리고 이 소설의 작가는, ‘메타포라’를 자신의 작가명으로 삼았습니다.


“악마와 계약한 배우”는 첫 장부터 그림자로 얼룩져 있습니다. 연기가 좋아 배우가 되었지만 8년 동안 단역과 엑스트라를 전전한 주인공은 조연조차 이뤄본 적이 없습니다. 작가는 그런 주인공을 소주와 담배, 유리창이라는 단순한 소재로 묘사하는데, 글을 읽는 제 몸은 안팎으로 비와 알코올에 적셔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저는 순간 당황해서 시작부터 글이 절정에 다다른 것은 아닌지 작가의 이야기에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만, 한두편을 더 읽다보니 이제는 도망칠 곳도 없게 되었습니다. 킬링타임이라 하는 소설과는 다르게 이 소설은 읽을 수록 수렁에 잠겨들기 때문입니다. 버스 안에서 읽게 된 소설은, 내릴 때가 되어서야 눈을 뗄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주인공은 악마와 일방적인 계약을 맺고 특별한 능력을 가지게 됩니다. 감독이 원하는 이상적인 형태를 볼 수 있게 된 것이죠. 이를 통해 단칸방의 과거로부터 벗어납니다. 그러나 악마와의 계약이 대개 가시가 숨겨져 있듯, 주인공은 자신의 연기가 그저 남의 생각을 그리는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아픔을 안고 이야기가 전개되죠.


이 소설의 최근 화를 읽고 추천란으로 이동하는 동안, 대학교 시절 한 전공 교수님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잘 쓴 소설은 그림자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글을 읽는 내내 어딘지 모를 찝찝함과 방 한구석이 천천히 얼룩져간다는 느낌이 든다면 그 소설은 잘 쓴 것이라던 교수님의 말씀을 이 소설에 인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 많이 올라온 것은 아니지만, “악마와 계약한 배우”를 많은 분들이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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