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저도 한 편의 글을 쓰고 있는 작가이니만큼 다른 작품의 추천글을 작성한다는 것이 조금 부담스럽기는 했습니다. 왠지 추천글은 독자분들만의 영역인 듯한 기분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생각해보니 저도 작가이기 이전에 한 명의 독자더군요. 그래서 인상깊게 봤던 작품, [레이드 매니저]를 추천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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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레이드’라는 단어를 쓴 것과는 달리 기존의 레이드물 풍조를 상당히 일탈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주인공이 능력이 있어서 몬스터를 잡고, 그 부산물로 돈을 버는 구조가 아닙니다. 현대 지구의 인류는 몬스터와 직접적으로 싸울 능력이 없기에 몬스터와 함께 등장한 3개의 이계와 접촉하여 그곳의 영웅들을 이용하여 싸웁니다. 그 영웅들과 계약하여 이끄는 지구인이 바로 ‘펄서’라고 불리는 존재입니다. 주인공 역시도 이 펄서에 해당합니다.
펄서들은 마치 리그 오브 레전드의 챔피언 소환사처럼 영웅들을 보조합니다. 각자가 가진 스킬을 통해 서포트하고, 뛰어난 지휘능력을 가진 펄서는 오더를 내려서 전술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기도 하죠. 여기서 주인공의 진가가 한 가지 발휘됩니다.
주인공은 유명한 게임에서 최고로 꼽히는 공대 중 하나를 이끄는 인물입니다. 물론 현실에서는 잉여백수지만, 게임 내에서는 최고의 오더 중 한 명으로 치켜세워질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죠. 그는 어느 날 자신이 펄서가 되었다는 연락을 듣고서 뛸듯이 기뻐하며 게임을 접어버립니다. 게임 내에서 그를 따라다니던 한 길드원의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이건 작중에서 만나보시는 쪽이 더 즐거울 것같네요 ^^
펄서들은 영웅과 계약하기 위해 이계로 향하게 됩니다. 돈도 빽도 있는 인물들은 길드 등에서 그걸 지원해주지만, 그런 거 없는 주인공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영웅계약을 하기 위해 떠나게 됩니다. 그리고 접촉하게 된 고귀한 가문에서 운명적인 만남을 이루게 됩니다. 남들과는 다른 주인공만의 능력, ‘상대의 정보’를 볼 수 있는 힘에 의해 어린 소녀의 잠재력을 깨달은 주인공이 접촉을 시도하지만, 뎅겅 목이 날아갈 뻔하게 됩니다 (ㅎㅅㅎ).
이후 가문 내부에서 벌어진 암투에 의해 소녀는 어쩔 수 없이 주인공과 계약하게 되고, 여기서 주인공은 그 오더능력의 진가를 발휘합니다. 죽을 게 확실했던 상황을 역전시켜버리면서 소녀의 신뢰를 얻어내지요. 간신히 목숨을 건져 현대로 돌아온 주인공과 소녀의 이야기가 이 소설의 본편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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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이 [레이드 매니저]라는 소설을 굉장히 즐겁게 읽었습니다. 톡톡 튀는 히로인, 줄리엣의 매력이 전해져오는 글이었지요. 그런데 생각보다 이 작품이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더군요.
그 원인은 초반부의 가벼운 서술, 가끔씩 등장하는 작가님의 무리한 드립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게임 특유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서라지만 인터넷 어체를 빌려온 탓에 조금 가벼워보이는 경향이 있지요. 이게 몇몇 독자분들의 테이스트를 벗어난 듯합니다. 현실적인 인물이라기보단 만화에 나올법한 캐릭터 몇몇이 몰입을 살짝 깨는 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몇 안 되는 단점들을 눈감아줄 수 있을 정도로, [레이드 매니저]는 재밌게 쓴 작품이었습니다. 선호작 해두고 연재되는 날을 기다릴 정도로 말이죠.
제가 즐기는 몇 안 되는 글 중 하나를 문피아의 다른 독자 여러분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새벽녁에 추천글을 씁니다.
이 글을 찾아주신 모든 분들이 문피아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실 수 있기를 바라며, 이만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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