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볼만한 소설 없을까나?
좀 전에 생각 없이 문피아에 들어와 이것저것 두리번거리던 도중,
우연히 <바둑소년 백불기>라는 제목의 소설을 접했습니다.
적혀있는 장르를 보니 판타지 요소는 없는 그냥 일반소설이더군요.
최근 현대판타지만 보는 터라 일반소설은 흠...
클릭할까말까 순간 고민하다가 일단 들어가 봤습니다.
두가지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바둑을 독학한 적이 있어 바둑이 친숙했던 것도 있고,
과연 바둑이라는 소재를 글로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과 호기심.
고스트바둑왕처럼 만화라는 수단을 통해서라면 모를까,
일반적으로 어렵게 느껴지는 바둑을 글만으로 승부를 보겠다고?
아무리 필력이 좋다고 해도 과연 재미까지 담을 수 있을까?
바둑은 익숙하지만, 바둑소설은 낯선 저에겐 미심쩍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나참... 이걸 뭐라고 해야 할지. 감탄이 절로 나오더군요.
1월 7일 현재 기준 총 20편 연재된 분량을 단숨에 다 읽었습니다.
다 읽자마자 이렇게 추천글을 쓰고 있습니다.
<바둑소년 백불기>는 말 그대로 천재 바둑소년의 성장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퇴역 바둑기사가 유년의 어린 아이 백불기의 잠재력을 발견,
일반적 정석루트가 아닌 사뭇 독특한 방식으로 바둑을 가르칩니다.
말도 제대로 못 뗀 어린 백불기, 그럼에도 천재라 그런지 흡수력이 엄청납니다.
역시나 주인공은 뭔가 특별해야 읽을 맛이 나는 법이죠.
백불기의 장기는 뜬금없이 희안하고 이상한 수 두기.
대국 상대방과 주변 관전자조차 의문을 표하는 그런 납득하기 어려운 수.
하지만 대국은 이어지고 어느새 그것들은 신의 한수가 되곤 하지요.
이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잔잔합니다.
자극적이지 않고 뭔가 편온한 느낌이 듭니다.
<바둑소년 백불기> 자운곡이란 필명을 쓰는 작가의 작품입니다.
검색해서 찾아보니 정통무협 의검천추를 집필한 작가라고 합니다.
의검천추를 읽지는 않았지만 암튼 그렇답니다.
작년 12월 21일에 첫 연재시작, 지금까지 일일연재를 성실히 수행중입니다.
일관성 있는 연재 아주 좋습니다. 일단 믿음이 갑니다.
하루에 2편 올린 날도 몇번 있습니다.
무엇보다 분량이 마음에 듭니다.
다른 여타 소설보다 편당 분량이 훨씬 많습니다. 그래서 더 읽을맛이 납니다.
20편밖에 안되지만 못해도 1권 분량은 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필력이 장난이 아니더군요.
하기야 정통무협을 쓸 정도면 뭐...
오탈자도 안보입니다.
제가 이 소설을 읽기 전에 가장 우려했던 부분은 바로 재미입니다.
필력이 아무리 좋고, 소재가 아무리 참신해도 재미 없으면 끝입니다.
더구나 바둑이란 소재는 다루기조차 어려울 뿐더러,
그 속에서 재미를 어찌 가미할 것인지 도통 감이 오지 않았습니다.
제가 바둑을 소재로 글을 쓴다고 생각해봤는데, 참 난감하더군요.
바둑을 잘 모르는 이들도 재밌게 읽게 만들 수 있을까?
바둑용어를 아무리 쉽고 자세히 설명한다 해도 이해하기 쉽지 않을거 같은데?
일반적으로 많은 이들이 바둑을 어려워 하는데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바둑은 어렵다는 인식이 많아 프롤로그조차 보려고 하지 않을거 같은데?
나 조차도 바둑이 친숙하지 않았다면 이 소설을 클릭하지 않았을지도.
실제로 그래서 그런지 <바둑소년 백불기>는 첫편 조회수가 불과 2000도 안됩니다.
또한 그것이 제가 지금 이 추천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소설, 재미...신기하게 정말 재미 있습니다.
바둑을 잘 모르는 독자가 읽어도 재미를 느낄만큼 말입니다.
백불기가 특별하게 성장하는 과정도 지켜보는 맛이 나고,
답답하게 질질 끌지도 않고 적당한 페이스로 전개되는 속도감도 좋습니다.
무엇보다 향후 백불기의 행보가 심히 궁금하네요.
호기심 충족, 흥미유발 측면에서도 만족할만한 글입니다.
이렇게 재밌는 글을 추천하는 저에게 독자분들은 감사해야 될 겁니다.
한편 저는 좋은 글을 써주신 작가님께 고마움을 느낍니다.
제가 현재 문피아에서 무조건 보는 작품이 딱 3가지 있습니다.
환생좌, 신의 노래, 빅라이프.
바둑소년 백불기도 정말 오랜만에 여기에 포함됐네요.
이상, 여기까지 바둑소년 백불기 추천글이었습니다.
ps-내 인생 최고의 장르소설은 <강호비가행>
강호비가행...
예전에 제목도 새로 바뀌고, 내용도 다르게 수정되서 출간됐지만,
십 수년 전에 읽었던 강호비가행의 여운을 잊을 수가 없다.
그 작가님 안보인지 꽤 오래됐다. 은퇴하신거 같다.
강호비가행 아시는 분 있을라나
고무림 시절 연재됐던 작품인데...
찬성: 
반대: 
二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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