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글은 정말 오랜만에 씁니다
우선 전 작가님이랑 일면식도 없는 사이임을 먼저 밝힙니다
작가님한테 다소 무례한 표현이 들어가있을까봐 혹시 몰라서 밑밥을 깔아두려는 거죠
추천글 제목 그대로 이 글은 제목과 소개글 때문에 선입견이 생깁니다.
제목은 ‘엄마가 검귀였다’이며,
소개글은 아래와 같습니다.
처음 보는 5학년 형에게 개처맞고 하교했던 어느날.
내 눈탱이를 보고서 엄마는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아들, 이리와서 앉아 봐.”
이 글은 주로 오밤중이나 새벽녘에 올라와서 일반연재작 신규 리스트에 오래 노출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간 결코 이 소설을 읽지 않아왔는데 바로 위 제목과 설명문 때문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검귀인 엄마가 다해먹는 소설인 줄 알았습니다. 무협고수가 모종의 이유로 인세에 숨어 아들을 키우는데 우연히 아들의 재능을 발견한 이후로 아들을 혹독하게 트레이닝 시키는 그런 스토리인 줄 알았죠.
(사실 읽어보니까 이 예측은 부분적으로 맞긴 했습니다만)
그러다 오늘 새벽에 우연히 이 글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왜 그런 날 있잖아요, 유독 머리가 복잡해져서 잠이 오지 않는 날?
그런 날에 짐짓 가벼운 소설이나 보고 머리를 식히려 했습니다.
그런데 이거... 생각보다 재밌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다음화까지 읽어보려 했는데 어랍쇼? 이 글이 사망선고를 받았다는 공지가 올라와있더군요.
그래서 오늘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나서도 기분이 영 찜찜했습니다.
저는 뒷부분을 보고 싶으니까요. 결국 점심을 먹고 조금 잠이 오려는 이 참에 추천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가끔씩 사망판정을 받은 사람이 되살아나는 라자루스 증후군이 이 글에 일어나길 바라는 아주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서요.
일단 이 글은 ‘와 굉장한데?!’ 그런 생각이 드는 글은 아닙니다. (작가님, 죄송합니다)
대신 아폴로 같은 글이라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 먹었던 불량식품들을 다 크고 나서는 입에도 대지 않지만 아폴로는 꼭 발견되는 족족 사서 입에 대니까요.
그만큼 특별하고 독특한 전개는 없지만 아폴로의 맛처럼 그리운 맛입니다.
제겐 어린 시절 읽었던 무협지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데 또 필체가 옛날스럽지는 않아서 작가님의 나이가 묘하게 궁금하긴 합니다.
일단 지금까지 벌어진 전개만 보고서 스포를 담아 보겠습니다.
1. 주인공은 천재입니다.
검귀인 엄마는 이용만 당했습니다. 아들새끼가 맞고 다니지 말라고 보법을 가르쳐줬더니 아들놈이 보법을 너무 기깔나게 배운 나머지 온갖 학교의 짱들을 다 재패하고 다닙니다. (주먹보다는 피하는 것으로)
어찌나 보법을 잘쓰고 다녔는지(허허허...) 유명세를 얻은 주인공은, 인세에 숨어들어 평화롭게 살아가는 무림인들을 굳이 찾아내서 주살하는 집단인 구도자들에게 발각당합니다. 그리고 클리셰가 그렇듯, 절대강자에게 죽을 뻔한 순간에 고수가 나타나 구해줍니다. (그 고수가 누군지는 뭐...ㅎㅎ)
그리고 이제 인세에서 살기 힘들어졌으니 무림세계로 가서 그곳에서 학교 생활을 합니다.
2. 전개가 예측 불가합니다
중간중간 옛날 소년 만화같은 대사가 나오길래 <거인의 별>이나 바키 시리즈같은 근성론이 나올 줄 알았는데 그게 또 아닙니다.
주인공은 일단 무림인들의 학교에서 정규과정을 밟는데 무림의 학교 답게 대련을 권장하는 바람에 온갖 곳에서 주인공에게 시비를 걸어옵니다.
이미 1번에서 언급했듯, 어린시절부터 지역구 일진들의 도전을 받아왔던 & 구도자들에게 맥없이 죽을 뻔한 이래로 엄마에게 민폐를 끼친 게 미안해져버린 주인공은 어린 무림인 급우들의 도전을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이건 또 아카데미물 정석적 전개죠?
근데 자꾸만 ‘형이 왜 거기서 나와...?’ 싶은 게 나옵니다.
3. 뇌빼고 쓴 거 같은데 뇌 빼고 쓴 거 같지 않은 스토리텔링
은근히 글의 완급조율이 잘 갖춰져 있었습니다.
제 느낌이긴 했지만, 이 글을 쓰신 작가님은 본래 자신의 실력을 너프시켜서 ‘글을 못 쓰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면 가끔씩 힘조절을 잘못해버린 문장이 보이거든요.
이따금씩 이 작가님이 일부러 꿍쳐둔 필력이 보이는 문장이 있는데 그걸 수집하듯 읽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정신이 복잡하고 고민이 많을 때, 시도 때도 없이 날뛰는 정신머리를 '워워 진정해' 하며 앉혀주는 느낌이랄까요.
마지막으로 작가님
오늘 새벽 발견한 나작소가 오늘 글을 마지막으로 글을 놓는다고 하셔서 한 번 적어보았습니다
비록 뒷부분을 보지 못했다 하더라도 다음번에 작가님의 필명으로 등록된 새 글이 올라오길 기대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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