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로 진입한 시우(슈)는 평범한 첫 번째 삶을 마치고 과거로 돌아가면서 자신에게 회귀의 권능이 있다는 사실, 용사로 선택되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무한 회귀물, 이계진입물, 용사물의 조합이면서 클리셰를 조금씩 비틀어서 익숙하지말 색다른 재미를 주는 소설입니다.
기본적으로 필력이 탄탄하고, 작가의 지적 수준이나 정신 연령 때문에 거슬리는 점도 없습니다. 요즘에는 아이디어나 컨셉을 개연성 있는 스토리로 엮어낼 소양이 모자라거나 심지어 기본 상식조차 부족해서 댓글란을 버닝시키는 작가들도 많은데 모처럼 술술 읽히는 글입니다. 이계의 문명이나 마법, 마검술 같은 설정들이 참신한 요소도 있으면서 납득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인물들이 주고받는 대화도 대체로 흥미롭고, 후반부로 갈수록 물이 오른다고 할까 짧은 문장으로도 감정이나 분위기를 잘 전달합니다. 사람들이 뭔 일본 애니메이션처럼 허구헌날 얼굴 붉히고 말 더듬고 소리지르고 하는 게 아니라 대사 끝에 "웃었다"는 지문 하나로 감흥이 살아나서 좋더군요. (사실 오늘 연재분에서 그런 느낌을 받고 추천글을 쓰게 됐습니다)
전개의 속도나 진지함과 유쾌함의 비율이 적절해 보이지만 템포가 다소 늘어지는 부분도 가끔 있습니다. 아마 작가의 첫 장편이라 그런 듯한데 전체적인 재미를 해칠 정도는 아닙니다.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이 소설만 놓고 보면 좀 더 정돈된(?) 버전의 휘X 같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활극 위주의 스피디한 전개와 과감한 스케일 업, 오락성을 지향하면서도 나름대로 작품의 테마를 놓지 않는 점 등이 유사하게 다가왔습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문장이나 시점 같은 기본적인 작법과 테크닉이 비교적 전통적-안정적이고, 작가의 사상이나 등장 인물들의 언행이 좀 더 성숙한 편입니다.
휘X 작가 소설 같은 경우 서술이나 묘사 방식도 그렇지만 내용 면에서도 예전 다나카 요시키처럼 중2병스럽고 유치하다고 느껴지는데 스토리적인 흥미나 캐릭터가 좋고 때로 그 유치함이 로망을 자극하는ㅋ 매력이 있어서 계속 읽게 된다면 이 작품은 그런 유치함이 덜한 대신 감칠맛도 조금 덜하달까요.. 제 취향에는 위래 작가가 더 잘 맞고 그래서 이 글 이후에도 어떻게 발전해 가실지, 더 많은 작품을 보고 싶네요.
모바일로 써서 짧을 거라고 해놓고 이렇게 길게 쓰다니..
비요른은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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