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작가는 글을 굉장히 갖고 논다는 느낌을 받는다.
문학에서 말하는
날 것 그 자체(이미 작가도 언급했던)
물활의 경지에 올랐다는 것이다
긴 글을 읽기 힘들어하는 시대다 보니
웹소설의 풍조가 흔히 서사보다 인물 간 대화에 치우쳐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화보다는 서사의 비중을 높이는 대신 우스꽝스러운 표현을 담아 너무 무겁지 않게, 그러면서 소설가가 주제여서인지 역사, 철학적 지식 등을 간간히 열거하여 동시에 너무 가볍지 않게 한다.
즉, 손 안에 올려놓고 모든 걸 통제한다는 뜻이다.
이 사람은 문학도일 것이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실존주의나 이데아 같은 개념을 단지 아는 것을 넘어 이해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또한 기술적으로 작중 소개되는 소설들의 플롯이 얼마나 대단하느냐 같은 것 보다 그 글들에서 다루는 주제들은 분명 진짜니까.
심리학에서는 말의 내용보다 그 어휘의 사용횟수를 보라고 말하는데 예술, 결핍, 고통 등의 언급이 많다는 건 전형적인 이쪽 사람임을 반증한다. 그외에도 아름다움, 절대와 상대 같은 개념은 예술과 철학의 단골 소재일뿐더러, 전반적으로 너무 이쪽을 잘 안다는 느낌을 받는다
한편으로, 진짜 신춘문예나 문예지 등단작가인가 의심되기도 한다. 소설 쪽은 별 관심이 없어 잘 알지 못하지만 작중의 옴니버스식 작품 등은 실제 투고해도 좋을만큼 경쟁력있어 보였다. 어쩌면 실제로 썼던 습작들일지도 모르고.
전작은 안 읽어봤다. 호평이 많은 건 알겠다.
전작이 처녀작이라면, 이 작품이 두 번째이므로 자신감이 붙은 상태로 보다 쓰고싶은 걸 쓴다는 생각이 든다.
웹소설이라는 그릇 안에서 순문학을 쓴다라
(이걸 자연스럽게, 더욱이 일일연재로....하하.......).
실험을 하고싶은건가 싶기도 하다. 작품식으로 표현하자면 정사합일 같은 건지. 아마도 나는 그냥 쓰고 싶은대로 쓴다가 답이겠지만.
예술은 너무 예술이라 문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 있다
문학이 안 읽히는 건 활자의 문제가 아니라 너무 예술이 되버려서 그렇다. 예술영화나 웹소설만 봐도 뭐....
사자가 위장에 탈이 나면 풀을 먹듯이, 병든 인간만이 책을 읽는다는 말이 있다. 근데 읽지 않고 읽혀줘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피아조아가 그려내는 이 글은 고기좋아하는 사람들을 절간으로 불러모아 고기맛 나는 사찰음식을 내주는 것 같이 느껴진다. 먹기좋게 알약에 코팅된 설탕 같달까
나도 문학을 전공했지만 어디가서 이게 예술이고 예술이 어쩌고 같은 소리는 안한다. 예술병 걸린 또라이가 될 필요도 없고 감히 내 입으로 담기에 내가 예술을 안다고 못하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을 알지못한다는 말처럼.
그래도 이번에는 예외다.
피아조아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알려줄게
이게 문학(예술)이야.
Comment '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