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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환생 트럭

작성자
Lv.52 사마택
작성
21.11.25 23:10
조회
152

두 조직이 있다.
회빙환이라 불리는 이레귤러를 전문적으로 죽이는 어쌔신.

회빙환이라 불리는 이레귤러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라이더.

그들은 서로를 죄악시한다.

 

================== 

오늘은 붙는다.

반드시.

크게 숨을 토해내며 결의를 다졌다.

부끄럽지만 필기에만 두 번 떨어졌다. 반년을 더 공부하고 나서 가까스로 붙었다. 하지만 실기인 운전에서 계속 탈락했다. 무려 네 번이나 말이다.

라이더가 되기 위한 다른 교육과정들은 쉬웠다. 검술이라든지, 마나 하트를 어떻게 생성해야 하는지 따위는 그냥 숨을 쉬듯 자연스럽게 익혔다.

문제는 운전이다. 필기는 그렇다 치더라도 어떻게 실기에서 네 번이나 떨어지나? 나 스스로가 너무도 한심하다.

난 서울태생이다. 하지만 대학은 지잡대를 나왔다.

스펙이 비루하니 할 수 있는 것은 몸은 고되고 돈은 적은 좆소기업의 훌륭한 농노가 되었다.

늪에 빠진 기분이었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여기저기 취업 사이트에 이력서를 닥치는 대로 올리고 입사지원서로 돌렸다.

그러던 중 전화가 왔다. 잡조선에 올린 공개 이력서를 보고 연락했단다. 트럭 기사를 구한단다.

김빠지지만 이젠 나도 현실을 인정할 때다. 그래, 1종 보통 면허는 있으니 이거라도 한번 해보자. 힘들지만 돈이 제법 된다는 말을 주워들은 적이 있다.

, 하도급 공돌이보다는 낫겠지.

이런 가벼운 마음으로 면접 장소로 갔는데.

, . 당연히 택배 운송 일인 줄 알았는데 듣고 보니 회귀 트럭 운전수를 구한단다.

뭐래? , 븅신은.

처음에는 미친 놈들에게 잘못 걸린 줄 알았다.

한지수 씨. 이 일은 말이죠. 인생 좆망러들을 갱생시켜주는 매우 멋지고, 보람찬 일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돈이 되죠. 으하하하. 한마디로! 블루오션이다, 이 말이올시다. 여기 아주 잘~ 오신 겁니다. ! 보니, 기가 엄청 좋으신데. 우리 지수 씨. 이 일이 딱 천직이시네. , 그래. 이 업계에서 성공할 상입니다그려. 하하하.”

 

생글생글 웃으며 이 사업이 앞으로 대박 날 거라며 침 튀기는 녀석의 면상을 스마트 폰으로 후리고 싶은 충동을 애써 참았다.

시간과 차비만 날렸다고 생각한 찰나, 임원 면접도 봐야 한단다. 거절할 타이밍을 놓쳐 어어, 하다 따라갔는데 난 졸도할 뻔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럴듯한 책상 너머에 송곳니가 멋진 녹색 피부의 오크가 검은 뿔테 안경을 고쳐 쓰면서 날 훑어보는 게 아닌가.

이런 미친.

오크라니! 진짜로?

애니나, 게임 같은 데서만 보던 그 오크다. 하지만. 현실에 ? 그것도 내 눈앞에 말이다. 액정도, 모니터 너머도 아니고 레알 찐? 나도 안경이라도 써야 하나?

심지어는 머리카락도 있다. 우와 세상에. 헤어 제품으로 82 가르마를 반듯하게 뒤로 넘긴 머리라니. 아니, 그것보다 오크가 풍성충이라니!

저거 가발 아냐?

한지수 님? 허허. 마나 하트도 없는데 마나의 흐름이 이리 자연스럽다니. 훌륭한 인재가 오셨군. 반갑습니다. , 거기 의자에 앉으세요. , 그럼 우리 인터뷰 시작할까요?”

 

어머나 친절하기도 하시지. 교양질 보소.

그냥 나갈게요.”

 

수습사원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빗방울이 트럭 천장을 때리는 소리가 제법 크게 울렸다.

산다는 건 좋은 거지. 수지맞은 장사잖소. 알몸으로 태어나 옷 한 벌은 건졌잖소.”

 

넓지 않은 트럭 실내를 꽉 채운 노랫가락이 빵빵한 오디오를 통해 흘러나왔다.

빗소리와 함께 묘한 하모니 되어 내 감성을 자극했나 보다.

긴장을 스르르 풀렸다. 하지만 난 곧 정신을 바짝 차렸다.

 

우리네 헛짚는 인생살이 한세상 걱정조차 없이 살면 무슨 재미. 그런 게 덤이잖소.”

 

보조석 등받이를 한껏 뒤로 젖혀 대시보드 위에 다리를 올린 방만한 자세로 노래를 따라 부르던 여자 때문이다.

내 선배이자, 사수다.

아하하하!”

 

라디오에서 나오는 반주가 끝났다.

 

~ 좋아. 타타타는 마지막이 좋아. 여으식. 있어, 있어. 옛 노랫가락에는 철학이.

 

그녀는 트럭캡을 벗었다. 좌우 옆머리에 돋아난 작은 뿔이 괜히 신경 쓰인다.

그녀는 손가락을 뿔을 몇 번 퉁기고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 지루하다. 수습아. 지금 몇 시지?”

“9 20분이니, 13분가량 남았습니다.”

. 묻지도 않았는데 원하는 대답을 정확히 말했네. 여어~ 일 잘하는데. 똘똘해. , 짜식. 앞으로 그렇게만 해. 누나가 팍팍 키워준다.”

선배는 내 어깨를 팡팡 때렸다. 순간 골이 울리는 줄 알았다. 뭔 여자 손이 이리 맵냐? 아니. 어쩌면 당연한지도.

종특이라서 그런가? 목청도 크고 참 파이팅한 여자다.

하하. 너무 긴장할 거 없어. , 수습아.”

, 선배님.”

너 첫 실습 첫 사수가 나지?”

, 그렇습니다.”

 

교육과정을 수료하면 수습사원이 되어 실전에 들어가는데 3개월 단위로 사수들이 바뀌어 가며 평가를 한다.

합격을 받으면 다음 단계로 단독 임무를 3개월 동안 받는다.

인턴 기간은 1. 커트라인을 통과하면 그때부터 정규직으로 승격된다. 기본급이 30% 올라가고 그때부터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긴장하지 말라고?

어떻게 그래. 내 목줄을 움켜쥔 양반이 당신인데.

 

편히 있어, 편하게. 알았지?”

지금도 편한데 여기서 더 편하면 깜박 졸 거 같습니다. 사수이신 선배님과 함께하는 귀한 시간인데 그럴 순 없죠.”

~. 짜식. , 이빨 좀 턴다, .”

좆소에서 단련된 내 혓바닥은 본능적으로 적절한 답을 만들었다. 나이스다. 망할.

오늘이 첫 현장이기도 하고. ~.”

 

저 콧소리가 뭔가 불안하다. 인사 파일을 분명 봤을 텐데. 뻔한 내용을 혼잣말하는 것이 분명 뭔가 있다고. 어우, 복병이로세.

이거 불안한데?

 

오늘처럼 비가 이렇게 쏟아지니, 내 수습 시절이 떠올라. 나 때는 말이야. 수습 기간이 지금처럼 일년이 아니라 반년은 더 뺑이처야 했거든. 지금은 많이 좋아진 거지. 나 첫 수습 때도 이처럼 비가 쏟아졌는데. , 추억 돋네.”

 

젠장. 역시나 나왔다. 라떼월드. 거기다가 토핑인 추억 크림까지. 아니 상사라는 것들은 하나같이들 어디 집단으로 학원이라도 다녔니?

꿀꺽.

이쯤 되면 이 클리셰는 막을 수 없다. 어차피 피할 수 없으며 먼저 선수 치자. 즐기자, 이기야.

좆소에서 단련된 내 고소한 세치혀로 추억 크림 위에 허니스러운 아몬드(아부)를 솔솔 뿌려주지.



============


예전에 구상만 해서 잠깐 쓰다가 쳐 박아둔건데

얼마전에 글쓰다가 우연히 생각나서 최근에

글 막힐때 마다 심심풍이로 조금씩 두들기는데...

나름 타자타자, 하는 재미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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