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보는 삼시세끼에 이어 쇼미6를 보다 잠시 채널을 틀다 보게 된 영웅삼국지.
문제가 참 많은 프로그램이었다.
알쓸신잡에 비교해 얘기해보자. 이 프로그램이 귀한 이유는 유시민 정재승 황교익 김형하라는 멤버 모두가 자신의 직업 및 전문분야에 정통할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제목처럼 지식의 방대함과 깊이가 조화롭기 때문이다. 황교익은 지역적 특색 및 음식의 역사까지도 꿰뚫고 있으며, 유시민은 한국사 세계사 그리고 온갖 분야의 지식과 통찰력이 말 한마디 한마디에 묻어 나온다.
개개인이 자신의 꺼낸말을 정리할 줄 아는 대가들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별도의 MC가 없어도 된다. 화제의 전환이란 측면과 회차를 관통하는 주제에 집중토록 하겠다면 이런 대가들 사이에도 MC 가 필요하겠으나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화제 전환을 막지 않겠다는 의도로 기획되었기에 그렇다.
영웅삼국지가 문제인 이유는 정리할 이가 없다. 정형돈은 얼마나 바쁜지는 몰라도 두루뭉술 넘어갈 줄은 아나 매끄러움에 있어 부족함이 있다. 신동엽이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드는 장면이 한둘이 아니다.
이번 편의 주제 중 이성계와 이방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걸 보고 경악하고 말았다.
나라를 세우는 시기의 특수한 시대적 배경은 언급하지 아니하고, 단지 다섯째란 이유로 가능성이 없었다고 진단하고 전제해 버리는 그 허접함에 놀라 버렸다.
그런데 이상한 해석이 나와도 바로 잡아주는 전문가가 없다. 오히려 전문가 역할로 나온 이가 엉뚱한 해석을 하고, 나머지는 웃으면서 그런가보다..라고 넘어가 버린다.
예능으로 역사를 푸는 시도 자체는 나쁘지 않으나 어설퍼도 지나치게 어설픈데다가 앞서 언급한 알쓸신잡의 유시민과 같은 통찰력을 가진 이가 한명도 없으니 그냥 어디서 줏어들은 얘기, 대본에 써 있는 얘기, 민감할 것 같은 내용은 빼고 얘기하기 등으로 점철되고 있다.
한국 중국 일본 측 패널들 또한 마찬가지. 그들은 단지 서로 상대국가의 민감한 부분은 애써 건드리지 않거나 적정한 선에서 논란이 되는 주장을 하지만 결국엔 끝까지 고수하지 않거나 편집으로 없애는 식으로는 어물쩡 넘어간다.
전반적으로는 삼국의 이해와 다른 사각을 정리해 주는 전문가 패널이 없다보니 중구난방으로 자기 할말만 하고 안 맞는 부분에 대해선 한두마디 논쟁을 짧게 오가다 슬쩍 다음주제로 넘어가 버리는 식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게다가 주장을 굽히지 않으며 물러서지 않는 것이 아니라 물러서기마 적당히 잘 할 뿐 상대 측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역사적인물에 대해 지나치게 가벼이 말하는 추태를 보이기도 했다.
새삼 MC가 프로그램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정형돈과 서장훈은 개그맨 중에선 나름 교양 지식이 있는 인물로 평가 받으나 영웅삼국지라는 예능조차도 감당하지 못함이 증명되었다.
즐겨듣고 있는 뉴스공장의 진행자 김어준 공장장은 자신이 너무나 잘 아는 일 조차도 자주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인터뷰를 갖는다. 분석과 비판에 능한 김어준은 전문가를 모셔놓고도 밀리지 않을 정도의 입력을 가졌으나 그런 전문가와의 대담을 통해 방송의 신뢰를 높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그는 전문가의 말을 실시간으로 정리하는데, 그 수준이라는게 참 장난 없다. 간결하고 명확하게 짚어내며 전문가보다 더 정리에 능하다.
역사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는 내용을 잘 알지 못하거나 잘 알긴하는 데 삼국의 역사와 사고를 논하는 데핸 많이 부족한 인물들과 대담이 방송을 타다니..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삼국의 역사에 정통한 인물이 한명도 없이, 각자의 나리의 입장이 담긴 주장을 서로 하다 부딪히는 지점에서 잠시 머물다 스리슬쩍 대충 넘어가는 프로그램이라니...
뭐 이런 ... 황당한...
역사를 다루는 프로그램 ‘그날’에 비하면 수준차이가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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