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참으로 재미난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그 후 조금 서글퍼 지더군요.
저는 백수입니다. 사업하다 쫄딱 망해서 우울하게 지내고 있지요. 그러다 판타지 소설을 연재하게 되었구요. 그리고 오늘은 그간 써온 글을 다듬고 오탈자를 수정하고 자유연재에서 일반연재로 넘어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오전에 어머니께서 제 방으로 들어오셔서 대뜸 오늘 안나가냐고 묻습니다. 무슨 엉뚱한 말인가 싶었는데 알고보니 오늘 어머니 계날 이더군요. 어머니 친구분들이 오시는 날입니다.
옛말에 부모가 부끄러워 자식이 나무뒤에 숨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반대의 경우도 많습니다. 자식이 부끄러워 자식을 숨기지요.
어머니 마음 이해 합니다. 하지만 그것도 한 두번, 오랜 시간 중첩되고 쌓이고 곪아터지고 상처가되어 가슴을 후벼팔때면 어찌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피씨방에 왔습니다. 전에 충전해둔 금액이 남아서 그거 쓰러왔습니다. 이런 저런 게임으로 시간을 때우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겨 배가 곱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하루 허락된 돈은 오천원, 오늘은 날이 날인만큼 쪼금 오버 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마트에 들려 1600원 짜리 맥주 두 캔, 1300원 짜리 새우깡 하나, 1000짜리 소라과자 하나와 4500원 짜리 담배 한 갑을 샀지요. 그리고 개산대에서 개산하는데, 점원이 싱그러운 미소와 함께 이렇게 말하더군요.
“어떻게 만원 딱 맞춰졌네요!”
저도 그냥 씩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러게요!”
그리고 저는 호주머니에 백원짜리 동전 세개를 만지작 거리며 봉투는 얼마냐고 물어봤지요. 그런데 그 가게는 제일 작은게 10리터랍니다. 어찌나 서글프던지....
두 손 가득히 맥주와 과자를 들고 동네 공원에 왔습니다. 지붕이 드리워진 넓찍한 흔들의자에 맥주를 홀짝 거렸지요. 그때 알았습니다 1600원짜리 OMG OB 맥주가 그렇게 맛없다는 것을......
아무튼 그렇게 마음을 달래고 있을 때 재미난 일이 벌어집니다.
흔들의자에 대롱 대롱 메달려 있는데 여섯명의 꼬마 아가씨들이 내 앞으로 다가 왔습니다. 이게 무슨 일이냐 싶어서, 일단 얼른 맥주캔과 과자봉투를 구석에 숨겼지요. 그랬더니 대뜸 비켜달랍니다. 그래서 벤츠 구석으로 몸을 몰았지요. 그랬더니 당돌하게도 통채로 내어달랍니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친구랑 싸웠다고, 지금 그걸 마무리 지어야 한다며 심각하게 말합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고 이쁘거 우습던지....
아이들이랑 협상하면서 한참을 웃었습니다. 끝내 협상에 저서 자리를 내어주긴 했지만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응원해주고, 타이르는 과정에 해맑은 미소를 보여주는 녀석들을 보며, 마음이 사르르 녹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래서 딸바보라는 말이 있나 봅니다.
속으로 쪼금 아쉬웠습니다. 그런 즐거움이 쪼금만 더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였습니다. 주머니 사정이 쪼금만 좋았다면, 마라탕이라도 사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면서 또디시 서글픔이 밀려오더군요.
저도 솔직히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저처럼 궁색한 삶을 살아가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힘 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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