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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명작, 홍성호님의 '링스'

작성자
SanSan
작성
07.10.18 20:33
조회
3,893

작가명 : 홍성호

작품명 : 링스

출판사 :

추천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난감한 책이다. 분명 명작이다. 명작이지만... 완결이 안난다. 「아직 안났다」가 아니라, 반영구적으로 「완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출판도 중지. 너무나 사랑스럽지만, 성장이 멈춘 아이와 같다. 현재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을 망정, 성숙한 모습은 볼 수 없다.

군대 가기 전에 이미 4권까지 출판된 상태였다. 그리고 작가인 홍성호님은 먼저 군대로 고고 하신 상황.... 그 후 내가 입대했고, 나는 2년간의 복무가 끝나고 사회복귀하면 링스 완결편까지 단숨에 읽을 수 있을 줄 알았다. 무른 생각이었다. 단 한권도 더 나오지 않은 것이다. 앞으로도 나올 일 없어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링스는 나에게 최고의 작품 중 하나다.

처음 부분을 읽으면, 「뭐냐 이건」하는 분이 있을 수도 있다. 왠지 일본의 모 소설을 연상케 하는 구도 때문이다. 인간 위의 상위 종족 , 그 종족의 황녀(이자 차기 황제), 인간 소년, 둘의 우정.... 게다가 소년의 이름은 린트(링스)와 진트(일본 모 소설).. -_-a 솔직히 이 점 때문에 처음에는 책을 던졌었다. 그러나 다시 집어들고 반권쯤 읽어내자, 두 소설은 전혀 다른 걸 알 수 있었다. 링스에는 내가 바라던 모든 것이 꾹꾹 담겨 있었고 난 미친듯 빠져들었다.

그곳에는 신의 비밀이 있었고, 종족간의 생존경쟁이 있었고, 냉철한 지배자와 이빨을 숨긴 반항아들이 있었다. 그리고 소녀의 성장이 있었고 소년의 시련이 있었다. 신비로운 전설이, 아름다운 인형이, 애절한 사랑이 있었다. 두근거리는 모험이 있었고, 눈물짓게 하는 아픔이 있엇다.

표면상으로 링스의 주인공은 린트다. 인간이면서 상위종족의 도시에서 자라고, 그들을 모두 제치고 1등으로 파즈의 대학을 졸업한 인류사상 최고의 천재.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고, 실제로 상식 이상의 비밀이 있다. 아마도 링스라는 세계를 꿰뚫는 놀라운 진실과 관련되어 있겠지.

그러나 진실된 주역은 파즈의 황녀, 시아다.(물론 내 생각이다) 여신의 아이로써 공정하게 세계의 균형을 지키는 존재인 파즈, 그 중에서도 다음 대의 황제가 될 자가 시아다. 그러나 그녀는 모종의 음모로 인해서 자신의 반신인 '리뮤렛'을 봉인당하게 되고, 파즈 고유의 공정함.. 여신의 제약에서 벗어난다.

이 놀라울 정도로 매력적인 파즈의 황녀가 점차 인간의 마음을 느끼며, 파즈에게 걸린 여신의 제약을 느끼고 벗어나는 모습은 린트의 성장 따위에 비할 수 없는 감동이다.

자신이 품고 있던 '공정함'이 얼마나 잔인한지, 스스로가 린트에 대해 품고 있던 감정이 얼마나 잔혹한지, 파즈라는 존재가 얼마나 모순된 것인지를.... 그녀는 점점 깨달아 가는 것이다. 린트의 꿈을 엿본 마왕이 이렇게 물었을 때, 시아는 답을 몰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다시 같은 질문을 들었을 때는 알 수 있었다.

비밀을 둘러싼 처절한 싸움의 끝에서, 린트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싸우고 싸워 결국은 누구도 존재하지 않는 텅빈 의사 공간에서 거대한 여신의 분노가 닥치는 가운데, 최후의 힘을 짜내어 린트만을 피신시키고 홀로 죽어가는 그녀는... 지독하게 외로워 보였고 동시에 너무나 눈부셨다.

시아의 빛나는 존재감에 비하면 엄청나게 머리가 좋고, 「원형」인 '아인'을 기동시키며, 여신의 비밀과도 관계가 있고, 과거의 용사 아룬과도 모종의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링스 세계관 최고의 비밀덩어리 린트 따위는 발끝에도 못미친다.

그러나 거대한 비밀같은 것과는 상관없이, 린트는 정말 멋진 녀석이긴 하다. 그가 마음 속 깊이 품고 있는 꿈 속에는 시아가 있었다. 이루어질 수 없을 지도 모르지만, 아니 이뤄지지 않겠지만, 그래도 가슴 속 깊이 품은 희망... 시아의 꿈 속에도 린트가 존재할 날이 오기를 난 진심으로 바랬다. (그리고 좀 남자다워지기를 바랬다. 서희를 만나 좀 나아지긴 했지..)

이 작품 최고의 귀염둥이, 세므릴을 빼놓을 수 없겠다. 난 시아를 가장 좋아하지만 세므릴도 그에 못지 않다. 이 「영원한 소녀」는 인간이 아니다. 기계의 영혼이 형체를 가진, 인공생명이라 할 수 있다. 과거의 용사 '아룬' 이후 누구도 주인으로 인정하지 않은 그녀가 드디어 마스터로 인정한 존재, 그것이 린트다.

제국에 대항하는 레지스탕스 조직 '랑아'의 상징이며 불로불사하는 이 소녀는 오랫동안 랑아 조직원들의 어머니였고, 누나였으며, 첫사랑 그녀였고, 여동생이자 딸이었다. 세민(세므릴의 애칭)이 린트에게 친근감을 표현하면 할 수록 주변의 랑아 구성원들은 도끼눈을 뜨고 증오와 살의를 보낼 수 밖에. 그러나 이 말없고 표정없고 정신없는 은발소녀의 애정표현은 이루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귀여워서, 가히 모에의 극치다. 음 개인적인 취향이 들어갔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겠지만 -_-

매력적인 인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매력적인 인공지능도 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어떤 마스터도 받아들이지 않던 제 4세대 아톨인 루시스는 린트를 마스터로 인정한다. 원인은 불명. 이 루시스는 인공지능이지만 정말 귀엽고, 친근하다. 이런 로봇 한대 있으면 정말 좋을 텐데... 넓게 보면 세므릴도 인공지능에 속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톨이란 것은 링스 세계의 인간형 탑승병기다. 말하자면 링스 역시 기갑물에 속한다는 이야기. 그러나 그 비중은 크지 않다. 물론 강력한 병기지만, 여타 소설들처럼 전쟁의 향방을 좌우한다던가, 국력의 척도라던가, 주인공은 전설의 아톨을 타고 최강의 위용을 발휘한다던가 -_- 뭐 루시스도 엄청나게 강력한 아톨이고, 린트는 나중에 모든 아톨의 원형이 되는 '아인'을 기동시키기는 하지만, 묵향이나 나이트골렘 등과 같이 이야기의 중심축인 것은 아니다.

링스의 세계는 그런 아톨이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지극히 방대하고 복잡한 세력들이 얽혀 놀라운 세상을 이루고 있다. 아민(인류) 정도는 간단하게 멸망시킬 수 있는 파즈가 존재하고, 아민의 적대세력 '가즈카'와 천년을 이어 전쟁중이다.

여신의 아이 파즈 바로 아래에는 다섯 권족이 있다. 이들은 아민과 가즈카 같은 애들 싸움은 신경도 안쓰고 동서대륙을 모두 합한 것보다 수십배는 더 큰 남대륙 깊은 곳에서 자기들끼리 패권을 다투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열 두 마왕, '이뎀'이라 불리는 존재들이 있다.

이 모든 존재들의 정점에 여신 '나르휠'이 위치한다. 그녀에 얽힌 비밀이야말로 링스를 관통하는 축일 것이다. 그 비밀은 린트와 연관되어 있다. 어떤 내막이 있을지, 어떤 놀라운 진실과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 나는 너무 보고싶다... 시아와 린트와 세므릴과 루시스의 미래가 궁금하다...

지금도 내 책장에는 링스 1,2,3,4권이 나란히 꽂혀있다. 그러나 그 뒤에 5권이 더해질 날이 올 것 같지는 않다. 언젠가는 홍성호님께서 뒷이야기를 노래해줄 날이 올까?

http://blog.naver.com/serpent/110021606430


Comment ' 9

  • 작성자
    Lv.59 유랑강호
    작성일
    07.10.18 21:19
    No. 1

    못본책인것 같은데 감상만으로도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절망했....
    작성일
    07.10.18 22:01
    No. 2

    피 토하고 눈물나고 콧물쏟게 하는 작품입니다.

    ......

    절망했죠. ㅠㅠ

    다음권 내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82 5년간
    작성일
    07.10.18 22:31
    No. 3

    제길....이젠 포기입니다.
    이제와서 작가가 5권을 쓴다고 해도 출판은 무리고
    혹시나 팬들을 위해서 넷연재를 한다면 모르지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레바르
    작성일
    07.10.18 23:25
    No. 4

    아아.. 전 2권 인가 3권까지밖에 못봤어요.. 흠냐.. 책방에서 더이상 책을 들여 놓지 않던.. 슬픈기억이.. 링스 정말 좋은 작품이었는데..
    어느새 잊혀져 있었다는.. 시간이 흐른 만큼 재간 될 수 있다는 희망만이.. 남아있군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99 금원
    작성일
    07.10.18 23:53
    No. 5

    4권에서 한껏 기대만 올린다음, 끝...
    다시 생각하는 것 자체가 괴롭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이면귀
    작성일
    07.10.19 00:51
    No. 6

    음...감상글이 왠지 눈에 익어서 예전에 올린걸 복사해서 다시 올린건가 하고 봤더니 산산님이셧군요...orz
    블로그에서 본 글이 올라와서 잠시 혼란스러웠네요...ㅋㅂ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攝魂劍俠
    작성일
    07.10.19 02:28
    No. 7

    시월소하도 왜 연재하다 관둔건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8 라피르황녀
    작성일
    07.10.19 09:59
    No. 8

    아..불후의 명작 링스 5권을 보고파~~~ㅡ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SanSan
    작성일
    07.10.19 23:40
    No. 9

    역시 명작은 기억 속에 오래 남는군요.
    저 말고도 링스를 기억하고, 피를 토한 분이 이렇게나 계실 줄이야 -_-;
    홍성호님께서 어느날 문득 하늘의 계시를 받고 폭참 연재로
    완결내 주시기만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___________-)a

    찬성: 0 | 반대: 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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