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가 조운천님이 누군지 전혀 모른다.
지금 추천하고자 하는 “협잠행기”라는 정통무협을 쓰시는 것만은 확실하다. 현재까지 71화를 연재했고, 2권 말미에 이미 다다라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런데 작가가 스스로 밝혔듯이 5-6권 즈음에 가서야, 복선의 윤곽이 조금 드러 난다고 하니, 과연 길고 큰 흐름의 장편 무협임에 틀림이 없다. 작가가 말하길 ‘초반에 강한 임팩트가 없다’, 그래서 공모전에 잘 어울리지 않아 그에 상관없이 구상하고 쓴다고 한다.
어느 독자가 지적했듯이 무공에 관한 설명이 엄청나게 자주, 또 길게 등장한다. 우리는 어쩌면, 현재진행형인, 3년 반에 걸쳐 현재까지 538화에 이르는 “이소파한”처럼 몇년에 걸쳐 만들어 지는 또 하나의 대하 소설을 읽고 있지 않나고 생각된다. 전혀 다른 스타일이긴하다만, 그 장대한 양에 있어서 그리 될 것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어 지지 않는다고 느껴진다. 신기하다. 아마도 15세 정도에 스스로 무공을 익히는 주인공의 입장에서 쓰려니 그러한가 보다고 여기며 읽고 있다. 무공설명들이 아주 합리적이고 전혀 황당하지 않아, 무슨 과학논문 초록쓰듯이 주인공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을 정도이다. 어린 나이에 천하의 기재라서, 무슨 어느 파의 종사와 같다는 게 아니라, 연구하여 새로운 접목을 하는 과정들이 느린 게 아니고 현실적이라는 뜻이다. 그렇기에 느린 전개 같으면서도 느리게 느껴지지 않는 아주 특이한 글인가 여긴다.
혹시 독자들 가운데 갓 정통무협에 맛을 들인 분들에겐 더 없이 흥미진진할 것 같다. 타 정통무협글들을 읽기 위해 독자의 이해력을 탄탄히 하는 기본수련에 도움도 되겠다 싶다. 처음 어느정도 연재까지는 매니아들이 잘 아는 기본 무공에 대한 설명들이 너무 자주 등장하니 지루하고 진도가 느린 것 같다 느낄 지도 모르겠다. 그리 느끼고 싶을 때, 포기말기를 권한다. 그런 부분들을 그냥 건너 뛰어 읽는다 할지라도, 갈수록 장황한 설명들에 달콤한 재미가 아주 솔솔하다는 것을 감.히. 장담한다. 무협을 읽은 지 어언 52년이 된 사람의 추천이니, 객관적으로 허황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여튼 간만에 정통무협이면서도 특이한 글을 읽고 있다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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