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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글 (수정 3판)

작성자
Lv.34 1눈깨비
작성
23.07.17 11:30
조회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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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웹소설 > 연재 > 현대판타지

유료

burn8
연재수 :
245 회
조회수 :
2,259,142
추천수 :
82,457

※ 또 다시 수정 추가

문피아에서 글 수정해달라고 요청 와서 또 수정합니다.

진짜 나 이거 법원 가면 문제 없다는 판단 받을 자신 있는데, 사법부보다 더 보수적인 웹소 플랫폼 실화냐? 항의를 할까 하다가… 문피아 직원들은 무슨 죄냐. "아니 명색이 웹소설 플랫폼이라는 곳에서 표현의 자유가" 어쩌고 아옹다옹 하기에는 나도 너무 늙었다.

그리고 사회생활 하다 보니까, 세상에 기본 예의를 모르는 자들 수두룩하더라고요. "이 추천글 수정 좀 해 주십시오"라고 정중하게 요청해 오는 웹소 플랫폼 담당자 정도면 얼마나 고마운 것이냐. 그분에게 차마 진상을 부릴 수가 없네요.

애초에 처음 신고 들어왔을 때 "문제없음" 판단을 해 준 것 자체가 플랫폼의 배려였다는 생각도 들고… 그리고 4개월이나 지난 지금 와서 수정을 해달라는 것은 그간 어지간히도 시달린 모양이죠. 그걸 내가 직접 시달릴 수 있으면 하겠는데, 죄없는 문피아 직원이 시달리게 두는 것이 내키지 않는군요.

아무튼 그래서 수정합니다. 원래 글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문피아에 요청하세요. 저는 어떻게 해 드릴 방법이 없으니 양해 바랍니다.

---



※ 세줄요약

- burn8 작가의 신작 재밌습니다.
- 이 글은 burn8 작가를 격려하고 싶어서 쓴 것입니다.
- 이제 상단의 "너의 가격이 보여"를 눌러서 소설을 읽으러 가십시오.

이제 여러분은 이 추천글에서 읽으셔야 될 내용을 이미 다 읽으셨습니다.

더 이상 읽지 마십시오.



---

※ 추천글이 길다는 분들께

- 굳이 이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여러분에겐 이 글을 정독하셔야 될 의무가 전혀 없습니다.
- 아무도 강요하지 않습니다.
- 이 글을 읽지 마세요.
- 읽으셔야 될 내용은 이미 다 읽으셨습니다. burn8 작가의 신작 재밌습니다. 무료분 찍먹해 보십시오.
- 그냥 지금 바로 상단의 "너의 가격이 보여"를 눌러서 작품을 읽어 보십시오.



---

※ 제 마음 속 1티어 작가 burn8 님께 바치는 주절주절



웹소설 판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도 나는 거의 읽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양판소를 싫어했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 웹소설은 PC 통신 시절 시작된 양판소 전통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 아닌가?
원래 그 시절부터 아주 드물게 명작이 있었고 대부분은 도저히 좋은 작품으로 쳐 줄 수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아니 그냥 소설이라는 게 원래 다 그렇다. 아무 도서관의 문학 서가만 가 봐도, 사람들에게 전혀 읽히지 않는 소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웹소설도 어쩌다 읽어 보면 양판소에서 소재만 게임이나 던전 공략, 뭐 그런 것들로 바뀌었을 뿐이지 그 나물에 그 밥이었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관심 끊고 살았다.
나는 거만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 업키걸은 소문이 하도 자자해서 읽었다.



소문이 나 같은 아싸한테까지 들리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명불허전이었다. 깜짝 놀랐다는 말로 부족하다. 읽는 내내 충격과 충격과 충격의 연속이었다.
작품성과 대중성은 반비례한다는 나의 오만한 관념을 때려부수는, 산산조각내는 글이었다.

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오락적으로 즐겁고 잘 읽히면서도,
유치하거나 오글거리지 않고,
문장은 일상생활의 한국어로 살아있고,
장면마다 인생짬밥이 느껴지며,
캐릭터는 하나같이 매력적이고 현실감 넘치고,
무엇보다 뒤지게 웃기는데,
이것들 중에 하나라도 만족하는 글이… 아 네 뭐 유머게시판 같은 곳에 캡처로 올라오는 글 보면 간혹 뒤지게 웃기죠. 근데 웹소설에서 그걸 한다고? 그것도 트집잡을 궁리만 하고 있는 나 같은 사람을 웃긴다고?

글쓰기라는 것은 수련이 필요하다. 그런데, 대체 어떤 경로로 이런 글쓰기가 수련될 수 있는 것인가? 이런 작가가 등장할 수 있는 토양이 한국에 없지 않나? 있다면 드라마 시나리오 라이터 정도? 거기도 하겠다는 인간은 드글거리는데 실제로 되는 건 한 줌 아닌가? 이 사람은 정체가 뭐지?

나중에 업키걸은 이 사람의 첫 작품도 아니고 심지어 원래 야설 쓰던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 야설.
어쩐지 이해가 된다.
그렇다. 야설은 토양이 존재하니까.

아무튼 그렇다. 나에게는 업키걸이 내가 웹소설이라는 분야에 처음으로 호감을 갖게 한, 아니, 경의를 갖게 한 작품이었다.
양판소를 읽어 보면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써도 이보다는 잘 쓰겠다고 생각했다.
업키걸이 오만했던 나에게 겸손을 가르쳤다. 업키걸은... 삶에서 산전수전을 겪어 온, 쓴맛 단맛 다 봐 온 사람이, 읽는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겠다고 작심하고 오락 소설을 제대로 써서, 범접할 수 없는 경지의 성과를 이룩한 것으로 느껴졌다.

우리 부모 세대는 연예인이라고 하면 "딴따라"라며 깔보지만, 지금 K-POP 을 만들어내는 연예계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인정받는 것과 비슷한 느낌?
업키걸은 한국어 오락소설의 금자탑이었다.



웹소설이 결코 내가 우습고 만만하게 볼 분야가 아님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뒤로 이어지는 작품들도 마찬가지였다.
넣키걸의 존재를 처음 알았을 때에는 작가가 미쳤나, 아니 이런 걸 진짜로 한다고? 싶었다.
그런데 읽어보니 역시 절대로 내가 깔봐도 되는 작품이 아니었고 작가가 아니었다.
텍스트로 이렇게 후드려맞을 줄은 몰랐다.
웹소설 읽다가 너무 웃겨서 복근을 부여잡고 굴렀다. 회사에서 야설 읽을 깡이 없어서 집에서만 읽었는데 그게 다행.
야설인데, 물론 야설이라서 환호하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나로서는 이렇게 좋은 작품을 야설이라는 이유로 아무에게나 선뜻 권할 수 없다는 아쉬움이 더 컸다.
그만큼 좋은 작품이었다.

최근작인 "어쩌다가 방송천재"에 이르러 처음으로 실시간으로, 매일 한 편씩 따라가면서 읽었다.

그렇게 읽은 소감을 정직하게 밝히자면,

번팔은 걍 레전드 아닌가? 굳이 내가 무슨 부연설명을 하고 수식어를 달아야 하나?



이번 작품, "너의 가격이 보여"도 그냥 번팔 퀄리티다.
한국 사회 곳곳의 리얼한 단면이 생생하게 드러나면서도 오락적으로 과장된 그 감각이 절묘하고 너무 좋다.
계속 흥미롭고 뒷이야기가 궁금하다.
그 와중에 가끔 드립을 치는데 정말 뒤지게, 무자비하게, 사정없이[1] 웃긴다.

소재도 잘 잡은 것 같다.
사실 작가로서의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요즘 웹소설이 많으니까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이지만…
하루 5천 자 넘는 글을 쓰고 그걸 100편 이상 연속으로 쓴다?
옛날에 신문이나 잡지에 소설이 연재되던 시절의 원고료 시스템이나 작가의 집필 속도 기준으로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살인적인 요구조건이다.
이런 혹독한 조건 속에서 필연적으로 글이 막히거나, 소재가 고갈되거나, 인생이 막막해지는 현타를 겪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주인공을 인재 발굴 능력자로 설정했다.
그러면 이 분야 저 분야 조금씩 찍먹하며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이 자연스러워진다.
독자들은 "아니 치킨 맛있게 잘 먹고 있었는데 왜 갑자기 된장찌개 줘요"라고 좀 투정하겠지만, 그 이상으로 작가가 폐색의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게다가 인생 경험치, 인생 짬밥이 풍부한 작가 아닌가. 그 어드밴티지를 극대화하려면?
사회의 특정 분야로 이야기를 한정하기보다는 역시 분야를 망라할 수 있는 설정이 유리하다.
자기 장기를 살리며 롱런할 수 있는 좋은 포지션을 잘 잡았구나, 역시 센스가 탁월한 작가구나, 라고 생각했다.

요즘은 주로 아침에 출근하는 버스 안에서 번팔 웹소설을 읽었다.
개재밌었다. 주인공 패거리가 회식하는 장면을 읽으면서, 현실의 나는 오늘 야근하겠지만, 마음 맞는 사람들과 반주 한 잔 곁들이며 왁자지껄한 저녁을 보내는 듯한 정서적 만족감을 느꼈다.

작품이 안정적으로 투베에 안착한 뒤 유료화까지 순조롭게 진행되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앞으로도 계속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안심했다.



근데 그게 아닌갑네요?
그 어느 때보다 힘들었어?
망했다고 확신해?
추천 글을 보고 울어?

멀리 외곽에서 이렇게 구경하는 입장에서는 번팔이 로열로더인데, 웹소 제목 식으로 말하면 "천재 소설가가 되었다" 인데,
키보드만 잡았다 하면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는 텍스트가 벌컥벌컥 쏟아져나오는[1] 거의 뭔 고장난 수도꼭지[1]인데,
본인은 그게 아니었나 보네요.

공모전 1트 "소설 속 여캐가 튀어나옴"이 연중되었을 때는 상당히 안쓰럽다고 느꼈다.
그리고 뒷이야기를 볼 수 없다는 것이 무척 안타까웠다.
그러나 동시에, 이걸 계속 연재해도 투베 1페 진입은 힘들 수도 있겠구나 싶은 냉정한 평가에 동의할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었다.

빠른 템포. 플랫폼을 막론하고 요즘 웹소설의 필수 덕목.

그리고 작가가 그걸 알면서도 가져가지 못하는 이유가 글에서 보였다.
글이 안 나오는데 억지로 쥐어짜고 있는 것이다.
이야기를, 플롯을 만들려면 A에서 Z로 가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그 사이에 B, C, D, ... 를 채워나가야 한다.
그런데 지금 A밖에 없어 보인다. 목적지를 모르니 내비도 못 찍는 상황. 뭐 그렇게 보였다.
안타깝긴 한데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없구만.



없기는 왜 없어.
계좌 벌려 후원금 들어간다.

그러고 나니 생각이 좀 정리가 되면서, 내가 이 작가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를 알았다.



번형님.
한국 걸그룹 중에 누가 세계 최고, 사상 최고냐? 라고 하면 개싸움이 일어날 겁니다.
그런데 "한국 걸그룹 소설" 중에 누가 사상 최고냐고 하면 논쟁의 여지 따위는 없습니다.
당신은 이미 거장의 족적을 남기셨습니다.
누가 번가의 명성을 제쳐 놓고 걸그룹 소설을 논할 수 있겠습니까?

최근작 "어쩌다가 방송천재"에도 걸그룹이 나오는데 그거는... 걸... 그룹... 아니.. 걸?... ㅅㅂ... 아무튼...
그리고 이번 작품에도 걸그룹이 나오네요.

그러니 걸그룹으로 얘기해 보죠.
사람들이 걸그룹에 돈을 쓰는 이유가 뭘까요?
왜 앨범을 사고 굿즈를 살까요?
심지어 왜 돈을 모아서 지하철 역에다가 대문짝만하게 생일 축하한다고 광고를 낼까요?

그러니까, 현실에서 만난 여자에게 돈을 쓰는 남자는 쉽게 이해할 수 있잖습니까.
돈을 쓰다 보면 그 여자랑 잘 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겠죠.
근데 걸그룹은 그렇지 않잖아요. 걸그룹에 돈 쓰는 팬들도 그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 왜?

제 생각에는요.

내가 망설임없이 응원할 수 있는 존재가 인생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에게 위안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제가 번형님을 응원하겠습니다.



아니 형님 도대체 힘들어할 게 뭐가 있습니까? 님 걍 존나 천재잖아요? "어쩌다가 방송천재"는, 어? 야이 진짜 이게 말이 되냐. 여기가 무슨 퀴어선진국이라고, 이런 소재로 유료화를 가고 공모전 수상을 하고 잘 팔아먹었다는 것 자체가 걍 천재만 가능한 영역 아님? 난 내가 유료결제해서 보면서도 내가 어이가 없었다. 내가 이걸 유료결제하고 있다는 것도 어이가 없고 그 와중에 딴 놈들도 수천 단위로 이걸 유료결제하고 있다는 것도.

지금 번형님 작가의 말이나 공지로 올린 거 보면 이거는... 내가 봤을 때는, 이거 누군가 해 줘야 할 케어를 지금 아무도 못 해주고 있다는 얘기야. 뭐 그렇겠죠. 이거 사실 웹소설 매니지먼트사에서 잘 해 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거든.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들은 더더욱 말할 것도 없고. 애초에 writer's block 문제는 수십 년 전, 아니 19세기 때도 이미 출판사들 골머리 앓게 한 문젠데.

그러니까 ㅈ도 모르는 내가 어쭙잖게 위로해 볼게요. 오히려 ㅈ도 모르기 때문에 도움이 될 수도 있어. 자 그래서... 번형님 걍 존나 천잰데 왜 힘들어요?

전작 쓰다 접어서? 그건 누구나 그렇잖아요. 투베 1위 찍는 프로 작가들 다 그렇잖아요. 쓰다 접고, 써서 올려 보고 시원찮으면 접고 또 다른 거 올리고. 원래 웹소설이 그렇다매? 너도나도 이거 해보겠다고 자꾸 밀고 들어오니까 워낙에 작품 수 자체가 계속 많고, 포화상태고, 그 사이에서 주목을 받아서 스노우볼링을 한다는 게 쉽지가 않잖아요. 야구의 타자 같은 거잖아요 어떻게 타율이 10할[1]을 찍어. 4할만 쳐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다고. 아시잖아요.

글이 안 써져서? 뭐 그건 그럴 수 있어요. 웹소설 작가는 글이 막히면 절대 안 되지. 폭풍 매실원액을 매일 배설해야지. 김치찌개에 상한 우유에 돌체 라떼를 섞어서 먹은 것처럼. 싸고 또 싸야지[1]. 웹소설로 먹고 살려면 그 수밖에 없다. 근데, 왜 막혀요? 부담감? 내가 잘 하는 것만 잘 하면 되는 게 아니라 내가 못 하는 것도 잘 해야 되는데, 그게 잘 안 돼서? 요즘 웹소설은 무조건 사이다인데, 나는 독자들에게 뽕을 주는 그 능력이 부족하다?

형님 제가 가설이 있는데요. 예를 들어 영화라는 것은 배우의 연기가 훌륭해도 각본이 쓰레기이면 배우도 호구찐따빡통같이 보이잖아요. 대사 자체가 한심하면 연기로 커버가 안 되잖아.
반대로 각본이 불세출의 명작인데 배우 연기가 구리면 그것도 망하고요. 그러니까, 변명이 가능하죠. 수틀리면 저 새끼 잘못이다. 떠넘기기.

그런데 작가라는 것은 그렇지 않아. 텍스트는 진짜 일백퍼센트 쓴 사람이 결정한 거니까. 토씨 하나까지. 남 탓 전혀 불가능.

그 오랜 시간 고뇌하고 공을 들여서, 100% 내 책임인 것을 세상에 내놨기 때문에, 거기에 어떤 평가가 떨어지느냐에 대해서 똥줄이 타고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다.
이게 제가 보기에 수많은 작가들이 유리멘탈 되는 이유입니다.
그러니까 선플 100개 받아도 악플 한 개 받으면 기분이 나락 가는 거고.

지금 번형님 상태가 그겁니다.
그러니 속지 마세요.
근거 없는 자신감을 존나 가지십시오.
아! 내가 한국 소설가 원탑이다! 나보다 글 잘 쓰는 새끼는 없어! 이렇게 생각하세요.
지표가 잘 안 나온다고? 번형님, 형님이 스스로 그랬잖아요. 이번 작품도 조회수 보니까 높은 확률로 망할 것 같았다며. 아니 망했다고 확신했다며. 근데 결국 지붕 뚫고 투베 1위 쳤잖아요. 숫자를 어떻게 믿어?

숫자는 높았다가 낮았다가 하는 거야.
클래스는 영원합니다.
번형님은 한국어 소설가 1티어에 계십니다.
출처는 나다.
내 마음 속 명예의 전당엔 이미 올라가셨다고.

(웃기지만 지금까지 님 추천글을 쓴 적이 없는 이유도 이것임. 이미 1티어인 작가에게 무슨 내 추천글 같은 게 필요하냐고 생각.)

형님 이번 작품 와꾸 잘 잡았잖아.
내재적 관점으로 보면 이거 그냥 하고 싶은 얘기 아무거나 다 할 수 있지. 외재적 관점으로 보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중소설로서의 확장성이 탁월하고.
걸그룹 소설이라는 장르가 번가의 위업으로 아예 창설되었듯이, 인재물이라는 장르가 당신의 개척으로 융성하는 걸 보게 될지도 모른다.



글 길어졌네.
뭐 후원금을 10만원 냈으니 이 정도는 떠들어도 되겠지.

기왕 길어진 김에 실없는 이야기 하나만 더 합시다.
사실 나도 번형님이랑 나이 차이 크게 안 날 거예요. 나도 학창시절에 1세대 걸그룹들, 그러니까 SES라든지 핑클이라든지 대박나는 거 봤거든요.
그 시절에 전 진짜 그쪽에 관심이 없었어요. 되게 유치하다고 생각했어. 가사도 다 너무 오글거리고 한심하고 앞뒤도 안 맞고 뭔 소린지 모르겠고.
학교 가면 반 애들 전부 다 그 얘기 하는데 진짜 힘들었죠. 그래서 게임 좋아하는 남자애들하고만 겨우 어울려 지냈다.

아무튼... 어릴 때 절 되게 예뻐해주는 친척어른이 한 분 계셨거든요.
아버지 차 타고 친척집 놀러가면 그 친척어른도 그렇고 사촌 형 누나도 그렇고 다들 나한테 잘해줬어요.

근데 그때 사촌 형 누나가 뭔가... 뭐라고 해야 할까... 대중음악에 조예가 있다고 해야 할까?
학교에서 애들이 그렇게 좋아서 죽고 못 사는 그런 아이돌 그룹 노래들 말고, 뭔가 살짝 잘 안 알려져 있는 가요를 항상 틀어놓고 그랬어요.
말하자면 인기 순위로 당대의 3, 4티어 가수들이었던 건데. 그중에서도 진짜 노래도 잘하고 곡 자체도 너무 좋고.
그리고 사촌들이 J-POP도 좋아했어요. 참고로 그때는 한국 가요가 걸핏하면 일본 곡 표절하던 시절. 아니 가요뿐만 아니라 뭐 드라마나 예능프로나 뭐 전부 다. 지금하고는 많이 달라서 그때는 확실히 K-문화가 뒤처져 있었고 계속 베끼고 그랬죠.

아무튼 나는 그때까지 내가 음악이라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구나, 이렇게 생각했거든요? 근데 그게 아니란 걸 처음 알게 된 거죠.

그때는 그 사촌들이 진짜 멋있어 보였어요.
웃기지만, 진짜 "최신" 문화를 향유하는, 시대의 첨단을 걷는 사람들처럼 보였어요.
문화라는 게, 즐기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좀 해야 즐길 수 있는 것이구나, 하는 것도 그때 알게 되었고요.

더 중요한 건 이게 친척집이라는 거죠. 뭐 새마을호 타고 몇 시간 가야 되는 멀리 떨어진 곳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산책하듯이 갔다 올 수 있는 거리도 아니었거든요.
그러니까 마음 속에 어떤 애틋한 동경의 이상향 같은 게 되는 거죠. 거길 가면 멋있는 사람들이 즐기는 멋있는 문화가 있어, 이런 거.

저도 나이를 먹고 아재가 됐습니다.
사촌 누나랑 형은 저보다 더 아줌마 아저씨고.
이제는 아버지 손 잡고 갈 필요 없이 그냥 저도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친척집 쳐들어갈 수 있어요. 가기 전에 전화 한 통 정도는 해야겠지만.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 친척집이 무슨 최신 문화의 이상향이 아니라는 것도 이제는 명백하죠.
차라리 내 폰으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곳의 존재 자체가 여전히 저에게 주는 위안이 있고 향수가 있어요.



그런데 번형님 소설을 읽으면 바로 그때의 그 친척집으로 되돌아간 느낌이 듭니다.
뭘 좀 아는 형한테서 이야기 듣는 듯한, 아무나 쉽게 즐길 수 없는 문화의 편린을 접하는 듯한, 흥미진진하고 설레는 느낌이 들어요.

아시겠습니까?
전 제가 어떤 예술작품에 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찬사를 방금 번형님께 드렸습니다.
추억 보정 200% 먹은, 어린 시절의 강렬한 기억과 맞먹는 수준의 감동을 군필 아재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당신의 필력이다.



그러니 무엇을 고민하는가?
그냥 쓰고 싶은 대로 쓰십시오.
어떻게 해야 웹소설 독자들이 좋아할까, 어떻게 해야 사이다를 더 줄까, 전전긍긍, 노심초사... 뭐 좋습니다. 그렇게 해서 한 푼이라도 더 버시면 그게 나도 좋죠.
근데 그것 때문에 글이 막히면 주객전도다. 그냥 쓰고 싶은 걸 쓰십시오. 그렇게 하셔도 당신의 붓끝[1]에서는 명작이 나올 것입니다. 당신은 존나 천재니까요.



번형님의 장점들, 그러니까 살아 숨쉬는 생명력 있는 캐릭터, 살아있는 대사, 의외로 극사실주의적인 배경과 설정과 짜임새, 찰진 개드립...
이런 걸 다 할 수 있는 대중소설의 귀재가 번형님 말고도 있을 거예요.
그러나 실제로 이렇게 해낸 케이스는 번형님밖에 없습니다.
왜냐?
100편이 넘어가는 장편 소설 여러 질의 형태로 그 재능을 현실화하는, 이 악물고 글을 짜내는 그 근성과 투쟁의 세월.
다른 귀재들은 하지 않았고 번형님은 했다.
그 차이입니다.
아님 말고.



화장실 청소하는 이야기만 써도 당신이 쓰면 개재밌을 겁니다.
변기를 솔로 문지를 때마다 골때리는 의성어 나고 그러겠지.
(아 분하다. 나 완전 노잼대법관이고 아재개그 극혐하는데 번팔이 의성어 드립 치면 그때마다 웃음터짐. 64화에서 닭 울음소리 보고 욕하면서 처웃음.)

그러니까 더 많은 이야기를 보여주십시오.
돈을 내겠습니다.
똑바로 서라 번팔. Shut up and take my money. [2]



---

미주

[1]: 야한 말 아님.
[2]: 원래 여기에는 더 훌륭한 마무리 문장이 더 있었으나, 문피아 측의 정중한 요청으로 부득이 덜어냈음을 알려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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