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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ersonacon 윈드윙
작성
17.10.10 13:43
조회
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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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툰공작소 케이비리포트 ( 글: 윈드윙 /그림: 최감자)
UFC 미들급은 현재 혈이 단단히 막혀있다.

리치 프랭클린, 앤더슨 실바의 시대를 거쳐 꾸준히 발전해오다 뜻밖의 장애물을 만나 삐거덕거리고 있다. 역행의 우려까지 있다.

미들급은 전성기를 맞아야 정상이다. 루크 락홀드, 로버트 휘태커, 크리스 와이드먼, 호나우두 소우자, 요엘 로메로, 유라이어 홀, 데릭 브런슨, 켈빈 가스텔럼 등 기량과 캐릭터를 겸비한 강자들이 즐비하다.

앤더슨 실바, 비토 벨포트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전설들이 하락세에 있고, 팀 케네디가 은퇴했지만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아직까지 절대강자는 없어 다양한 상성대결이 가능해 얼마든지 매력적인 매치업이 쏟아질 수 있다.

아쉽게도 미들급은 라이트급과 더불어 잠재력이 봉인된 체급으로 불린다. 라이트급 코너 맥그리거(29,아일랜드)와 더불어 골칫덩어리 챔피언으로 꼽히는 마이클 비스핑(37·영국)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미들급의 쟁쟁한 라인업에서 비스핑이 챔피언 자리에 올라있는 그림은 뭔가 어색하다. 10위권 안팎의 캐네디에게도 잡혔을 정도의 기량으로 정상이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전 챔피언 락홀드의 공(?)이 매우 컸다.

이전 격돌에서 이미 한 차례 승리를 거둔 적 있던 락홀드는 방심을 넘어서 지나치게 비스핑을 무시했다.

당시 몸 상태도 좋지 않았는데 상대가 비스핑이기에 깔보고 타이틀 방어전에 나섰고, 그러한 상황에서도 경기 내내 여유를 부렸다. 무슨 일이 벌어져도 자신이 이길 것이라는 자신감에서였다. 그만큼 비스핑은 상위권 강자들에게 존재감이 없었다.

아무리 전력의 차이가 있다 해도 지나친 방심은 금물이다. 과거 맷 세라와 조르주 생 피에르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 한 방으로 인한 이변을 간과하면 안 된다. 자주 나오는 장면은 아니지만 언더독으로 꼽히던 선수가 한 방을 작렬해 경기를 뒤집는 경우도 종종 있어왔다.

비스핑과 락홀드와의 당시 경기 역시 그랬다. 시종일관 여유를 부리던 락홀드는 뜻밖의 타이밍에서 터진 한 방을 맞고 휘청거렸고, 비스핑은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필사적으로 달려들어 경기를 끝내버렸다. 미들급 라인에 재앙의 씨앗이 뿌려지는 순간이었다.

비스핑이 챔피언에 올랐던 직후 많은 도전자들은 앞 다투어 대전 의사를 밝혔다. 챔피언이 너무 약해 누가 붙어도 이길 것 같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영리한 비스핑은 만만한 챔피언이 아닌 영악한 챔피언을 택했다. 맥그리거를 롤모델 삼아 방어전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이벤트 매치업을 노리는 형태로 챔피언의 권한을 실컷 누렸다.

단 한 차례의 방어전도 없던 맥그리거와 달리 비스핑은 한 번의 방어전을 치르기는 했다. 제대로 된 방어전은 아니다. 은퇴 직전의 70년생 파이터 헨더슨을 지목한 것이다. 명분은 과거 패배에 대한 리벤지 매치라고 밝혔으나 “7년이나 지난 상황에서 왜 하필 챔피언에 올라 방어전으로 경기를 가지는 것인가”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높았다.

어렵사리 헨더슨전을 승리로 이끌고 1차 방어전을 치른 비스핑은 이런저런 이유로 1년 가까이 경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 도전자 후보는 차고 넘치지만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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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비스핑-락홀드. ⓒ 게티이미지
러는 사이 비스핑과 합을 맞춘 선수가 있다.

전 웰터급 챔피언 조르주 생 피에르(35·캐나다)다. 현역 시절 지나치게 지루한 경기운영으로 인해 ‘수면제 파이터’로 불리기도 했던 그는 웰터급에 쟁쟁한 선수들이 늘어나자 전격적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그러던 중 난데없이 비스핑과 붙고 싶다며 복귀 분위기를 타진했고, 비스핑 역시 적극적인 화답으로 환영의 뜻을 밝혔다. 결국, 둘은 11월 UFC 217대회서 한판 승부를 가지게 됐다.

이는 정상적인 타이틀 매치업의 명분을 완전히 거스른 행보다. 생 피에르는 웰터급 레전드인지 미들급과는 관련이 없다. 그런 그가 도전자 후보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타이틀매치를 벌이게 된 것은 코미디나 다름없다. 뜬금없는 잠정챔피언까지 뽑은 상태에서 팬들을 기만한 행위라는 의견도 많다.

맥그리거와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의 복싱경기가 그랬듯 비스핑과 생 피에르는 서로가 원하는 것이 딱 들어맞았다. ‘너는 내가 이길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타이틀 방어전을 치르는 비스핑, 컴백을 준비하는 생 피에르 모두 다음 대진에 대해 매우 조심스러운 상황에서 최적의 상대라고 판단했다.

비스핑으로서는 아무리 생 피에르가 과거에 테크니션으로 이름을 날렸다 해도 오랜만에 복귀하는 하위 체급 파이터라는 점에서 체급 강자들보다 덜 부담스럽다.

생 피에르 역시 비스핑이 실질적으로는 중상위권 기량밖에 되지 않는 것을 파악해 계산기를 두드렸다. 비스핑이 아닌 로메로, 휘태커, 락홀드 등이 챔피언이었다면 생 피에르가 미들급 챔피언을 욕심내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만만하게 본 것이다.

비스핑과 생 피에르는 서로가 승리를 자신하면서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최근 비스핑은 방어전 후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다니엘 코미어(38·미국)와 경기를 가지고 싶다고 말했다. 진심인지 알 수 없지만 생 피에르전이 끝난 후에도 정상적인 타이틀 방어전은 치르고 싶지 않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생 피에르 역시 비스핑을 이기고 챔피언에 오른다 해도 미들급 타이틀 방어전을 정상적으로 치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웰터급에서도 과거처럼 극강 포스를 뿜기 힘든 상황에서 안전지향주의적 성격의 그가 한 체급 위의 강자들과 꾸준히 경기를 가지는 그림은 쉽게 그려지지 않는다. 맥그리거와의 슈퍼파이트를 예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비스핑과 생 피에르의 경기는 엉망진창이 되어가고 있는 UFC 타이틀 구도의 씁쓸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누가 이겨도 이후의 ‘막장 행보’는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사실이다.

문피아독자 =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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