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할머니께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이 되고 싶으신가요?’라고 여쭤 본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할머니는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는 답변을 하셨습니다. 제 짐작으로는, 할머니는 일제시대에 태어나서 가난한 양반집 처녀로 자라신 분이라, 여성으로서 아주 낮은 대우를 받아서 많은 유감을 느끼셨던 것 같습니다.
사람은 저마다 여러 가지 소원이 있을 것입니다. 어떤 소원은 쉽게 이뤄졌을 것이고, 어떤 소원은 이루기가 어려워서 아직도 소원인 채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일부 소원은 여러 가지 이유로 없어지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극히 일부 소원은 평생 소원으로 존재하기도 할 겁니다.
저도 여러 가지 소원을 가지고 있었고, 일부 소원을 이뤘고, 일부 소원을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이루지 못한 평생 소원이 3 가지가 남아 있습니다.
첫째는 인공지능입니다. 언젠가는 인공지능이 완전히 개발되어서, 인간의 지능으로 풀기 어려운 문제들을 대신 풀어주었으면 합니다. 어쩌면 우주의 모든 이치를 인공지능이 풀어줄 수도 있겠네요. 특히 의학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대활약하면, 모두가 건강하게 살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소원의 부작용으로는, [터미네이터]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 있네요. 인공지능 개발에서 특이점이 조만간 올 테니까, 제 평생 소원 중의 하나가 이뤄지게 될 것 같습니다.
둘째는 가난을 이 세상에서 영원히 없애는 것입니다. 자본주의와 학문의 발전으로 인해서 몇 백 년 동안 세계의 부는 급속히 증가했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오늘날 가난이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가난이란 상상만 해도 아찔할 정도로 비참한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자본주의로는 가난을 없애는 게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돈으로 교환이 이뤄지는 경제체제에서는 가난을 없애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돈이 없이도 굴러가는 경제체제를 궁리해 본 적도 있습니다. 치명적인 약점이 있어서 좋은 해결책인지는 아직 확신이 안 섭니다.
셋째는 평온하게 살다가 고통 없이 죽는 것입니다. 누구처럼 떼돈을 벌고 재벌이 되겠다는 것도 아니고, 누구처럼 뭔가 대단한 것을 이뤄보겠다고 열심히 노력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한평생 평온하게 살다가 때가 되면 고통 없이 죽었으면 합니다.
다른 자질구레한 소원들도 있기는 한데, 그건 돈만 모으면 이뤄지는 소원들이라서 평생 소원이라고 말하지는 못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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