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 약탈자들은 그 특유의 느낌을 강렬하게 전달하는 표지와
이전 제목인 ‘레이드 - 더 하이스트’의 레이드라는 단어 때문에
모르는 분보다는 아는 분이 더 많으실 거예요.
이번에 작가님이 제목에서 ‘레이드’라는 단어를 빼셨는데,
작품의 분위기에 맞는 좋은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연휴에 별 할일이 없어 폰으로 문피아 앱을 켰습니다.
뭐 볼까, 하다가 정말 아무 기대없이 ‘약탈자들’의 첫회보기를 눌렀죠.
그리고 그 자리에서 25화까지 다 읽었어요. 놀라운 흡입력이었죠.
아, 그에 앞서서 이점 하나는 말씀드려야겠네요.
이 글은 분명 수작임에 분명하지만, 이 사이트에서는 ‘호’보다 ‘불호’가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빠르고 쉽게 읽히고 화끈하고 시원하게 전개되는 여타의 소설에 비하면
이 소설 ‘약탈자들’은 매우 불친절하거든요.
첫째로, 아직까지, 25화까지 오면서도 어떤 캐릭터도 이름이 등장하지 않아요.
개, 토끼, 돼지, 말, 사장, 요가강사, 여자, 호스트, 기타등등 모든 인물이 이름없이 등장합니다.
이름만이 아니에요.
배경이 어느 나라인지, 어느 도시인지, 심지어는 현대인지, 근미래인지도 알 수가 없어요.
그런데 더 놀라운 건?
그럼에도 모든 캐릭터가 살아있다는 거예요.
‘토끼’는 이름도 없이 등장하지만, 가끔씩 등장하는 그의 과거와 현실에서의 행동, 말투 등으로 독보적인 캐릭터를 갖게 되죠.
주방에서 일하는 그에게 서빙하는 직원이 말을 걸어요.
‘신참. 사장님이 부르시는데?’
그러자 토끼가 말하죠.
‘두 번 다시 나를 신참이라고 부르지마.’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
이 짧은 장면 만으로도 저는 이 토끼가 어떤 사람인지 너무나 뚜렷하게 느껴졌어요.
장면 구성도 정말 멋져요.
세번째 챕터, 분노의 도로편은 한편의 영화죠.
다른 어떤 영화보다도 ‘다크나이트’에서 트럭에 탄 조커를 쫓는 자동차 추격 씬이 떠올랐어요.
그 어둡고 건조한 느낌.
누군가는 분노하고 누군가는 환호하고 누군가는 복수를 꿈꾸지만,
도로는 무감정하고 건조하죠.
그리고 그 도로위에서 토끼는 몰핀의 힘을 빌어 영화같은 액션씬을 만들어내요.
트레일러에 매달린 컨테이너가 떨어지며 지랄탄 터지듯 발광을 해대고,
쫓아오던 경찰차들이 부딪히고 뒤집히며 컨테이너에 짓밟히고,
또끼를 쏜 뒤 돈가방을 들고 튀던 말의 밴 옆구리를 들이받는 트럭,
그리고 마지막 복수의 순간에도 침착하게 ‘룰’을 읊는 개.
‘레이더스는 살인하지 않아.’
캬. 이 거친 느낌. 남자의 핏줄에 불을 당기는 폭력의 맛이란.
또한, 인물들의 대사는 다큐멘터리를 찍는 듯 사실적이죠.
필터링 따위는 하지 않아요.
날것 그대로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죠.
물론 이 부분이 어떤 분께는 거북스러울지도 몰라요.
하지만 제 생각에는, 어떤 층위의 인물을 그리기 위해서는 그들의 행동양식과 말투를 그대로 옮겨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불명예제대를 하고 PTSD를 앓는 전직 인간병기가 욕설하나 없는 젠틀한 말투를 구사한다면, 그가 고도로 훈련된 사기꾼이 아닌 이상 말도 안되는 거잖아요?
끝으로 , 작가분의 넓은 견식과 조금은 비틀린듯한 유머 감각이 일품이에요.
특히 작가의 말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죠.
바람피다 걸려 작살나게 두들겨 맞는 남자가 나오는 편에서 작가님은 이렇게 말해요.
‘인생은 짧습니다. 바람 피우세요.’
ㅋㅋㅋ 어쩌라구요!
설 연휴가 아직 좀 남았죠.
TV에서 더이상 볼 영화가 없으시다면, 이 작품 ‘레이더스’를 추천할게요.
친절하고 얼굴 반반한 꽃미남이 아니라,
거칠고 불친절하고 우락부락한 터프가이를 선호하시는 분은
분명 후회하지 않으실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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