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곳저곳에서 웹소설 관련 글을 올리고 다니는 마루/승류 입니다. 글들을 읽으면서 SNS를 통해 추천글이나 리뷰를 좀 올리긴 했는데 이렇게 문피아에 정식 추천글을 올리는 건 처음인 것 같네요.
오늘 추천드릴 글은 위래 작가의 <마왕이 너무 많다> 입니다. 두 사람은 인터넷에서 몇 차례 대화를 나눈 적 있습니다만, 본격적인 대화나 교류를 나눈 적은 없고, 이 추천글 역시 위래 작가가 글을 쓰고 있다는 소식만 들었을 뿐 어떠한 청탁이나 관계 없이 그저 느낀 감상과 추천을 덤덤하게 쓴 글입니다.
읽기 전의 마음은 반반이었습니다. 워낙 단편들을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장편 역시 서사적 재미는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지만 과연 이 작가가 웹소설에 맞는 이야기를 잘 풀어낼 수 있을것인가 하는 의문이 있었거든요.
작품은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웹소설의 설정과 서사 사이의 간극에서 나오는 긴장감이 훌륭했으니까요. 게임 세대에 익숙한 사람들은 캐릭터가 죽을 경우 그것이 서사의 끝이 아니라 세이브-로드 또는 코인을 투입함으로서 '거기서부터 다시' 재시도되는 서사라는 것을 압니다.
웹소설은 이러한 게임적 특징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장르이구요. 그러다보니 회귀, 환생, 리셋물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이러한 장르에서 죽음은 원점으로 회귀되고 누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다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조력자로 변질될 뿐, 죽음이 가지는 특유의 긴장감과 절망감을 소실하게 됩니다. 죽으면 그 사람의 이야기가 끝나야 하는데 끝나질 않는 거죠.
이렇게 미래를 알고 선택했을 때 이득을 얻는 것을 패널티처럼 넣어놓는 것이 바로 ‘나비효과’겠지요. 많은 소설들에서 등장하는 ‘미래가 바뀌었다’ 말이죠. 개인적으로는 영화 <어바웃타임>이 그런 변주를 가장 훌륭하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는 치트키적인 능력은 내 삶과 관계 전체를 파괴시키고 나의 행복한 추억을 박살내버릴 정도로 큰 파괴력을 갖고 있으니까요. 이러한 제한은 독특한 '능력' 자체의 이야기가 아니라 능력자의 윤리적 선택으로 서사를 변주시키고 그때부터 선택으로 인한 긴장감이 이야기를 밀고 가게 되지요.
위래 작가의 소설은 죽음을 통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주인공을 다룬 소설입니다. 보통의 소설이 이 경우 끊임없는 죽음으로 서사를 밀고 나가는 '굳세어라 개복치'의형태라면 <마왕이 너무 많다>는 조금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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