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 혹시 들르실 일이 생기시면 언제든 오세요. 아픈 사람 치료해주는 곳이란 것도 소문 좀 내주시고.”
“소문 내주면 우리한테 뭐 떨어지는 거라도 있어요?”
28화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워낙 유명한 작가이시다보니 감질나게 매일 읽기보다 쟁여놓고 읽고자하는 분들이 많은 듯 해서 작가님이 글 가운데서 글 소문 좀 내키시라고 이렇게 표현하신 듯합니다. 저의 생각입니다.
각설하고, 경우님의 작품은 제목대로 믿고 읽으셔도 됩니다. 작가님은 글로서 사람을 치료하시는 분이시지요. 클래식과 재즈, 블루스를 넘나 들며 음악의 세계에 심취하게 했던 ‘악마의 음악’, ‘피아니스트의 마을’, ‘록스피릿 블루스’를 통해 독자들을 치유합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들은 50년전 읽은 군협지의 서원평보다 훨씬 사이다였습니다. 그런데 그 시절에는 왜 그렇게 서원평에게 설레었는지. 사실 솔직히 고백하면 서원평보다 그를 둘러싼 정령 정봉 자매나 자의 소녀에게 더 정신이 팔렸습니다.
‘화룡’을 통하여 동양화의 거두들을 만나고 ‘기묘한 미술관’을 통해 반고호를 비롯한 서양화의 대가들을 만나며 독자들은 섬세하게 감정의 치유를 받게 됩니다. 저의 타국에서의 밤들도 외롭지 않았습니다.
더하여 작가는 ‘살인마의 인터뷰’나 ‘살인의 기억’을 통해 범죄학, 심리학의 세계도 넘나들며 굴곡진 마음들을 치유합니다. 얼마만큼 공부를 하고 독서를 해야 이런 작품을 쓸 수 있을까 감탄하면서 빠져드는 글들입니다.
이제 작가는 현대의학 ‘닥터 프랑켄슈타인’에 이어 중세 의학물로 돌아와 낮은 데로 임합니다. 이 글머리에 인용한 글은 중세에 떨어진 외과의사 하태호가 고아 남매들을 볼보고자 비누를 만들어빈민가 아낙네들에게 나눠주며 의사 세일즈를 하는 장면입니다. 당사자에게는 절실한 순간이지만 글을 읽은 저는 가만히 미소짓게 하는 장면입니다.
작가는 이렇게 글의 행간속에서 인생의 희노애락을 실로폰 두드리듯 4B로 스케치하듯 그려냅니다. 글을 통하여 다른 세계를 사람들에게 소개할 뿐아니라 그 글을 통하여 사람들을 치유합니다
고아 남매들을 돌봐가면서 새로운 세계에 발을 내딛은 의사 허태오에게서 로맨스는 기대할 수 없을 듯 합니다. 뭐 경우님의 글은 달달한 로맨스가 있으면 있는대로 없어도 나름 풍성하니 마음대로 그 세게에서 즐기시면 됩니다.
모쪼록 쟁여놓고 읽으시려는 분들에게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먼저 일독을 부탁드립니다. 그래야 작가님이 힘을 내서 때론 연작으로 우리를 즐겁게 하실 것 아닙니까?이것이 제가 1000자가 넘는 추천글을 쓰며 기대하는 ‘떨어지는 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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