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를 피해 탈출한 곳은 천국도 지옥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사람들이 능력껏 부대끼며 사는 또다른 현실이었죠.
장르는 밀리터리 베이스에 로우파워 판타지를 결합한 SF입니다. 아직까진 그렇습니다. 이종족과의 대화에서 마술사 관련 언급이 지나가듯 나오는 걸 봐선 판타지 속성도 추가될지도 모르겠네요.
등장인물들은 대개 건조한 성품으로 그려집니다. 격정적이거나 감정에 치우치기보단 서로의 관계에서 리 불리를 재어보며 거리감을 유지합니다. 소설인데 이래도 되나 싶지만 꽤 현실적인 직장생활이 연상되었습니다. 주인공이 고자스러운 건 좀 유감스럽습니다...만 현실에서 껄떡대는 자의 말로를 감안한다면 이게 맞지 싶기도 하구요.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유추하건데 주인공은 지옥(비유적 의미로)을 한 번 들어갔다 나온게 아닐까 싶네요. 감정이 마모되고 정신적으로 지친 인간상으로 표현됩니다. 직장생활에 만성피로가 누적된 직장인이라면 많이 이입하실 듯 합니다.
내용적으로는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제가 보기엔 액션과 일상이 적절하게 섞여있습니다. 액션씬은 밀리터리를 하드하게 파는 분이더라도 만족스러울 듯 합니다. 야전, 침투, 근접 등 여러가지 상황을 현실감 있게 보여줍니다. 교범이나 실전에 비교하자면 부족한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소설적 허용의 범위라고 보면 될 것 같구요.
설정 상 구멍이나 세세한 디테일에 대해 지적하는 댓글이 좀 있었는데 작가님이 리메이크 하면서 최대한 메꾸신 것 같습니다. 적어도 이거 하차각? 하면서 학을 뗄 수준으로 붕괴된 부분은 없어보입니다.
정주행을 끝내고 보니 연재는 슬슬 이야기가 깊어지는 단계에 들어선 것 같습니다. 제법 떡밥 투척도 많았던지라 앞으로의 전개가 몹시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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