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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Personacon 윈드윙
작성
18.10.08 01:54
조회
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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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빕의 지속적인 압박에 맥그리거는 견딜 재간이 없었다. ⓒ 게티이미지


이변은 없었다.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T-모바일 아레나서 있었던 세기의 대결에서 웃은 쪽은 '독수리(The Eagle)' 하빕 누르마고메도프(30·러시아)였다. 누르마고메도프는 UFC 229 메인이벤트 라이트급 타이틀전에서 '악명 높은(Notorious)' 코너 맥그리거(30·아일랜드)를 4라운드 2분 3초 만에 리어네이키드 초크로 꺾고 타이틀 1차 방어에 성공했다.

기량과 상품성을 겸비한 양 선수의 대결은 경기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불러 모았다. 둘 다 누가 챔피언에 올라있어도 이상할 것 없는 인기 높은 강자들인데다가 장외 신경전은 물론 여러 사건사고까지 겹치며 서로 간 감정이 팽팽하게 끓어 있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스토리가 섞여있는 이른바 드림매치였다.

누르마고메도프와 맥그리거는 익히 잘 알려진 데로 서로의 파이팅 스타일이 현격하게 다르다. 누르마고메도프는 힘과 기술을 바탕으로 상대를 눕혀놓고 압살하는 무시무시한 파워 그래플링을 구사하며 맥그리거는 주특기인 왼손을 살린 카운터 장인이었다.

붙으면 불리한 쪽은 무조건 맥그리거이며 거리를 두고 타격전 양상이 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었다. 누르마고메도프의 우세를 점치는 의견이 많았으나 경기 자체는 스탠딩에서 시작하는지라 한방이 꽂히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점에서 이변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스탠딩에서도 강했던 하빕, 역부족 드러낸 맥그리거

맥그리거는 매우 영악하다. '상남자' 콘셉트를 내세우고 있지만 난적들과 매치업 얘기가 나오면, 약점이 발견될 때까지 결코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현미경처럼 상대를 분석하고 파악한다. 그리고 준비가 되었다고 확신할 때 출격에 나선다. 불확실한 모험은 하지 않는다. 페더급 시절 프랭크 에드가와의 대결을 시종일관 피한 것이 대표적이다.

맥그리거는 사이즈의 우세를 앞세워 자신보다 작은 선수를 잡는데 능숙하다. 하지만 에드가는 매우 빠르고 다이나믹한 테크니션이었다. 거기에 강한 체력이 돋보였으며 무엇보다 탄탄한 레슬링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이래저래 상대성에서 매우 까다로웠다. 주최 측에까지 입김을 발휘할 수 있는 맥그리거였던지라 붙고 싶지 않은 상대는 얼마든지 피해갈 수 있으며 언론과 팬들에게는 특유의 언변으로 둘러대는 게 가능했다.

언급한 대로 맥그리거의 주요 승리에는 상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큰 영향을 끼쳤다. 에디 알바레즈에게는 사이즈의 우세를 앞세워 철저히 자신의 거리를 지키며 타격전을 펼쳤으며 채드 멘데스는 그라운드에서는 최대한 붙들고 버티고 스탠딩 타격에서 과감하게 승부를 보는 쪽을 택했다.

조제 알도와의 대결에서는 그동안 주로 구사했던 전진 압박 대신 기가 막힌 카운터를 들고 나와 성공을 거뒀다. 알도와의 대결 이전까지의 맥그리거는 자신이 적극적으로 압박 공격을 펼치다가 상대가 치고 들어오면 슬쩍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후 전열을 재정비해 다시 치고나갔다. 반면 알도 전에서는 신장과 리치에서 밀리는 알도가 공격적으로 치고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물러나면서 치는 카운터를 준비했다. 그리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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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빕의 수준 높은 경기력에 대처하지 못한 맥그리거. ⓒ 게티이미지


때문에 상대성에서 최악인 누르마고메도프와의 경기를 수락한 것은 타이틀전이라는 큰 이익과 함께 약점을 발견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이 나왔던 것도 사실이다. 맥그리거 입장에서는 자신 혹은 자신의 팀과 함께 공략법을 찾았고 경기 중 실천할 수 있다는 확신이 제대로 섰을 공산이 크다.

이제껏 누르마고메도프의 파워 그래플링을 견딘 선수는 없었다. 일단 거리를 주고 클린치상황을 허용하면 대부분 넘어가 불리한 포지션을 허용했다. 흐름을 넘겨주게 되면 시종일관 누르마고메도프의 페이스대로 경기가 흘러갔다.

때문에 맥그리거로서는 태클 타이밍 방어와 빈틈에 한방을 먹일 공략법을 찾았다고 생각했을 공산이 크다. 팬과 관계자 사이에서도 경기 중 잔타격을 은근히 허용하던 누르마고메도프였음을 감안할 때 체급 최고의 카운터펀처 맥그리거에게 제대로 걸리면 승부는 알 수 없다는 분석도 나왔다.

결과적으로 누르마고메도프는 맥그리거의 예상보다 훨씬 더 강했다. 맥그리거는 자신의 거리를 잡아가며 카운터 타이밍을 노렸지만 누르마고메도프는 총알태클을 앞세워 삽시간에 거리를 좁혔고 흐름을 가져갔다.

물론 예상 밖(?)으로 맥그리거는 그래플링 싸움에서 선전했다. 같은 그래플러마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누르마고메도프의 압박 속에서 간간히 테이크다운 방어도 해내고 파운딩 세례도 견디어내는 등 준비를 많이 한 모습이었다. 흐름을 바꿀만한 카운터는 꽂아 넣지 못했으나 좋은 타격도 여러 번 성공시켰다. 맥그리거의 카운터를 의식한 듯 누르마고메도프 또한 예전 상대들에게 했던 것처럼 거침없이 들어가지는 못했다.

문제는 누르마고메도프가 스탠딩 타격에서도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맥그리거의 펀치를 피하기 위해 오른쪽으로 돌아주며 최대한 왼손과 멀어지려 애쓴 것은 물론 예상치 못했던 타이밍에서 묵직하고 빠른 라이트 펀치를 적중시키기도 했다. 정타를 얻어맞은 맥그리거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수차례 그려졌다.

그러다보니 맥그리거는 카운터 타이밍을 잡아내기가 더욱 어려웠다. 기본적으로 테이크다운 방어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 되는 상황에서 상대의 타격까지 만만치 않으니 시간이 지날수록 집중력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결국 하위포지션에 깔린 상태에서 케이지에 발가락을 걸거나 손으로 잡는 등 안간힘을 써봤지만 서브미션 패를 피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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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매치업은 집단 난투극으로 마무리됐다. ⓒ 게티이미지


한편 둘의 경기는 종료 후 난타극으로 이어지며 씁쓸한 아쉬움을 남겼다. 경기 전부터 누르마고메도프는 맥그리거의 버스 테러 사건, 독설 등으로 화가 잔뜩 나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맥그리거 측 인물이 경기 내내 누르마고메도프에게 가족과 종교에 관한 욕설을 퍼부어댔다.

흥분한 누르마고메도프는 경기 중에 수시로 관중석 쪽을 쳐다보며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에 제대로 집중하기 힘든 상황에서도 맥그리거를 어렵지 않게 제압한 누르마고메도프는 승리가 확정되기 무섭게 관중석 쪽으로 쳐들어갔고 몸싸움이 벌어졌다.

그 와중에 맥그리거는 누르마고메도프를 따라 케이지를 올라타는 세컨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결국 누르마고메도프 측 인물들까지 맥그리거를 공격했고 옥타곤은 삽시간에 양 측의 싸움터가 되어버렸다.

관계자들은 뜯어말리기에 바빴고 결국 누르마고메도프, 맥그리거 모두 장내 인터뷰는 생략한 채 황급히 경기장을 빠져나가야했다. 누르마고메도프가 퇴장하는 순간 아일랜드 측 관중으로 보이는 인물들이 물건을 집어던지며 성난 팬심을 드러냈다. 그야말로 분노로 가득 찬 마무리였다. 

문피아독자 = 윈드윙


Comment ' 6

  • 작성자
    Personacon 피리휘리
    작성일
    18.10.08 09:44
    No. 1

    돈많이벌고 지마음대로 되니 인성폭발에 예전같이 이악물고 운동을 안해서 그런거같더군요..경기력자체가 하락...밑에도 적었지만 그저 스파링상대 샌드백그리거....그리고 역시 이름값하는 하빕..이름처럼 누르마....일단 누르면 끝난다는 공식이 다시금 새겨지네요..

    찬성: 0 | 반대: 1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윈드윙
    작성일
    18.10.08 14:01
    No. 2

    오~ 멋진 분석이십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1 홍당무1212
    작성일
    18.10.08 15:20
    No. 3

    경기를 못봤는데도 글로나마 재밌게 봤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윈드윙
    작성일
    18.10.08 15:33
    No. 4

    ㅎㅎ 감사합니다. 실제로 보시면 더욱 재미있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카힌
    작성일
    18.10.08 17:57
    No. 5

    양자의 장점간의 상성에서도 하빕이 강했고, 약점을 방어하는 데서도 진화한 하빕이 강했으면...결과는 어찌보면 이변을 생가하기 힘들었겠군요. 물론 결과론적이긴 하나 다시 붙는다 해도 달라질거 같지 않다는 점에서 맥그리거의 앞날이 불투명하게 보이는군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윈드윙
    작성일
    18.10.09 03:00
    No. 6

    맥그리거와 에드손 바르보자의 대결을 기대해봅니다. 퍼거슨과 맥그리거도 재미있을것 같아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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