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조진행
작품명 : 후아유
출판사 : 드림북스
조진행님의 후아유 5권이 나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님의 좋아하는 글이 나와서 즐거운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본격적으로 국정원에서의 일이 시작되면서 슬슬 악셀레이터를 밟는 듯한 느낌이 들어 더 좋더군요.
문피아 내에서 이 글 "후아유"에 대한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리는 모습을많이 봐왔습니다. 안좋게 평하시는 분들의 글을 보면 주로 산만한 전개, 많은 히로인...이라기보단 여성등장인물, 주인공의 목표의식 상실 등등을 지적하시는것 같았습니다.
사실 이것이야 말로 취향의 문제라고 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어떤 분들에게 단점으로 지적하는 저런 점들이야말로 제가 생각하는 '후아유'의 장점이기 때문입니다.
제 시점으로 이 글은 작중에 언급되는 외계의 분식(?) [퉁챠오]와 같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중에서 퉁차오는 이렇게 묘사됩니다. 라면도 아니고, 그렇다고 짬뽕도 아닌 맛. 그렇지만 어딘가 정겨운 느낌의 맛. 고급음식은 아니지만 정성을 다해 만들었고, 가볍게 한그릇 뚝딱 먹고 지나갈 수 있지만 다음날 또 생각이나서 다시 찾게되는 그런 음식... 제 안에서 "후아유"는 정말 퉁챠오같은 그런 글이란 생각을 합니다.
후아유는 기존에 익숙한 어떤 전형을 기대하는 독자에겐 애매하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라면도 짬뽕도 아닌 그 중간에 있는 어중간한 느낌으로 주인공은 행동하고, 사람과의 관계 역시 그렇게 미적지근하게 흘러갈 뿐입니다. 그러나 주인공이 삼십몇년동안 살아온 이야기와 작중에서 이야기되는 그의 가치관을 생각해볼때, 작가님은 참으로 확고한 캐릭터를 잡고 흔들리지 않으면서 이야기를 써내려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주인공은 애초에 그런 녀석인겁니다. 능력은 있지만 십 몇년을 총무과에서 보낸 책상물림인 동시에 자신을 떠나간 아내와 딸에 대한 아픔을 가진 실패한 가장이지만, 세상에 찌든 상식인과 치기어린 운동권시절의 순수함 사이에서 자신을 정의하고자 애쓰는 사람인겁니다.
그동안 많은 현대물이 힘을 얻기 전과 얻은 후의 주인공 묘사에 실패하고 있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보통의 현대물이 치트키 수준의 막장스러운.. 무협과 판타지의 그것을 뛰어넘는 대리만족의 글쓰기 경향을 보인다는것을 생각해보면, 후아유에서 나타나는 주인공의 현실감각과 행보에서 저는 퉁차오같이 평범하지만 감칠맛이 돋보이는 작가님의 글솜씨가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이 소설에 많은 기대를 걸 필요는 없습니다. 애초에 대작이나 걸작, 명작과는 거리가 있는 설정이며, 그런 글쓰기로 만들어진 소설입니다.
그러나 조진행이라는 작가는 이 소설 "후아유"를 부담없이 읽은 다음날 다시 한번 또 읽고싶은 그런 글로 만들고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마치 퉁차오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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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사이에 많은 글이 달렸네요. 제가 이 댓글을 쓰는 시점에서 추천이 아홉개나 달렸는데 비판댓글도 이렇게 많은것이 참흥미롭습니다. 후아유는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다는 뜻인것 같네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어떤 주인공이 자신의 능력을 철저히 파악한 다음, 세상에 그것을 아무도 모르게 꼭꼭숨겨서 오직 자신만을 위해 사용하고 아무에게도 명령받거나 하지않으며 단지 자신의 의지와 판단으로 이야기를 헤쳐나간다면.... 그 주인공은 후아유의 주인공과는 다른 멋진 주인공이 될까요?
제가 볼때는 흔하디 흔한 막장 대리만족형의 현대물 주인공인것 같습니다. 애초에 후아유의 주인공에게는 그렇게 치열하게 행동해야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는 회귀물의 주인공처럼 새 삶을위한 강렬한 의지도 없고 혼자서 모든문제를 해결할스있다고 생각하는 중학생도 아닙니다.
적당히 드러내고, 주위의 도움을 받고, 실패도 많이 하는 아저씨일 뿐이죠.
후아유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그런 주인공에게 대리만족 이상의 어떤 동질감을 느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취향문제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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