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저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줄곧 개혁지지자입니다. 고칠 것이 많은 대한민국에서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개혁을 지지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저는 보수적인 정당이 개혁을 제대로 해 줄 거라고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개혁을 내세우는 정당을 지지하고, 그들이 개혁을 제대로 해 줄 것을 기대합니다.
2. 제가 개혁을 지지한다고 해서 보수를 지지하는 사람들과 적대하지는 않습니다. 중도 혹은 지지하는 것이 없는 사람들과 적대하지도 않습니다. 사람의 성향, 사람의 취향은 존중되어야죠. 이처럼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3. 저는 비판을 할 때 한 가지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 편 네 편 안 가리고 공정하게 비판한다는 겁니다. 제가 개혁을 지지한다고 해서 개혁 정당/정치인의 과오에 대해서 입을 다물면 이것은 불공정한 비판입니다. 내로남불 이중잣대처럼 불공정한 비판은 저 자신의 주장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그래서 불공정한 비판은 아무 의미가 없는 비판이죠. 저는 이렇게 불공정한 비판을 해서 남에게 또 자신에게 부끄러운 사람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말(글)을 하지 않으면 모르겠거니와 일단 말을 하면 내 편 네 편 안 가리고 공정하게 비판하는 것이 제 원칙입니다. 이 원칙을 따르면, 같은 편이라고 믿었던 사람들조차도 저를 미워할 수 있습니다. 제가 내 편 네 편 안 가리고 공정하게 비판하는 이상 이건 어쩔 수 없이 제가 견뎌야 하는 짐입니다.
4. 남을 때릴 때는 있는 힘껏 때릴 수 있지만, 자신을 때릴 때에는 그렇게 힘을 많이 들이지 못합니다. 존나 아프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남을 때릴 때에 들어가는 힘과 자신을 때릴 때에 들어가는 힘은 원래부터 많은 차이가 나기 마련입니다. 만약 이 원리에 따라서 내 편을 때릴 때에 힘이 덜 들어간다면, 내 편을 비판할 때 힘이 덜 들어간다면, 저는 이것을 부끄러워 합니다.
5. 저처럼 내 편이든 네 편이든 공평하게 비판한다는 기준을 따르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반대로 내 편은 맹목적으로 감싸고 도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내 편을 왜 이렇게 세게 때리느냐’라든가 ‘내 편이니까 봐 줘야지’라든가 ‘꼬치꼬치 따지지 말라’라든가 하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저는 이런 사고방식에 대해서는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과 말다툼하는 것도 꺼리지 않습니다.
6. 비판을 할 때는 주의할 점이 또 있습니다. 팩트를 확인한 다음에 비판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종종 팩트를 잘못 알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짜 뉴스에 속는다든지, 사회통념을 무조건 믿는다든지, 잘못된 정보를 기억하고 있다든지 하는 경우입니다. 특히 사람은 거짓말을 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어느 한 사람만의 주장이 아무리 그럴 듯해 보일지라도 함부로 팩트라고 믿어서는 안 됩니다. 섣부르게 믿고 비판을 했다가 나중에 다른 팩트가 나와서 망신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속인 사람이 잘못이 제일 크지만, 조급하게 팩트라고 믿어 버린 사람도 잘못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떤 소식이 나와도 섣부르게 그걸 팩트라고 믿지 않습니다. 특히 논란이 되는 사안은 둘리 배를 만지면서 좀 기다립니다.
7. 비판을 할 때는 주의할 점이 또 있습니다.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요. 데이터는 거짓말을 안 하지만, 데이터를 해석하는 사람은 거짓말을 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와 관련된 여러 사정을 감안하고 확인하지 않으면 우리는 데이터를 해석할 때 종종 잘못 해석하고 반대로 해석합니다. 데이터를 잘못 해석한 상태에서 팩트라고 주장하고, 이 팩트를 근거로 주장하면, 엉터리 주장이 되고 맙니다.
8. 비판을 할 때는 한 두 가지 사례를 마치 전부에 해당하는 양 비판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흔히 이런 잘못을 저지르기 마련이죠. 오죽하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는 오류 명칭이 있을까요!!! 누군가를 선동할 때는 이런 방법이 아주 효과적이기는 합니다. 비판하려고 해야지, 선동하려고 해서는 안 되겠죠.
9. 마지막으로 자신의 잘못된 비판이 드러나면 이를 인정해야 합니다. 이게 사실 쉽지 않습니다. 팩트를 잘못 알았다가 뽀록이 났을 때는 이를 인정하는 것이 비교적 쉽습니다. 좀 쪽팔릴 뿐이죠. 그런데 이걸 인정하지 않고 박박 우기면서 계속 버티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도 종종 이런 사람이 되곤 합니다... ㅠ ㅠ 그러나 어차피 진실 앞에서는 아무도 이길 수가 없습니다.
10. 정치색을 빼고 이야기하느라 각각의 사례를 예시로 보여드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소 추상적인 글이 되어 버렸습니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