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추천글을 쓰는 것 같습니다.
사실 좀 망설였습니다. 가볍든 무겁든, 대부분 회귀/복수/레이드/현대물이라는 현재의 트렌드를 정면으로 거슬러, 이런 제대로 된 하이 판타지를 그려내는 경우는... 참 취향을 많이 타거든요.
초반에 나오는 특이한 인삿말도 처음에는 그저 드래곤라자 오마쥬려니... 했죠. 그런데, 가면 갈수록 빠져듭니다.
휘몰아치거나 박진감이 넘치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물론 안정적인 필력으로 전투씬을 담담하게 묘사하는 만큼, 지루해질 이유도 없습니다. 진행이 루즈하지도 않구요. 다만 쇼킹한 전개는 아니라고 할 수 있죠.
7, 80화쯤 봤을 때... 아 정말 동화 같은 글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굉장히 삽화가 예쁘게 잘 그려진, 그리고 그 내용과 삽화가 너무 잘 어우러지는 동화. 영웅의 발자취는 그런 어른용 동화라고 생각합니다.
동화란 게 그렇죠. 어릴 땐 그냥 단순한 영웅담 같은 이야깁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 다시 보면, 곱씹을 수록 미묘한 맛이 있죠.
영웅의 발자취는 1인칭 소설의 특성 상 주인공의 심리 묘사나 고뇌가 가감 없이 그대로 묘사됩니다. 그런 만큼 지루해질 수 있는 부분이 큰데, 작가님의 필력이 상당한 것 같습니다. 혹은 비축분을 안정적으로 쌓아두고 여러번 퇴고를 거치시거나요.
아무튼, 이야기의 진행과, 그를 통해서 하고 싶은 철학적 이야기, 어쩔 수 없는 현실적 선택과 선악의 판단, 그에 대한 죄와 벌, 이런 다양한 이야기에, 특색있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그 특색을 잃지 않고 적당한 비중을 차지하면서, 가벼움과 무거움이 아주 잘 조화되어 있습니다. 가볍게 읽다보면 빠져드는 그런 글이네요.
서두에도 적었다시피, 하이 판타지는 정말 취향을 너무 타기 때문에 참 권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 자신에게도 적용되는 말입니다. 하얀 늑대들은 너무 재밌게 봤지만 룬의 아이들은 너무 지루했거든요. 하지만 그런 만큼 취향에 딱 맞는 분들에겐 다른 어떤 소설보다도 깊이 있는 감동과 흥미를 줄 수 있죠.
저 개인적으로 영웅의 발자취는, 다양한 철학적 고뇌와 함께 정통적인 중세 로맨스물 같은 기사와 레이디의 관계, 여기에 작가님만의 상상인 마법적 기사의 맹서로 인해 절대적인 도덕성을 겸비한 기사의 로망이 잘 버무려진, 어른용 동화 같은 예쁜 소설인 것 같습니다. 이제까지 연재된 분량도 정말 재밌게 잘 봤고, 앞으로도 작가님이 건필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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