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이 있다.
이들의 목적은 숭고하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아무런 변명을 해봤자
이들은 살인자 집단일 뿐이다.
남천우 씨는 올해로 25의 평범한 대학생이다.
하지만 그의 눈은 청년의 눈이 아니다.
삶에 찌든, 미래의 대한 포부 따위는 찾아 볼 수가 없다.
그의 정신은 50대의 장년인이다.
흙수저로 태어난 이상 인생의 패배자가 예정 된 세상이
싫었고, 돈이 없다면 갑질을 당하는 사회 구조에 염증을 넘어
한을 느낀다.
그래도 버텼다. 산 입에 거미줄 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종국에는 그가 택한 것은 장농에 걸어진 낡은 넥타이를
다른 용도로 이용 하는 길이었다.
그는 비명을 지르며 두손으로 목을 잡았다.
살려달라는 말을 반복했다. 본인의 목소리를 귀를 직접 듣는 다는
사실이 이렇게 반갑고 행복...
“어, 어떻게?”
분명 숨 쉬기도 곤란한 처지였다. 의식은 멀어져 가고 동공을 풀렸었다.
목이 꽉 졸린 상태에 어떻게 말을 한단 말인가.
의문을 해결 하기도 전에 여기저기 다급한 말소리가 들린다.
-님아, 깜놀했잖아요. 갑자기 왜 소리를 질러요. 힐러님도 다이 했어요. 무덤에서
빨리 달려오삼. 이거 오늘 꼭 잡아야 함.“
-근데 혹시 연극학과세요? 저도 전공이 그쪽인데. 리얼하네요. 키킥“
“어?”
눈 앞에 펼쳐진 모니터 화면은 흑백이었고, 게임 캐릭터가 누워있었다.
“소드 앤 매직?”
젊은 시절, 그래. 대학 시절에 즐겨 했던 머드 게임이다. 잠시 멍하던 그는
주의를 둘러보았다.
“아, 뭐야? 이게 뭐냐?”
-님 뛰어오고 있는 거에요? 아, 빨리 버퍼가 없으면 힘들다고! 뭐해욧“
사고가 멈춘거 같았다. 도저히 머릿속에 생각이라는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던 예의 목소리가 들린거다. 그제야 헤드셋을 썼다는 것을 알았다.
“...아 잠깐. 아니아니, 오늘이 며칠 아니, 몇년이야.”
-네?-
“아, 오늘이 몇년도냐 고! 급해 빨리!”
-이봐요? 예의좀...“
“아 씨. 미안요. 급해서 그래요. 오늘이 어떻게 되요.”
-10년이잖아. 3월23일. 아, 젠장. 겜 안할거요?-
“2010년 맞죠? 맞아? 응!”
-아, 그렇다니깐! 님. 뭔일있어요? 갑자기 왜 그래요? -
“아, 그렇군. 그래. 아, 네. 죄송합니다. 아 미안하지만. 가봐야 될 것 같아요.”
귀가 따갑다. 여기저기에는 그를 비난 하는 목소리가 동시다발적으로 울려퍼진다.
-아, 매너좀! 여기서 버퍼가 빠지면 어떻게 해? 대타는 있는 거야-
-저 님 뭔일 있는 거 같은데 아까부터 상태가 안 좋고... 그냥 가시라고 해요.-
-아, 지금 이 시간에 버퍼를 어떻게 구한다고 보내요.-
-제 친추중에 지금 대타 가능한 사람있어요. 귓말 칠게요.-
더이상 들을 것도 없다. 30년 전에 나라면은 이런 무개념 똘추 짓은 못했을 거다.
그는 헤드셋을 급히 벗었고 게임을 로그아웃 했다.
종료 되는 그 시간도 급하다.
“왜이리 늦어 젠장. 비트코인. 비트코인 부터 사자. 아, 젠장. 아직도. 왜이리 느려. 빨리빨리. 씨발 좀. 아, 핸드폰. 핸드폰은 어디 있어. 어디 있지?”
의자에 벌떡 일어나 쫍은 원룸을 무작정 뒤적거리다가 침대에 덜썩 앉았다.
“아, 씨팔. 제일 중요한 군자금이 없잖아.”
그랬다. 이제야 기억났다. 죽을 때도 빈털터리 였지만 과거 젊은 그도 담배값이 아쉬운 청춘이었다. 책상 위에 필터까지 닿은 꽁초를 보니, 새삼 처량했다.
“근데. 이게 어찌된 일이지?”
본인이 처지가, 지난 한심한 과거가 그를 우울하게 했고 그러자 흥분이 가시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아, 어떻게 장초 한개피도 없냐?”
머리가 복잡해진 그는 재떨이를 뒤지다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어휴. 이 한심한 새끼. 겜은 용케 처했구만.”
본인이 자살한 것이 절대 사회 탓만은 아닌 거라 생각이 들어 자괴감에 한동안 빠찌즘.
쾅쾅!
“남천우씨 택배요!”
문 두들기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아, 맞다 초인종 고장 났었지. 새삼 새롭네. 네 갑니다!”
30년 전에 청년이었던 남천우는 무엇을 주문 했을까?
기억을 떠올리려 애썼지만, 몇십년의 공백 때문에 기억이 안난다.
“남천우 씨?”
눈 앞의 건장한 택배기사는 자신 또래의 젊은 남자였다. 그는 껌을 징걸징걸 씹으며 풍선을 불었다.
“네.”
“비트코인 샀어?”
남천우 씨는 입이 벌어졌으나 말은 나오지 못했다. 그의 눈이 한계치 까지 커졌다.
“샀냐고?”
“...누구세요?”
“샀어?”
“아니, 안샀는데. 근데 누...컥!”
남천우는 오늘 두번째로 목을 부여잡았다. 이번에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다행히 안 늦었네.”
목에 깊숙히 박힌 모나미 볼펜을 택배 기사는 익숙하게 뽑았다.
“이봐. 자살했으면 천국이나, 지옥에 갈 것이지. 왜 돌아와서는. 쯧.”
구멍난 남천우의 목에서 뿜어져 나온 피는 순식간에 택배 기사의 얼굴과
상위에 튀었다.
“미안하지만. 화장실 좀 쓸게.”
남천우는 대답 할 수 없었다. 생기를 잃은 그의 눈을 보며 택배 기사는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택배 기사는 시체를 질질 끌고는 문을 닫았다.
침대위로 벗은 윗도리를 던졌다. 버지를 벗기기 전에 핸드폰을 꺼냈다.
“접니다. 클리어 했습니다. 수고는요. 아, 그래요. 버그가 또? 바로 부산으로 내려가겠습니다.”
통화를 끝낸 택배 기사는 민간을 살짝 찌푸렸다. 핸드폰으로 이마를 살짝 두들겼다.
“요즘 개나 소나 회귀하네. 세상이 어찌 될려고.”
조직이 있다.
이들의 목적은 단 하나.
있어서도, 존재 할 수도 없는
이들을 제자리에 돌려 놓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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