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으로는 허용 범위가 넓은데, 위로는 맛있는지 잘 못 느낍니다. 예전의 추억이 미화된 건지 갑자기 튀김, 떡볶이, 순대, 어묵을 먹고 싶어져서 먹어보면 별 맛이 없어요. 애초에 감정 표현이나 말이 적은데 뭘 먹어도 맛있다는 느낌을 못 받으니 도저히 요리소설에서 요리를 먹고 호들갑 떠는 반응이나 감탄에 동감이 안 갑니다.
심지어는 과거로 회귀해서 어머니가 차려준 밥을 먹고는 어머니의 맛이라느니 가정의 맛이라느니 감동하는 것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입니다. 잘 모르겠거든요.
요리 프로그램 자체에는 흥미가 있습니다. 재료를 손질하고 조리를 하는 과정은 재미있어요. 그런데 그 다음에 먹으면서 뭐가 어쩌니 저쩌니 과장하면서 감탄하는 것을 보면 있던 식욕도 날아가는 기분입니다. 방송이라 어쩔 수 없다는 점은 알지만요.
그런 면에서는 고든 램지가 나오는 프로는 꽤 잘 맞았습니다. 감탄보다는 독설을 자주 하는 캐릭터라서 그렇습니다.
어릴 땐 요리왕 비룡을 재밌게 봤었는데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하긴 그때도 미미가 허공에 둥둥 떠다니고 바다가 펼쳐지는 장면은 비웃었던 것 같기도 하네요.
지금까진 어지간히 맛있다는 것들과 맛집을 찾아가 먹어봤어도 잘 못 느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희망을 걸고 있는 곳이 우리나라에 딱 한 곳 있다는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입니다. 서울의 어디 호텔에 있다고 들었는데 아직은 일신의 사정상 가보질 못 했네요. 언젠간 가보려고 벼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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