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받았던 교육 중에 지금의 나를 만든 가장 중요한 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직 부족하지만 그래도 난독이 횡행하는 시대에 중의를 읽을 수 있게 했다고 생각하니까요.
코스피 붕괴, 경제 침체.
그것이 서민에게 얼마나 크게 느껴질까요 지금.
출퇴근은 일상이고, 월급은 꼬박꼬박 나오는 지금.
나라 경제 어렵다는 이야기는 이십 년째 계속 들었는걸요.
경제를 살리겠습니다! 하고 살아난 적도 없었는걸요.
대신 그간 참 많이도 들어왔습니다.
적어도 십 년 전에는 위안부라는 말뜻 자체를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면, 이젠 그 단어가 어떠한 의미로 만들어졌는지, 그래서 그 단어를 써서는 안 된다고까지 말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국가는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지요.
그 의무엔 재산권만 속한 건 아닙니다.
대중은 똑똑합니다.
똑똑한 척 할 뿐이라 생각하는, 범람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숨겨진 함정에 사로잡혔을 뿐이라 말하지만, 그마저도 충분히 보고 생각하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찬반이 치열하게 대립한다는 뜻은 곧 저마다의 목소리를 양껏 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럼에도 한쪽이 확실한 우위를 점했다는 것은, 양쪽의 목소리를 모두 들은 국민 개개인이, 저마다의 기준하에 올바르다 생각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뜻입니다.
대중은 계도의 대상이 아닙니다.
모두에게 저마다 부족하게 느껴지는 점, 이해할 수 없는 일, 불합리하다 생각되는 것에 대한 사견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선택의 순간에 있어서, 다소의 부당함을 포기하고서라도 한 선택인 겁니다.
우리나라 국민은 일본에 지는 것을 싫어합니다.
아직 강점기의 피해자가 살아 숨쉬고, 그 결과로 남북이 분단되었고, 전쟁이 있었고, 지금껏 한반도는 두동강이 나 있습니다.
이것이 이 땅의 역사이고, 분노의 근원입니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은, 그럼에도 문화강국이었고, 경제대국이었습니다.
지근거리에 자리잡은, 우리보다 명백히 잘 사는,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 중 하나.
수없이 넘어가 감탄했고, 배웠습니다.
그래도 국민은 잘잘못은 가릴 줄 압니다.
인지상정이란 말이 아직 정의로 구분되는 나라니까요.
양보할 수 없는 일에 상대가 칼을 뽑았습니다.
우리나라는 여태껏 늘 양보해야 했고, 고개숙여야했으며, 참아야만 했습니다.
그간 계속된 북한의 도발에도, 중국의 횡포에도, 일본의 만행에도 늘, 참기만 했습니다.
군함이 침몰하고, 민가가 포격을 당하고, 배타적 경제수역을 넘어오는 선박을 고이 돌려보내주고, 독도 인근에 군함이 출몰하고, 전범국가의 대표자가 전쟁범죄자를 신으로 모시는 일을 매년 보고 들어야만 했습니다.
어쨋든, 지엽적인 보복을 하든, 국제 관계에 성토를 하든 나라가 취할 수 있는 스탠스는 큰 틀이 정해져 있었고, 한국은 힘이 없었으니까요.
전쟁범죄 배상에 대한 판결을 이유로 일본이 세계에 거의 독점적으로 수출하던 자재를 더는 수출하지 않겠다 합니다.
연일 미디어는 말합니다. 이 사건이 촉발된 이유, 그로 인해 닥쳐올 피해, 불안, 공포.
다 알면서 선택한 겁니다. 일본에 대한 불매는.
전쟁범죄는 과거의 일이고, 현대를 사는 우리는 일본과 돈독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말들 합니다.
일본의 무역 제재는 결정된 과거의 일이고, 지금을 사는 우리는 불매운동으로서 의지를 보이는 것일 뿐입니다.
각자의 시간과 지나친 과거의 개념이 다를 뿐이지요.
어렵겠지요.
체급이 다른, 보다 유리한 위치에 서 있는 상대와 싸우기 위해 피해를 감수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응원하는 겁니다.
그간 얼마나 많이 들어왔습니까?
메이드 인 차이나는 불안해하고, 경멸하면서도 메이드 인 재팬은 우러러보고 박수쳐왔습니다.
국산의 앞에 놓기에 주저함이 없었어요.
그것을 선택한 것은 대중이었습니다.
불매운동의 범위 또한 그렇게 크고 넓지 않습니다.
대체제가 있는 것을 대체할 뿐이고, 이유가 있는 일에 대한 충분한 이해 또한 함께합니다.
이미 우리는 선전포고를 받았고, 선제공격을 받았습니다.
북한이 휴전선을 밀고 남하하여 파주, 양주, 연천, 철원, 화천 일대에 들어섰을 때, 그때도 ‘정부는 왜 전쟁을 막지 못했나’, 할 건 아니잖습니까.
일단 싸우기 위해 전투복을 입고 군화를 챙겨 신을 것이 아닙니까.
마트를 습격해 식량을 훔치고 불을 지르며 이웃을 약탈하진 않아야 하지 않습니까.
자발적으로 소총을 받아쥐고 전선에 나가는 사람의 등뒤에 침을 뱉지는 않아야 하지 않습니까.
어차피 북한의 뒤엔 중국이 있다며, 싸움은 미군이 해줄 것이고 괜한 힘 뺄 필요 없다 비난하지는 말아야 하지 않습니까.
국제관계엔 외교적 카드로 늘, 공격적인 언사는 있어왔습니다만 실질적인 행동에 옮겨갔을 땐 그 상황에 맞는 대처가 필요할 뿐입니다.
그래서 국민들은 일본의 행태에 분노하고, 자발적으로 불매에 동참하는 것일 뿐입니다.
이러한 상황에, 일제만을 고집하고, 정부를 비방하고, 결속을 저해하고, 조국에 손실을 끼친 국가를 비호하는 일은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누구나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것이 설령 정말로 필요한 일이라 해도, 지금은 아니니까요.
국민들은 선후를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하는 겁니다.
박근혜를 끌어내릴 때, 몽둥이와 화염병, 밧줄로는 불가능하다는 걸 학습한 뒤 촛불을 들었듯이 우리는 늘 서로 싸워왔지만 해답을 찾는 사람들입니다.
문재인을 투표하지 않았던 사람도, 나라엔 원래 보수가 있어야 한다는 사람도, 그저 지금만큼은 응원하고 있는 겁니다.
그의 정책도, 소신도, 신념도 다 마음에 들지 않는 개인들마저도 지금은 그저 그가 국민의 대표자이기에 수긍하는 겁니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고, 시작된 전쟁은 잘 싸워 이겨내야 하니까요.
일방적으로 얻어맞기만 하고 무릎을 꿇는 것을 바라지 않으니까요.
애국심은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만, 국가가 존재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을 우리는 압니다.
국가를 잃어버렸을 때 잃게 되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 자발적인 응원이 불필요한 애국심의 강요로 보여져 불쾌할 수 있습니다.
역사에 대한 친일은 논하지 않겠습니다. 그 사람들은 대화의 대상이 아닌 경멸의 대상이니까요.
그리고 그들이 아니라면, 적어도 지금은 선후를 가리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무엇이 더 중요한 때인지를 기억해야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불매 동참은 선택입니다.
하지만 이 시국에, 비판이라 쓰고 내뱉는 무조건적인 비난을 이해하기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정치꾼들이야 내년 총선이 중요하겠지만, 국민에게도 그러합니까?
행정부의 결정이 부당하다고 느껴진다면, 이번 일을 심판대에 올리는 건 그 결과를 보고난 뒤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그리고 대선은 아직 삼년이 남았습니다.
자발적으로, 많은 관심과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도 뜻을 모은다는 그 마음을 내비치는 일일 뿐입니다.
불매운동의 효력을 논하는 것도 아니며, 단지 사람들은 지금 일방적으로 당한 이 부당한 일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입니다.
그 국민 개개인의 자유의지를 냄비근성이니, 선동이니, 멍청한 개돼지니 비난할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정말로 똑똑한 사람이라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정도는 아니까요.
고작 인터넷 공간에서, 남들보다 더 주목받기 위해 더욱 자극적인 컨텐츠에만 집중하는 몇몇의 목소리가 대한민국을 대변한다 생각하는 우를 범하지만 않는다면 말이지요.
이 사안은 좌우가 갈리고 정부의 무능을 욕할 문제가 아닙니다.
설사 백보 양보해 그러하다 해도, 지금은 아닙니다.
아닌가요?
이상, 정담에 이같은 글이 많음에도 새 글을 판 것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만약 댓글이 달린다면, 답은 여덟시 반 이후에나 가능할 것 같습니다.
전 그럼 글 쓰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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