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쯤인가, <프라이드>라고 가상세계에서의 여군 전차부대의 전차전을 생생하게 묘사한 작품이 하나 있었죠. 워낙 마이너한 내용이라 인기가 별로 없었습니다만, 막판에 추천글이 올라오면서 읽은 분(적어도 이쪽에 관심이 있는)들이 다들 호평을 해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그 작가분이 새 작품으로 돌아오셨네요.
이번 작품은 조선 성종 정도를 배경으로 합니다. 세종대왕도 나오고 하는 걸 보니 역사가 약간 바뀌었다고나 할까요. 해품달처럼 평행세계 비슷한 느낌에 구미호와 여우구슬이라는 판타지적 요소도 가미됩니다.
줄거리는 아직 극초반이라 대충, 높은 무신과 귀화여진 사이에서 서자로 태어난 주인공이 아버지를 잃고, 기연(구미호와 여우구슬)을 만나 능력을 얻은 뒤 아버지의 죽음을 복수하면서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음모에도 얽히게 된다.... 정도이지 싶네요. 앞으로 북방 뿐 아니라 남부지방이나 바다도 나온다니 더욱 기대되는 내용입니다.
이 작품의 백미는 실제 역사적 사실을 잘 반영한 조선시대의 전투장면입니다. 사실 지금 유료연재되고 있는 몇몇 대체역사물들 중, 이만한 질의 전투신이 나온적은 처음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이건 뭔가 밀덕의 향기가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이와 비슷한 느낌을 김경진 <임진왜란 정유재란편>에서 느낀 적이 있지요. 고증으로 따지자면 <예맥전사>도 못지 않습니다만, 더 쉽게 읽히면서 접근성이 높은 것은 <무사>입니다.
동개활, 대우전, 조선초 여러 총통, 신기전과 화차 등 다양한 조선시대 무기체계가 등장하고, 조선군 편제도 나오는 것은 물론입니다. 띠돈이라던가 세부적인 사항도 잘 나왔구요. 거기에 많은 작가들이 실수하는 ‘갑옷을 입어도 화살에는 답이 없기 때문에 중기병은 ㅈㅂ임’라는 잘못된 상식이 아닌, 많은 경우 화살이 튕겨나간다는 사실을 잘 반영하기도 했고, 조선 초부터 여진을 학살하고 다니던 조선군의 위용도 잘 살려줬습니다. 병자호란때문에 조선군이 밀리는 줄 알지만 조선 초에는 기병끼리 붙어도 대등하게, 오히려 밀어붙이면서 싸웠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죠. 여진족이 유목민이라기보단 반농반목에 가까웠다는 점도 잘 나타나있구요. 이정도면 대부분의 대체역사소설보다 훨씬 나은거죠. 확실히 밀덕+역덕의 향기가 납니다.
물론 문장이 늘어진다던가, 감정묘사가 약간 너무 빨리가는 느낌이 들기는 합니다만, 그 정도야 내용 보느데는 아무 지장이 없죠. 줄거리도 흥미롭고 인물도 개성있는게 재미있습니다. 특히 여우구슬이 무슨 절대적인 능력이 아니라서 무사로서 주인공이 점점 더 성장해나가는 모습이 기대되는 소설입니다.
한번 같이 달려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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