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후반~1980년대 중반까지 제가 국민학생+중학생이던 시절입니다. 이 때 주말이 되면 밤 늦은 시간에 tv에서 토요명화, 명화극장, 주말의 명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14인치 흑백tv, 20인치 컬러tv로 이 영화들을 보곤 했지요. 한국영화는 거의 없었던 것 같고, 주로 미국영화였습니다. 어린이의 얕은 사고력으로 이 영화들을 보았기 때문에 지금은 아주 간략한 영화 줄거리 외에는 남은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아주 인상적인 장면이나 스토리나 등장인물은 기억이 좀 남았죠.
이 때만 해도 2차세계대전과 관련된 영화들이 제법 있었습니다. 영화는 다양한 각도에서 2차세계대전을 바라보게 만듭니다. 예를 들어서 [공군대전략](?)인가 하는 작품은 독일이 영국을 폭격하고, 영국 공군이 이에 응전하는 내용을 담은 영화입니다. 공중전을 벌이면 누군가는 추락+사망하게 되지요. 그래서 씩씩하게 출격했다가 영영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나왔습니다. 독일군이 쏘는 고사포와 이를 피해서 폭탄을 투하하는 폭격기도 나옵니다. 무시무시한 쫄림이 느껴집니다. 폭격기의 엔진이 고장나서 불타면, ‘이제 복귀를 못 하겠구나’하는 절망도 느끼게 되지요. 독일군 비행기를 격추시키는 장면에서는 속이 시원하고 신납니다.
또 반공과 관련된 영화들도 제법 있었습니다. 007 시리즈도 그런 영화들이 많았죠. 소련은 악의 제국이었고, 제임스 본드는 이런 악당들과 맞서서 싸우는 우리의 대전사였습니다. 소련 공산당을 무서워하는 만큼 그 반대급부로 제임스 본드를 응원하곤 했습니다.
소설이든 영화든 드라마든 선과 악의 대결, 아군과 적군의 대결은 항상 주인공을 응원하게 만듭니다. 독자나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주인공을 응원하게 만들죠... 악역과 싸우는 것은 소설이나 영화의 영원한 공식인 듯합니다.
제가 지금 번역기로 읽고 있는 어느 중국선협소설에서는 일본의 닌자와 서양의 초능력 범죄자 그룹이 등장합니다. 이들이 소설의 악역을 맡고 있습니다. 작가는 ‘나쁜 외국인들이 선량한 중국인을 괴롭힌다’는 설정으로 스토리를 진행합니다. 이 대목을 보다가 아주 어색하고 코웃음이 저절로 나오더군요. ^ ^ ‘아하, 중국작가는 중국인을 선역으로, 외국인을 악역으로 설정하는구나....’ 하기야 이렇게 하지 않으면, 중국인 주인공이 악역을 맡으면, 중국인 독자들이 난리를 칠 테지요... 중국작가만 그렇겠습니까? 우리나라 작가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 ^
그러다가 문득 미국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미국정부가 악역으로 나오는 영화들이 또 좀 있지 않습니까? 특히 CIA 같은 정보조직이 이런 악역을 여러 번 맡았죠. ㅎㅎ 미국인들은 어떻게 이런 영화나 소설을 보면서 그냥 넘어가는지 궁금합니다. 하도 많이 봐서 이골이 났을까요? ^ ^ 아니면 어차피 허구의 이야기니까 그냥 넘어간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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