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솔플의 제왕
작가 : 디다트
출판사 : 문피아 유료연재 192화 완결
(편의상 비어를 사용함을 양해부탁드립니다.)
‘솔플의 제왕’이 드디어 완결됐다. 그리고 지금에서야 알아챈 사실 하나, 에필로그를 읽을 당시엔 이전 작품들 보다 훨씬 빨리 마무리 됐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알고보니 전전작인 ‘플레이 더 월드’는 188화 완결이었다...
안 그래도 근래 본 장르소설 작가 중에서도 손 꼽히는 실력자였던 분이 무려 최근작에서 글 전반적으로 이전작 보다 훨씬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말이 된다.
(필자는 일단 그렇게 느꼈다.)
다음으론 글에 대해 간단히 말해보려 한다. 아래는 작가가 쓴 작품 소개글이다.
『2035년 가상현실게임 워로드의 등장은 세상을 바꾸었다.
그 세상에서 자신의 운명도 바꾸고 싶었던 안재현.
하지만 인생을 바꾸기 위해 일생을 게임에 바친 대가는 믿었던 동료들의 배신, 그 배신으로 모든 걸 잃은 안재현, 그런 그에게 온 재도전의 기회!
"다시는 남이랑 같이 게임 안 해. 죽이 되던 밥이 되던, 혼자 다 해먹는 게 뭔지 보여주마."
전리품 놓고 남들이 주사위를 던질 때, 혼자 다 해먹는 안재현의 즐거운 솔킬 게임 라이프가 시작된다.』
가상현실게임 ‘워로드’에서도 영웅도살자라 불릴 만큼 이름이 알려진 주인공 안재현은 같은 소속 길드원들의 배신으로 그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게임에서 도태되고 만다.
독기를 품은 채 다시 시작하려던 그는 설상가상 불행한 사고마저 겪게 되는데, 실은 그 사건이야말로 안재현을 진정한 의미에서의 ‘재시작’으로 이끌어주는 계기가 된다.
기적처럼 또 한 번의 기회를 얻은 안재현은 과거의 배신으로 인해 인간불신의 모습을 보이며 이번엔 혼자의 힘만으로 모든 걸 해내보이겠다고 결심한다. 그리하여 내노라하는 랭커들, 게임 플레이의 최전선에 선 거대 길드들에 당당히 맞선 네크로멘서 ‘하회탈’의 솔로 플레이가 시작된다.
사실 작가의 필력은 필자가 굳이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다. 투박하지만 그렇기에 묵직하고 강렬한 인상을 주는 전투씬은 피와 살이 난무하는 묘사를 굳이 이어붙이지 않더라도, 전투 장면을 긴 호흡에 늘어놓지 않더라도 그 생략된 묘사속에서 충분히 전투의 치열함과 광기를 자연스럽게 담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거기에 게임판타지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완성도 있는 ‘레이드’ 형식의 싸움은 게임적 시스템과 적절히 접목되서 큰 시너지를 일으켰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전투씬보다 사람들에게 높이 평가받는 건 이전 작품에서도 자주 다뤄진 인물들 간의 갈등과 심리싸움이다.
개인-대-개인, 개인-대-길드, 주인공과 얽힌 주변 인물들과의 분쟁, 협력, 배신은 글이 어디로 튈지 모르게 할 뿐만 아니라, 그 예상외의 전개가 오히려 그럴만 하다고 독자들을 납득시켜줄 만큼 현실적인 요소까지 더해져있다.
필자가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좋아하는 작가이며 그런 작가의 글이기에 애정이 더 가미된 채로 감상을 쓸 수 밖에 없는데, 사실 작가의 이런 심리묘사와 싸움은 이전 작품들이 호불호가 갈리는 요소가 되기도 했다.
지나치게 계산적이고 타산적인, 거기에 현실적인 설득력까지 합쳐지니 글에서 인간미가 느껴지는 대신 삭막함만 전해진다는 것이다. 개인에 따라선 불편함마저 들어 하차하게 됐다는 평도 있다.
(필자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부분이긴 하지만 그런 불호적인 점 못지 않게 특징적인 작가의 매력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번 솔플의 제왕은 조금 다르다. 그 삭막함이 굉장히 희석된 것인데, 필자가 생각하기엔 실제 사람의 목숨이 오갔던 이전작들의 현대판타지 장르와 달리 솔플의 제왕은 가상현실이 주 배경인 장르적 특성 덕이 컸다고 본다.
물론 이전 작들에서도 마냥 글이 딱딱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깨알 같은 개그들이 섞여있었지만,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암울한 세계의 중심에선 그저 잠깐 보고 넘어가는 찰나의 유머가 되어 그 빛을 바랬었다.
솔플의 제왕의 주인공이 처한 상황이 꼭 천하태평하다는 것만은 아니지만, 주인공의 헝그리정신이 더해진 글은 다소 여유가 느껴졌다. 꽤나 상위급 랭커가 되서도 커피에 포도당을 퐁당퐁당 채우며 신세한탄하는 주인공은 찌질하다기보단 해학적인 모습으로 다가왔다.
여유가 생겼기 때문에 그 주변에 조금이라도 더 눈이 가고, 연쇄적으로 캐릭터들의 개성이 두드러져보이니 몰입감도 저절로 올라갈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맨 위에서도 언급한 ‘안정감’은 이렇듯 힘을 빼고 무게감을 줄인 덕이지 않나 생각한다.
글 전체적으로 안정감 있었던 만큼 결말 또한 이전 작품들 보다 깔끔한 맛이 더 강했다. 사람들에게 용두사미격 글이라고 언급되었던 이전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훨씬 많은 사람들이 이번 작품의 결말에 만족한 것으로 보아 필자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필자의 이번 감상의 딱 한 가지 반전은 그 정리된 마무리에서 긴 여운을 느끼진 못했다는 것...
결말 부분에 대해 호불호가 극심히 갈리고 말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에게 있어서 ‘플레이 더 월드’는 역대급이었다. 글의 시작, 주인공의 모든 행보와 인과관계가 글의 끝에 이른 순간 하나의 점으로 모여 폭발할 때의 그 쾌감과 전율은 아직도 잊지 못할 정도다.
반면 솔플의 제왕에선 주인공의 궁극적인 목표점이라고 할만한 부분이 묘사된 것에 비해 너무 옅게 다가왔다. 안재현이 게임 ‘워로드’의 정점을 향해 달려가긴 하지만 글 중반부까진 막연함만 느껴졌었고, 글이 마무리된 시점에선 과거회귀까지 겪은 주인공의 피날레로 보기엔 너무 무게감이 없었다고 할까...
(위에서 언급한 가벼움의 반작용이 여기서 터졌다;;)
글이 늘어지지도 않고 분명 깔끔하게 정리되긴 했지만, 믿었던 이들에게 크게 배신 당하고 죽음까지 겪어 회귀한 주인공이 게임 속에서 그 은원을 털어내버리는 과정과 결과엔 고개를 갸웃하게 할 정도로 의문이 남았다. 은원관계를 푸는 장치이자 수단인 게임은 오히려 필자 개인에겐 너무 가벼운 인상이 강했다. 이 부분은 개인적인 편견 때문이라 딱히 뭘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안타깝게도 여운 대신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아무튼, 말이 길어지긴 했지만 ‘솔플의 제왕’이 작가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시켜준 훌륭한 작품이란 사실엔 변함이 없다. 네임드 작가의 역량이 현재진행형으로 발전되가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소름이 돋고, 그런 만큼 언제 또 차기작을 볼 수 있게 될지 무척 기다려진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사랑합니다, 디다트 작가님.)
끝으로...
어디선가 자주 본 클리셰인데... 하고 느끼지만 그 속은 조금 남다른, 디다트식 게임판타지를 아직 못보신 분들, 그리고 감상글을 읽고 약간이나마 흥미가 생긴 사람들에게 무료분을 읽고 이후의 결제를 생각해보길 권하며 마무리하겠다.
솔플의 제왕 - http://novel.munpia.com/43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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