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란

리뷰



The Abyss

작성자
Lv.7 웹진R
작성
14.11.17 20:43
조회
5,686

The Abyss

현대판타지 The Abyss 강철신검

삶은 또 다른 지옥이다.
어쩌면 죽은 자야말로 진정 행복할지도 모른다.
애초에 인간은 생명의 가치를 논할 자격이 없었다.
그래.
우린 자격이 없다.


1. 한줄평

   유쾌! 상쾌! 통쾌! 시크한 초인 한상혁의 좌충우돌 대활극!



2. 간략 줄거리

   2차대전 종전 직후 독일을 점령한 연합군은 비밀기지 지하에 가득한 V2로켓에 탑재된 인류 역사 최악의 생화학 무기를 발견하고 전율한다. 일컬어 Z바이러스. 무기화된 좀비 바이러스다.

   연합군 이사회는 고민했다. 없애야 할까? 아니, 욕심을 버릴 수 없었다. 그들은 결국 Z바이러스를 소각하는 대신 봉인하고 연구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이 위험한 무기를 어디에 보관해야 할까? 그래서 선택되었다. 지구상에서 가장 완벽한 보안을 유지할 수 있는 곳, 바로 남북한을 가로막은 DMZ, 비무장지대다.

   허나 소설적 전개상 당연하지만 Z바이러스는 유출되었고, 어떠한 경로를 통해서 두 명의 초인이 탄생하는 계기가 되었다. 인류의 적이라 불리우는 세계적 테러리스트 하산과 V포인트 유지, 관리와 대감염자 전투에 특화된 특수 13과의 리더 한상혁 중령이 그들이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Z바이러스에 의해 북한이 멸망한다. 그 뒤를 이어 서울, 도쿄, 상해, 홍콩, 우크라이나 등지에서 연발하는 테러와 각종 사건사고.

   드디어 초인 한상혁이 활약할 무대가 화려하게 펼쳐진다.



3. 캐릭터

   ● 한상혁: 서울 참사 이후 13연대로 확대 개편된 특수 13과의 리더. 죽은 지 사흘만에 부활한 초인. 그가 초인으로 거듭난 정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어쨌든 수퍼맨급 먼치킨이지만, 능력을 제외한 부분에선 누구보다 인간적이며 또한 시크하다. 강철신검님의 전작 안드로메다의 주인공 크리스티안의 대한민국 군인 버전.
   ● 하산: 베트남 전쟁 당시부터 존재가 포착되기 시작한 또다른 초인. 인류의 적이라 불리우는 테러리스트이며, 무슬림 혁명가로 포장되어 있지만 종교적 신념은 없다. 그는 말한다. ‘I like money!’. 모든 것은... 비즈니스다.
   ● 오정태: 대한민국 국방부 장관이며 한상혁의 정신적 대부. 초인 한상혁의 인간적 삶은 그에게서 비롯되었다.
   ● 강건: 합참의장이며 오정태의 사후 한상혁과 소통하는 사실상 유일한 고위 인사.
   ● 강보연: 강건의 막내딸이며 한상혁의 부관. 한상혁 외 13연대를 콘트롤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초인은 아니며, 좋은 가슴을 가졌지만 인종적 한계를 넘지는 못했다.
   ● 김정모: 한상혁의 직속 수하. 근육바보 3인방 중 하나지만 누구보다 인간미 넘치는 인물이다. 바로 그 점 때문에 한상혁이 내심 후계자로 생각하고 있다.
   ● 장현: 초인 개발 프로젝트와 관련된 이상증식자(일종의 준초인)인데, 왜곡된 애국자다. 서울 참사 당시 쿠데타를 도모했으나 실패했고, 한상혁의 집요한 추적을 받으면서도 갖가지 음모를 획책해 대한민국을 손에 넣고자 한다. 하산의 도움을 빌어 이상증식자가 된 듯하지만, 하산의 수하는 아니다. 말하자면 한상혁이 당면한 제3의 안티히어로.



4. 뷰 포인트

   한줄평에서 ‘유쾌! 상쾌! 통쾌!’를 외쳤지만, 통쾌를 제외하면 사실 어폐가 있다. 어떤 식으로든 좀비가 등장하는 이상 아포칼립스적 분위기를 피해가긴 어렵다. 허나 한 번 참사에 수백만이 죽어 나가는 소설적 현실을 대하면서도 딱히 비감하다기 보다 시원시원하다는 카타르시스를 느끼는데, 바로 강철신검판 소설 특유의 세 가지 매력 때문이다.
   그 첫째는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스피디한 전개다.
   안드로메다도 그렇지만 어비스 역시 이야기 전개에 군더더기가 없다. 전투씬이든 뭐든 대규모 액션 장면을 글로 표현하는 작업은 쉽지 않다. 한곳만 조명하면 현장감이 떨어지고 전체를 그리고자 하면 장황해진다. 작가는 이를 캐릭터 분산으로 해결한다. 짧게 짧게 다양한 군상들의 시점으로 그려나가다 끝에 가서 한 그물로 엮어버리는 방식이다. 그래서 사실 이 작가의 글은 친절하진 않다. 연재로 끊어보다 보면 다른 걸 다 떠나 헷갈려서 몰입이 어렵다. 그러나 각 장면의 전개는 호쾌하고 빠르며 지지부진한 마무리가 없다. 살짝 살짝 끼어드는 대사는 엣지 있고 캐릭터를 기가 막히게 부각시킨다. 모르고 봐도 강철신검의 글임을 눈치챌 수 있을 색깔 뚜렷한 작법이다. 그 호흡에 동조하기 시작하면 정말 헤어나오기 힘들다.
   둘째는 캐릭터의 매력이다.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어비스에 등장하는 인물 중엔 바보가 없다. 하나같이 고유한 매력을 가지고 눈에 확 뜨인다. 특히 선과 악의 경계를 교묘하게 오가며 나름의 철학이 집약된 주인공은 매력을 넘어 마력을 가졌다 할 만큼 이상적이다. 이러한 캐릭터들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각자의 사상을 위트로 포장한 대사빨이라 할 수 있는데, 장면이 전환될 때 툭 던져지는 한마디 한마디는 거의 예술이다. 설령 그게 욕설이라 할 지라도.
   마지막은 작가의 방대한 인문학적 식견이다.
   사실 재미를 위해 보는 장르소설에서 작가의 현학적 지식이 과도하게 드러나면, 심지어 그것이 허술하기까지 하면 정말 읽기가 싫다. 소설을 보며 공부할 생각은 전혀 없으니까. 허나 기본적인 상식과 주관도 없이 슬렁슬렁 쓰여진 글 또한 재미가 없다. 꼭 뭔가를 남기고 싶어서가 아니라 읽다 보면 스스로가 작가 만큼이나 한심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아! 물론 순전히 주관적인 견해다. 어쨌든 어비스로 돌아와서, 강철신검은 어비스에 정치, 사회, 경제, 외교 등 다양한 인문학적 식견을 대량으로 쏟아 부었다. 그런데 눈쌀이 찌푸려지지 않고 감탄이 나오는 것은 작가가 이를 소화해서 소설적 전개를 통해 맛깔나게 투영하기 때문이다. 그런 반면, 대립되는 두 개의 가치관이 있으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양쪽에 대해 다 비판적인 관점을 견지함으로서 교묘하게 이견을 피해갔고, 시크함으로 무장한 한상혁에게 녹여내 거부감을 주지 않는다. 대단한 식견이며 재능이다.
   전적으로 사견이란 전제에서 어비스는 현재 플래티넘에 연재되고 있는 소설들 중 재미와 퀄 양면에서 단연 탑이다. 원탑에 거부감이 있다면 탑클래스라고 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회수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편이다. 왜 그럴까? 이미 옆동네에서 한번 연재된 전적 탓, 시대가 복잡한 걸 싫어하는 탓, 그리고 시작이 너무 불친절한 탓인 듯싶다. 적어도 10편 이상 읽기 전에는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알기가 어렵다. 그러나 장담한다. 일단 벽을 넘어서면 거기 빠져나올 수 없는 개미지옥이 있다. 그만큼 매력적인 글이다. 어비스는.



5. 어떤 사람이 읽으면 좋을까?

   ● 심장이 쿵쿵 뛸 정도로 흡입력 있는 액션물을 찾으시는 분.
   ● 지극히 인간적이지만 시크하고 위트 있는 캐릭터의 향연을 즐기시는 분.
   ● 초반의 다소 지루한 얼개 만들기가 결국 뒷심 있는 장편으로 보답됨을 이해하시는 끈기 있는 분.




글: 동방존자 (웹진R)

[email protected]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