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글 보고 뜬금없이...
살면서 "아 이 인간 진짜 똑똑하네" 싶은 사람들 많이 봤습니다.
머리가 좋다는 말에는 여러 가지 뜻이 있지요.
어리벙벙한데 공부는 잘 하는 사람, 공부는 못 하면서 잔머리는 기가 막힌 사람, 기억력이 좋은 사람, 정치질에 도가 튼 사람, 혹은 다 잘하는 사람...
다 아니예요.
진짜 똑똑한 사람은 주제를 정해서 몇 마디 나눠 보면 압니다. 이 사람들은 어떤 말이든 순식간에 핵심을 꿰뚫고, 사고의 속도가 두세 배 빠릅니다. 대부분 공부도 잘 하는 편이지만 성적은 부수적인 거죠. 꼭 잘하는 것도 아니고.
이걸 그나마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머리가 좋다는 두루뭉술한 말보다는 "영민하다" 라고 해야겠죠.
그럼 이 사람들은 천재인가? 아니예요.
한가지 확실한 건 나보다 많이 이룬 사람 중에 나보다 덜 똑똑한 사람은 꽤 있어도 나보다 덜 노력한 사람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라는 겁니다. 노력하면 따라잡을 수 있고 노력 안 하는 내가 못난 거지, 저 사람들이 종이 달라서 절대 못 따라잡는다는 생각은 안 듭니다.
노력으로 따라잡는 게 절대 불가능한 재능이란 평생 한두번 볼까말까합니다. 솔직히 저는, 국내 탑클래스라고 할 만한 물에 발(만) 담근 세월이 제법 되는데도 아직 천재를 단 한명도 못 봤어요.
천재는 하늘이 낸 재목이라는 뜻이지요. 단순히 아주 잘한다는 수준을 넘어 기존 규격으로 잴 수 없는 사람을 말합니다. 둔재가 노력해서 따라잡을 수 있으면, 그건 이미 천재가 아니라 그냥 좀 많이 잘난 사람일 뿐입니다.
천재라는 말이 찬사로 많이 쓰이는데 개인적으로 별로 안 좋아합니다. 그 사람의 재능을 추켜세움으로써 그가 쏟아부은 노력을 가려버리니까요. 누군가를 보고 천재라고 추켜세우는 사람 중에, 그 사람보다 더 노력해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가까운 예로 격투의 신 유중악은 천재인가?
유중악이 재능이 넘치는 사람인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라이벌 비스무리하게 나오는 에... 이름 까먹었네 죄송합니다(__) 몇몇 랭커들, 그 사람들이 유년기 사춘기를 거쳐 이십 년 삼십 년동안 유중악처럼 수도승 생활을 했으면 그만큼 못 이뤘을까?
모르죠. 모르지만, 분명한 건 그들 중 그 누구도 유중악만큼 MMA에 모든 것을 쏟아붓지는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조금 멀리 가서, 세계를 뒤집어 엎은 뉴턴 아인슈타인 같은 사람들은 그냥 천재일 뿐인가? 역사상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 상당수는 천재가 아니라, 그저 나쁘지 않은 수준의 재능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길 가고 밥 먹고 똥싸면서도 오직 한 가지만 생각하고, 그러다 잠들면 꿈에 이어서 나올 지경이 되고, 심지어 그 짓을 즐기는 변태들이라서 위업을 해낸 거죠. 그들의 재능이 아니라 그들의 삶에 찬사를 바쳐야 합니다.
결론.
둔재는 천재를 못 이긴다.
둔재 범재가 이길 수 있다면 그건 이미 천재라고 할 수 없다.
근데 천재를 만날 가능성이란, 없는 거나 마찬가지의 확률이다.
유중악은 천재가 아니라 변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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