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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21 [탈퇴계정]
작성
22.06.26 17:25
조회
165

중국 고전 금병매는 문학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걸작이다.


특히 금병매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서로 주고받는 바둑에 관한 얘기는 오늘날 바둑학을 연구하는 데 있어 더할 나위없이 귀중한 자료이다.

금병매 속에 나오는 명언 한마디...

‘야하지 않고서 어떻게 웃깁니까!

난 이 문장을 보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역시, 옛사람들도 성적인 면에서 유모어를 찾았고 이를 즐기곤 했었구나!

하는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왔으니...

그런 의미에서 약간 야한 그러나 그런대로 읽어볼만한 야그성 실화 콩트 하나를 여기 소개해 보고자한다.

내가 운좋게 국내 최초로 바둑학박사 학위를 받던 날,

그러니까 2013 8월 어느 날,

나랑 동갑내기 친구가 내게 급히 전화를 걸어왔다.

 

내게 바둑학박사학위취득 축하기념패를 전달하려고하니, 용인에 있는 어느 농막으로 당장 달려와 달라고…….

 

그때 난 갑작스런 집안 일이 생겼기에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으니 대단히 미안하고 죄송하다며 부득이 그 호의를 거절해야만 했었다. 그러자 그는 몹시 실망스런 목소리로 그러면 축하기념패는 나중에 내게 택배로 보내주겠노라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이제와 곰곰 그 일을 다시 생각해 보니, 그것은 젊은 나이에 요절한 미녀 가수 장덕의 노래 님떠난 후에 나오는 가사 내용, ‘어쩌면은 그것이 잘 된 일이야.’처럼 내게 정말 다행스런 일이 되었을 줄이야…….

 

전국에 산재해 있는 갑오생 1954년 말띠생들이 만든 인터넷상 모임은 그 숫자만 대충 따져봐도 여러 개 있다. 사회에서 우연히 만난 어느 친구가 바로 이 말띠 모임 회원이었는데 나에게 하도 강력하게 가입 권유를 하는 바람에 난 어쩔 수 없이 떠밀리다시피해서 그 중 어느 모임에 들어갔었다. 그런데, 그 말띠 모임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재미있는 요소들이 꽤나 많이 있음을 알고 난 글을 쓰는 입장으로 소재 발굴 겸해서 그 후 몇 개 말띠 모임에 나 스스로 찾아가 더 가입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 말띠 모임들 가운데 하나가 지금 내가 얘기하려는 그 모임!

 

용인에서 부동산으로 떼돈을 벌었다고 소문이 난 이 친구는, 시 변두리에 있는 작고 야트막한 산 하나를 통째로 사서 그곳에 농막을 짓고 밭을 일구고 지내다가 전국에 있는 우리 말띠모임 친구들을 초대했다. 처음엔 일회성 정도의 모임으로 간단히 끝날 줄로 알았는데, 그 농막 모임의 평판과 호응이 의외로 좋게 나오자 그 친구는 큰 맘을 쓰듯 그 농막을 월 1회 이상 맘껏 사용할 수 있는 말띠모임 공개 장소로 아예 내놓았다.

그러자 월 1회가 아닌 거의 주 단위 이상으로 전국의 남녀 말띠 동지들이 재미삼아 자주 모여들기 시작했다. 처음엔 대여섯 명 정도에서 시작하여 나중엔 규모가 제법 커져 한때는 이삼십 여명이 그 농막에 들어와 하룻밤을 지새우며 북적거리고 놀 수 있는 장소가 되어 버렸다.

그런데 이들이 농막에 올 때에 그냥 맨 몸, 맨 손들이겠는가?

저마다 쌀과 국수, 돼지고기, 쇠고기, 과자, 맥주, 오징어 등등 먹거리들을 각자 푸짐하게 챙겨오곤하니 그곳 대형 냉장고 안이 포화상태가 될 정도로 항상 넘쳐흘렀다. 게다가 인근 동네와 한참 뒤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어,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거나 간섭을 받을 필요가 전혀 없으니 밤새도록 고도리치고 노래방 기기로 노래 부르는 것이 이들이 진종일 하는 짓이었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과하거나 무리를 하게 되면 문제가 꼭 생기는 법.

 

처음 이들이 모였을 때엔 여자 회원들이 자진해서 밥을 짓고 요리를 만들곤 했는데,

가만 보니 남자회원들은 편안히 앉아서 고도리를 치던가 바둑 장기 따위를 두면서, 뭐가 맛있으니 좀 더 만들어라, 밥맛이 어째 이상하다, 이러고서 어떻게 서방님 입맛을 맞췄느냐? 는 등등 이상하고 요상스런 말들을 툭툭 내뱉곤 한다.

그러자 일부 여자회원들은 화가 나고 부하가 치밀어 올랐단다.

 

적어도 내가 집에서는 물 한 방울 손에 안 묻히고 사는데 여기 와선 완전 식모 취급이라니…….’

 

저것들이 내 서방이야 뭐야?’

 

도대체 싸가지들이 없어!’

 

‘.....’

 

사실, 인터넷에 접속하여 활동할 수 있는 정도의 우리 나이 또래 여자들이라면 경제적으로 꽤나 안정되어 있는 삶을 지내고 있는, 일종의 유한마담 수준들이라고 봐도 무방.

그러니 이런 불평불만이 그녀들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튀어나올 밖에…….

 

이렇게 위태한 상태로 시간이 흐르다가 마침내 의외의 사건 하나가 터지고야 말았다.

바로 내게 바둑학박사학위취득 축하기념패를 주고자 했던 그날 밤에 벌어진 일이란다.

 

그날따라 이곳 농막 주인인 모 친구는 특별히 한턱 쏘겠다며 수산시장에 가서 싱싱한 회를 한아름 떠가지고 이십여 명쯤 모여 있는 이들 앞에 나타났단다.

초장을 듬뿍 묻힌 생선회에 방금 밭에서 따가지고 온 풋고추며 깻잎, 상추, 쑥갓으로 한입 싸서 먹으니 그때 모두들 얼마나 기분이 좋았을까…….

이들이 회를 먹고 술 마시고, 고도리 치고 바둑 장기를 두면서 한참 여흥을 즐기고 있을 때,

갑자기 뚱뚱하고 체격 좋은 어느 여자 회원이 (자기 말로는 제대로 뜨지를 못해서 그렇지 왕년에는 배구 선수 였다나?) 농막주인인 이 친구의 귀를 한손으로 우악스럽게 잡아채 가지고 이들이 모여있는 방안에 질질 끌고 들어오더란다.

 

아 요 새끼가 화장실 안에서 내가 볼일을 볼 때 쥐새끼처럼 몰래 쳐다보고 있었잖아?”

 

어 어떻게 그런 일이?”

 

글쎄 변기 바로 앞에 있던 커다란 통속에 몰래 들어 앉아 두 눈만 빠꼼히 내놓은 채 숨어있었다고.”

 

어 어머나!”

 

어쩐지 변기가 너무 높다 했더니 바로 아래에서…….”

 

그래서 일부러 양변기 아닌 수세식 변기로 만들었나?”

 

그러고보니 우리들이 볼일 보러 나갈 적마다 뒤따라 나간 것 같은데?”

 

아이고……. 가만 보니 요놈이 상습범인가벼?”

 

여자들은 바둑에서 돌 한 개를 단수로 모는 상황처럼 그를 완전히 에워싼 채 저마다 한마디씩 윽박질러댔다.

 

아이고, 억울햐……. 솔직히 말해 그게 뭐 잘 보이기나 하나?”

 

그 친구가 자기 딴엔 억울하다는듯 변명을 하자, 어느 여자 회원이 그의 따귀를 철썩 갈기며 소리친다.

 

시끄러워 이 놈아! 어디다대고 더러운 주둥이를 나불거려!”

 

보려면 네 마누라 밑창이나 뚫어지게 볼 것이지 왜 엄한 여자들 거를…….”

 

넌 현행 강간범이나 매 한가지여!”

 

요런 놈은 당장 경찰에 넘겨야혀!”

 

분위기가 사뭇 험악해지자 결국 농막 주인 그 친구는 무릎을 꿇고 두 손 두 발 싹싹 빌어대며 용서해 달라고 통사정했다.

이에 여자들이 한참 논의한 끝에 이런 조건으로 그를 용서해 주기로 했단다.

여자로서 몹시 수치스러운 그곳을 함부로 무단으로 쳐다봤으니 그에 걸맞은 벌을 반드시 받아야만 된다고…….

 

결국 그 친구는 여자회원들의 강력한 뜻에 따라, 그곳에 모인 회원들이 모두 쳐다보는 그 자리에서 자신의 그것을 꺼내 보인 채 그곳에다 초고추장을 듬뿍 찍혀 바르는 수모를 공개적으로 당하고 말았단다.

 

그 뒤,

개망신을 당한 그 친구는 모임에서 탈퇴를 하였고 따라서 그 농막 모임은 자연스럽게 해체되고 말았다.

이런 사실을 전해 듣고난 어느 여자 회원이 모임 게시판에 이런 후기를 올렸으니…….

 

자기 마누라꺼랑 똑 같은데……. 뭘 그렇게 밝혀?”

 

그러자 어느 여자회원이 이에 대한 댓글을 올렸다.

 

그때, 거기에 초장을 처 바른 뒤, 상추쌈까지 덮어 씌우자는 걸 내가 간신히 말렸어.”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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